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박영례특파원] 그 악명에 비해 회사에 대해서는 그리 알려진 게 없는 '특허괴물' 인텔렉추얼 벤처스(Intellectual Ventures 이하 IV)에 대한 한 조사 결과가 공개돼 눈길을 끈다.
IV는 마이크소프트 CTO 출신의 네이든 미어볼드가 세운 특허관리전문회사. 지난 2010년 하이닉스, 엘피다 등 9개 IT회사를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하며 말 그대로 '특허괴물'로 이름을 알렸다. 3만여개로 추정되는 특허를 앞세워 삼성전자, 애플, MS, 소니 등 글로벌 업체를 상대로 소송과 라이센스 계약으로 200억달러 가량의 수익을 올렸다는 소문이다.
그러나 투자가가 누군지, 누구와 특허계약을 했는 지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크게 알려진 바 없다.
새로운 조사에 따르면 IV는 버라이즌 등의 투자를 받아 많게는 6만개 가량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1천200여개 이상의 이름뿐인 회사를 갖고 있다고 4일(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가 '스탠포드로 리뷰(Stanford Law Review)'를 인용, 보도했다.
로빈 펠드먼 UC헤이스팅스 법학교수와 톰 유잉 변호사는 IV에 대한 연구를 통해 새롭게 알게된 내용을 스탠포드로 리뷰를 통해 공개했다.
두 법학자의 조사에 따르면 IV가 보유한 특허는 대략 3만~6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미국에서 5번째, 세계에서는 15번째로 많은 규모다. 그러나 IV는 이들 특허 대부분을 사들였으며, 직접 취득한 특허는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이들 특허의 절반 정보는 미국 외 해외 특허. IV는 미국특허와 해외특허를 함께 보유, 이를 양쪽의 가치차이를 이용한 일종의 아비트리지(arbitrage), 차익거래에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IV가 이처럼 많은 특허를 보유하게 된 것은 중소기업을 상대로 '턴키' 방식의 특허구매를 해온 탓으로 풀이된다. IV는 중소기업 특허에 일회성 비용은 물론 특허사용에 따른 일정 수익을 보장하는 형태로 특허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IV는 디지털복제방지 업체인 디지마크에게 3년간 360만달러를 지불하고, 추가로 특허 소송 및 라이센스 계약에 성공할 경우 수익의 25%를 지급키로 하고 특허를 사들였다.
초기 IV에 투자, 특허방어에 활용한 기업도 있다. 가령 미국 최대 통신사업자인 버라이즌은 2008년 IV 펀드 중 하나에 3억5천만달러를 투자했다. 그뒤 미국 DVR 업체 티보(TIVO)가 버라이즌을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자 IV 특허를 활용, 맞대응한 바 있다.
또 IV는 1천276개의 쉘 컴퍼니(shell company), 즉 이름뿐인 회사를 이용하고 있다. 계약 등에 이들 이름을 사용하기 때문에 IV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추적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두 법학자는 IV와 같은 특허관리 전문회사에 대해 "1800년대 국가가 해적들에게 적의 함선을 공격하고, 노획한 것을 팔아 수익을 올리도록 허용한 것과 같이 추악하지만 완벽히 합법적인 일"이라 지적하고 "이처럼 반 경쟁적인 시장을 내버려 둬서는 안된다"며 시장규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워싱턴(미국)=박영례특파원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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