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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원전 1호기 사고, '조직적 은폐'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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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안전위 "한수원 안전의식 결여"

[박계현기자]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들이 고리원전 1호기 전원 중단사고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원자력안전위원회(위원장 강창순)는 21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원자력안전위원회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번 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한수원의 안전에 대한 문화 결여를 꼽았다. 이에 따라 한수원과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24시간 현장의 정보와 보고사항을 감시하는 체계를 갖추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안전위에 따르면, 지난 2월9일 발전기 보호장치를 시험하는 과정에서 작업자가 감독자의 지시와 절차서를 따르지 않고 업무를 수행해 외부 전원이 차단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전원 공급 중단시 자동으로 원자로에 전력을 공급하도록 설치된 비상디젤발전기는 공기공급밸브 결함으로 가동하지 않았다.

정전 발생 12분 후, 정비 중이던 외부전원이 복구됐으나 12분 동안 원자로 냉각수의 온도가 36.9도에서 58.3도로 21.4도나 상승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측은 "사용후핵연료저장조의 온도는 21도에서 21.5도로 상승했으나 방사능 누출은 전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안전위는 조사 결과 "사고 발생일,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전본부 당시 문 모 제1발전소장은 사건을 보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발전소장이 사건당일 저녁식사 후 전력공급이 중단된 동안에 주제어실에 들어왔고, 전원이 복구돼 조명이 밝혀진 이후 사건현장에 있던 주요간부들과 논의해 한수원 상부 및 안전위 등에 보고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전위 조사에서 문 모 전 제1발전소장은 "안전과 관련된 대책을 발표한 당일이었고, 고리 1호기 안전 가동에 대한 실적 부담감 때문에 보고하지 않기로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폐 결정 이후, 현장에 있던 간부들은 사건 당시 모든 운전원 일지 등에서 관련 기록을 의도적으로 누락했다.

우연히 외부 하청업체 직원들의 대화를 전해 들은 김수근 부산시 시의원 등이 외부에서 정전사건 발생여부를 문의하자 이번 사고가 본사 경영진에 보고됐다. 당시 고리원전본부장과 김종신 사장 등은 지난 10일 오후에 처음 사고를 인지했으며 11일 세부상황을 파악했다.

안전위는 늑장보고를 하고 사건 은폐를 위해 기록을 누락한 관계자들에 대해 사법기관에 고발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창순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은 "한수원 보고 뒤 원자력안전위, 원자력안전기술원 측의 대응체계에는 문제가 없다"며 "1978년 이후부터 30년 넘게 원자력을 이용했지만 조직적 은폐로 인해 문제가 된 것은 처음 있는 사례"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술 규제를 담당하고 있는 원자력안전기술원(KINS) 박윤원 원장은 "현장에서 원자력발전소를 검사할 때 현장에서 눈으로 확인하고, 서류를 검토하고, 담당자를 인터뷰하는 세 가지 절차를 거친다. 모든 절차에 따라서 검사를 했지만 아무 이상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말해 규제기관의 대응 매뉴얼에 한계가 있었음을 자인했다.

강창순 위원장은 "일부 원전 종사자들의 안전 의식 결여에 문제가 있었다. 사건 발생 즉시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와 관련기관에 보고만 이뤄졌더라면 국민들의 불안과 의혹을 많은 부분 해소할 수 있었다"며 "안전의식 결여에 대한 책임을 철저히 묻고 향후 안전과 직결된 사안은 인적 요소 개입 없이 관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고장난 비상디젤발전기 내년까지 교체 추진"

안전위는 이번 사건에 대한 대책으로 향후 24시간 감시하고 자동으로 즉시 통보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안전위는 비상디젤발전기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안전위와 안전기술원 입회하에 전체 원전을 대상으로 4월말까지 특별점검을 실시한다.

특히, 고리 1호기에 대해서는 비상디젤발전기의 공기공급밸브를 신품으로 교체하는 한편 이동용 디젤발전기를 추가배치하고, 오는 2013년 3월까지 비상디젤발전기를 새로운 것으로 교체할 예정이다.

공기공급밸브 고장으로 가동되지 않았던 비상디젤발전기는 한 달 동안 세번이나 고장난 것으로 밝혀졌다.

박윤원 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원장은 "비상디젤발전기가 최소한 3회 이상 유효한 시험에서 돌지 않았고,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원전현장의 검사항목을 57개수준에서 100개수준으로 확대하고, 정기검사시에 전력계통과 관련한 시험에 대해서는 안전기술원의 입회율을 50%에서 80%로 확대하기로 했다.

원전부지별로 현장의 안전규제를 담당하는 주재관 제도를 지역사무소 형태로 운영하고, 근무인력도 현재의 20명(부지당 5명)을 전문가 중심으로 100명(부지당 25명)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강창순 위원장은 "일차적으로 한수원 자체에서 안전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조치를 위원회에 제출하라고 요구했다"며 "국내 안전문화를 점검하고 국제 기관인 IAEA의 점검을 받은 뒤, 하청업자 관리 체계에도 문제가 드러난 만큼 하청업자 관리 요건 또한 강화하도록 한수원에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강 위원장은 아울러 고리 1호기 재가동과 관련, "안전성을 철저히 검토한 뒤 이상이 없다면 가동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상디젤발전기 점검을 철저히 하고 (발전기가) 완전히 가동된다는 전제 하에 다른 부분을 검토한 뒤 재가동을 허락할 예정"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시기를 지금 말할 수는 없는 단계"라고 말했다.

박계현기자 kopil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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