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은영기자] "21세기 신풍속도인가? 사랑도 쇼핑 대상으로 전락한 것인가?"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보급이 확산되면서 미국에서 온라인 데이팅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전체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억 명이 온라인 데이팅을 경험한 적 있으며 다섯명 가운데 한명 꼴로 온라인을 통해 배우자를 구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다.
이런 가운데 미국 심리학 교수들로 구성된 연구팀이 온라인 데이팅의 문제점을 지적한 보고서를 발표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고 허핑턴포스트가 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알고리즘화된 만남, 한계 뚜렷"
노스웨스턴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엘리 핀켈을 비롯한 연구팀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온라인 데이팅의 문제점을 크게 두 가지로 요약했다.
우선 꼽은 것은 지나치게 많은 정보가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그릇된 선택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은 매치닷컴(Match.com) 같은 온라인 데이팅 사이트를 예로 들었다. 이 사이트들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프로필이 나열돼 있는 데, 이를 세세히 살피는 것만으로는 상대방에 대해 많은 것을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지나치게 방대한 프로필 정보는 과부하를 초래해 사람들로 하여금 컴퓨터를 끄게 만든다고 연구팀은 주장했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핀켈 교수는 "이것은 마치 '사랑'이라는 슈퍼마켓에서 쇼핑하는 것과도 같다"면서 "너무 많은 물건들이 있기 때문에 그릇된 선택을 하거나 안일한 태도를 취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심리학 교수진들은 이번 보고서에서 성격이나 취미 등을 바탕으로 남녀 가입자들을 연결해 주는 e하모니닷컴(eHarmony.com) 같은 사이트에서 어떤 알고리즘을 사용하는지도 분석해 놓았다.
그 결과 실제 상황에서는 성사될 가능성이 있는수 천명의 남녀라도 이들 사이트에서 사용하는 알고리즘을 거치면 단 몇 명의 파트너 만이 연결된다고 밝혔다. 즉 객관적인 조건만을 나열해 그에 걸맞는 상대를 찾다보니 자연스런 만남의 기회도 그만큼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핀켈 교수는 "지난 80년간 수행된 관계 연구들을 보면 서로를 알지 못하는 남녀가 상대에 대한 정보만을 바탕으로 그 관계를 성공시키기란 쉽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면서 "자신이 누군가와 잘 맞는지 알아보려면 온라인 데이팅 사이트에 자신의 인적사항을 입력하기 보다는 커피나 술을 함께하며 상대와 직접 소통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고 말했다.
◆온라인 데이팅 확산…그 원인은?
하지만 온라인 데이팅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현재는 미국에서 성인 콘텐츠를 제외하고는 최대 규모의 유료 콘텐츠 산업으로 성장했다.
이는 거주지 이전이 잦고 가족과 멀리 떨어져 사는 것이 일반화된 서구 대도시의 경우 친목이나 인맥을 기반으로 한 ‘주선자'의 역할이 점차 사라진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인터넷 상에 자신을 올리고 매력적인 프로필을 작성하는 것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바쁜 현대인들의 생활 패턴을 고려한 온라인 데이팅 업체의 맞춤형 서비스 역시 큰 역할을 담당했다. 미국의 경우 개인의 취향, 가치관, 생활패턴, 관심사 등을 고려해 상대를 연결해주는 ‘매칭 서비스’ 뿐만 아니라 동일한 종교나 인종 혹은 재혼, 싱글맘·싱글대디 등 대상에 따라 보다 맞춤화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테크크런치는 지난 2009년 온라인 데이팅 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에 대해 언급하면서 "온라인 데이팅은 정말 평범한 것으로 변모했다"고 진단했다. 영국의 가디언 역시 "온라인 데이팅이 이제 주류 문화가 됐으며, 학계에서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원은영기자 grac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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