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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노는 것 못견디면 문화산업 성장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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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수 JCE 사장 "'셧다운제' 패러다임, 신성장동력 못 품어"

[박계현기자] 송인수 JCE 사장은 게임업계에선 최초로 사원으로 입사해 개발자 출신 CEO가 된 사례다. 2000년 JCE에 입사해 '프리스타일' 개발팀장, 개발센터장, 사업부문 부사장을 차례차례 거쳤다.

직접 게임을 제작했던 창작자의 입장에서 '쿨링오프제', '셧다운제' 등 게임업계에 연이어 터져 나오는 규제 이슈를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을까.

최근 분당 JCE 본사에서 만난 송인수 사장은 현재 우리 사회가 처한 상황을 "국내 토양에서 문화 산업이 클 수 있는 한계성과 연 8조원 규모로 성장한 게임산업이 부딪치고 있는 중요한 전환점에 와 있다"고 설명했다.

"'셧다운제'는 이용자의 이용습관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면 민주주의 사회다운, 다양한 절충점을 찾을 수 있었던 이슈였습니다. 어떤 사람이 게임을 너무 오래해서 문제가 된다면, 성인이라면 자신이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아이들은 가정에서 관리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셧다운제'라는 법 제도를 동원하지 않아도 부모가 클라이언트 단에서 아이들의 접속시간을 관리할 수 있고, 혹은 정부가 직접 나서서 국내 온라인게임 접속을 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배포할 수도 있었다는 것.

'셧다운제'가 시행까지 이를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국 사회가 바라는 청소년상이 투영돼 있다는 것이 송인수 사장의 설명이다.

"현재 한국 사회는 청소년들의 다양한 모습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어요. '셧다운제'를 뒷받침 하는 건 공부를 열심히 하는 모습만을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죠. 아이들이 게임하는 것을 싫어한다기 보다는 자기 아이가 공부를 안하는 것이 문제예요."

"그런데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부모가 견딜 수 없는데 문화 산업이 어떻게 발전할 수 있나요. '셧다운제'는 아이들의 수면권을 위해 밤 12시부터 게임을 못하게 하겠다는 제도지만, 아이들은 11시까지 공부를 하니까 12시에 게임을 하는 것이거든요."

송 사장은 '셧다운제'의 문제를 게임 산업이 아닌 한국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패러다임의 문제로 확장시켰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려면 생산요소의 투입이 늘어나거나 효율이 높아져야 합니다.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후자를 택한다면 잘 쉬고, 잘 놀고, 더 높은 효율로 집중해서 더 높은 수준의 창의성에 도달해야 해요. 현재 한국 사회는 철강, 반도체 등 생산요소로 성장하던 시대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문화 콘텐츠라는 신성장동력을 담을 수 있냐 없냐의 기로에 서 있는 상태라고 봅니다."

송인수 사장이 지적한 '셧다운제'를 지탱하는 패러다임은 부모, 즉 기성세대의 패러다임이다. 송인수 사장은 3살 때부터 태블릿PC를 접하고, 게임을 하면서 자라는 다음 세대들의 패러다임은 전혀 다른 차원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공부하는 시간과 게임하는 시간의 구분이 이들 세대에선 없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게임업체의 소명은 이용자들이 잘 놀게 해주는 것입니다. 이용자들이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들이 게임을 하면서 잘 놀아서 기업의 가치가 생겨났죠. 지금까지 게임 산업은 점차 게이머들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성장했습니다. 콘솔게임에서 PC게임으로, 또 모바일게임으로 점차 쉽고 간편한 방식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어요. 세계적으로 이렇게 많은 인구가 게임을 하던 역사가 없었죠. 게임 산업은 점차 일상을 '게임화(Gamification)'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가고 있습니다."

그는 스크린골프를 이런 '게임화'의 한 예로 들었다.

"골프 자체는 지루하고, 필드에 나가서 꾹 참고 하는 운동일 수도 있어요. '게임화'를 거치면 참고 거쳐야 할 시간이 즐길만한 시간이 되면서 그 사람의 목표 달성이나 가치가 생산되죠. 이런 방식을 공부·운동에 모두 적용할 수 있어요. 줄넘기를 하더라도 '게임화'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겁니다. 게임의 장점은 상호작용(Interaction)입니다. 흥미있는 상호작용이 우리 생활을 더 즐겁게 따분하지 않게 해줄 겁니다."

◆"조직개편, 넥슨과는 상관없다"

게임과 골프라는 이종(異種)이 만나서 스크린골프라는 답을 도출한 것처럼 송인수 사장은 JCE가 새로운 게임 토양에서 적응할 수 있는 회사가 되기를 꿈꾼다.

그가 수 개월간 고심한 조직개편을 단행했을 당시, 일부에선 '넥슨 인수를 앞둔 수순'이라는 추측을 쏟아냈지만 송인수 사장은 "넥슨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넥슨(대표 서민)은 지난 10월 JCE의 지분 16.34%를 취득한 데 이어 백일승 부사장의 보유지분 6.01%를 추가 취득하면서 JCE의 최대주주가 됐다.

"프로젝트별로 개발 조직과 사업 조직을 합치는 방식으로 조직을 개편했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나누는 직군의 범주에서 개발자는 순수 개발자라고 해도 곤란하고, 마케팅하는 사람은 마케팅만 알아도 곤란하거든요. 사람들을 목표로 묶어야겠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하고 있었습니다."

현재 JCE의 조직은 '프리스타일', '프리스타일2', '프리스타일풋볼' 등 게임별 프로젝트팀과 모바일사업부, 경영지원본부, 사업지원본부로 나뉜다.

"이번 조직 개편에는 회사가 당면한 문제들을 반영했습니다. 직군이나 기능을 대표하는 조직 개념은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유연하지 못해요. 나는 개발자인데, 스마트폰이나 PC가 없어지면 어떻게 하나요. 어느날 당장 윈도, 다이렉트엑스가 없어질 수도 있는 일입니다. 시장환경에 적응한 전문성이 현재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송인수 사장은 "직원들이 자신의 전문성 범위를 벗어나서 문제를 통합적으로 보기 시작했으면 한다"고 이번 조직개편의 함의를 설명했다.

"이용자들도 드라마를 보면서 동시에 스마트폰으로 트위터를 합니다. 소비자들의 체험이 융합돼 가고 있는데 우리만 이렇게 기능별로 나뉘어져 있으면 어설픈 전문가가 회사를 망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제를 복합적으로 있는 그대로 한번에 볼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합니다."

박계현기자 kopila@i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s3f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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