집전화, 인터넷 열풍타고 '제2 전성기' 도전

[강은성기자] '집전화가 '제2의 전성기'를 열 수 있을까?'

그동안 이동전화의 보급과 1~2인 가구의 증가로 수요가 급감하며 쇠퇴기에 접어들던 집전화 시장이 최근 새로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07년 가정용 인터넷전화 출시로 전환점을 맞은 데 이어, 최근 '홈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또 한번 들썩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집전화가 처음 도입된 것은 1895년이다. '덕률풍'이라는 이름도 고풍스러운 이 전화기는 대중으로 확대되지 못하고 1960년대까지만 해도 부유층의 전유물로만 국한됐다.

그러다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 중 통신부문계획이 성공을 이루면서 1980년대부터 집전화 시장이 활짝 열렸다. 1982년 이후 해마다 연평균 100만 회선 이상의 전화시설이 공급됐으며, 1987년 1천만, 1997년에는 2천만 가입자를 돌파하며 '1가구 1전화 시대'가 도래했다.

이후 집전화 시장은 정체기에 접어들었고, 인터넷이 보급되며 2000년 국내 최초의 인터넷전화 '다이얼패드'가 등장했다. '다이얼패드'는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내려 받고 헤드셋을 연결해 통화하는 방식으로, 무료로 전화를 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통화 품질이 기존 집전화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데다 착신이 불가한 반쪽짜리 전화라는 한계를 드러내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인터넷전화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2007년 LG유플러스(구 LG데이콤)가 인터넷 집전화를 상용화하면서다.

당시 LG유플러스는 가입자 간 무료통화, 전국 시내외 단일요금 등 파격적인 요금을 내놨다. 아울러 와이파이망을 활용한 무선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해 KT가 독점해 온 집전화 시장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그리고 2011년 인터넷전화 가입자는 출시 4년여 만에 1천만을 돌파하며 대중화 시대를 맞았다.

전체 유선전화 시장에서 인터넷전화가 차지하는 비율도 2006년 1.4%에서 2010년 말 32.2%로 크게 증가했으며, 매출 규모도 3배 이상 늘어났다.

그러나 인터넷 집전화의 인기는 스마트폰이 본격 보급되면서 주춤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에 인터넷전화 애플리케이션만 설치하면 저렴하게 통화할 수 있게 됐을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정액제 가입 시 수백 분의 무료통화 혜택이 주어져, 인터넷 집전화에 대한 수요가 감소한 것이다.

◆모양은 스마트폰, 가격은 집전화 '홈스마트폰' 등장

최근 통신업계는 다시 한번 집전화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저렴한 요금이라는 기존 인터넷 집전화의 장점에 스마트폰의 기능을 결합한 '홈스마트폰'이 그 주인공이다.

LG유플러스가 최근 선보인 070플레이어는 홈스마트폰, 신개념 집전화를 표방한다. 5인치 대화면의 삼성 갤럭시 플레이어 단말기와 인켈의 스피커를 결합해, 외형 상으로는 스마트폰과 유사한 모습이다.

070플레이어가 개인용 스마트폰과 다른 점은 가정에 특화된 스마트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는 점. 거실 중앙에 두고 홈AV로 이용할 수 있도록 라디오, 오디오, TV 기능을 모두 지원하는 것이 장점이다.

여기에 홈 모니터링과 음성인식 등 가정에서 사용하기 유용한 기능을 골라 탑재했다. 가계부, 1만개 요리 레시피, 교육용 애플리케이션 등은 주부를 위한 '덤'이다.

기존 인터넷 집전화의 장점인 저렴한 요금제도 그대로 살렸다. 가입자 간 무료 음성통화는 물론, 가입자 간 HD급 고화질 영상통화도 300분 무료 제공된다. 휴대폰에 영상통화를 걸 때에도 휴대폰 음성통화료 수준(18원/10초)으로 영상통화를 즐길 수 있어 요금 부담이 적다.

와이파이 망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카카오톡과 유사한 형태의 채팅도 가능하며, 클라우드 서비스인 U+박스에 가입해 추억이 담긴 사진들도 공유할 수 있다.

KT가 지난해 선보인 '스마트홈패드'도 이와 유사한 제품이다. 스마트홈패드는 태블릿PC인 갤럭시탭 8.9에 다양한 생활편의 서비스와 맞춤형 콘텐츠를 결합한 제품이다.

스마트홈패드에는 기본적인 태블릿PC 기능 이외에 라이프자키, 올레TV나우 등 가정에서 유용한 기능이 미리 설치돼 있다.

라이프자키는 이용자의 정보를 따로 입력하지 않고 얼굴을 촬영해 연령대에 어울리는 음악을 알아서 골라주고, 원하는 곡을 신청해서 들을 수 있는 서비스다. 올레TV나우는 1만1천편의 VOD와 40개의 실시간 채널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다.

유선전화 출시 100여 년, 홈 특화 스마트 기능으로 무장한 집전화의 등장으로 유선전화 시장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