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기자] KT가 데이터 패킷 분석 솔루션인 딥패킷인스펙션(DPI) 구축 사업에서 외산 솔루션을 도입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업계에 반발이 일고 있다.
국가기간망을 제공하는 KT가 패킷 분석용 솔루션을 도입하면서 외산 제품을 사용하는 것은 자칫하면 우리나라의 중요 정보를 해외 업체들에게 제공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4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는 DPI 솔루션을 시범적으로 도입하면서 세계 1위 DPI 기업인 샌드바인과 3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KT는 이번 시범 사업 이후 샌드바인과 올해 하반기 중으로 800억원 규모의 솔루션 구축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DPI는 네트워크 장비에 들어오는 패킷들을 검사해서 불량이나 악성 콘텐츠를 찾아내는 기술로,주로 데이터의 목적지와 내용물이 어떤 것인지를 감청하고 분석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이에 대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국내 네트워크 업계는 "이같이 중요한 솔루션을 왜 외산으로 구매하느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KT의 경우 우리나라 정부 기간망을 운용 사업자로 대부분의 정부 기관들이 KT망을 이용하고 있는데 자칫 해킹 등의 사고가 발생할 경우 외국 기업에 의존해야 하고 사고 발생시에도 신속한 대응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외산 DPI를 도입해도 패킷 분석은 KT가 하겠지만, 소프트웨어 형태의 솔루션이라 해킹이 발생하면 이의 해결을 위해 솔루션 제공 업체에 의존해야 한다"며 "특히 해외 기업 솔루션을 사용하기 때문에 사고 발생시 실시간 대응도 어려울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TRI 관계자는 "현재 국내 3개 네트워크 업체들과 협력해 ETRI는 국가 과제로 DPI솔루션을 개발하고 있고 현재 개발 막바지 단계로 3개월 정도면 충분히 솔루션이 나올 수 있는데도 KT가 기다려 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내 네트워크 업계 한 관계자는 "DPI의 경우 중요 정보들을 다 열어볼 수 있는 솔루션이라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것"이라면서 "미국의 경우 자국 회사인 시스코로 하여금 DPI 솔루션을 개발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보안이나 감청, 관제 솔루션을 구축할 때는 원래 멀티 솔루션으로 가야 피해를 분산시킬 수 있는데, 이번 KT의 경우 싱글 솔루션을 선택하는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