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송무기자]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26일 15년을 유지했던 당명을 바꾸기로 결정하면서 역대 여당들의 수난의 역사에 다시 한번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역대 대통령이 임기를 다하고 난 후 여당은 어김없이 해체하거나 당명을 바꿨다. 초대~3대 대통령이었던 이승만 대통령이 1960년 3.15 부정선거 이후 4.19 혁명을 통해 하야한 후 당시 여당이었던 자유당은 자연스레 해체됐다.
4대 윤보선 대통령 당시에는 내각제 실시로 민주당이 여당이 됐다. 당시 민주당은 다수 의석을 점했으나 민주당 내 구파와 신파로 나뉘어 갈등을 거듭하다 박정희 소장 등 육군사관학교 8기생들이 중심이 된 5.16 군사 쿠데타로 사실상 붕괴됐다.
5~9대 대통령인 박정희 대통령은 10.26 사태로 최측근인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 암살되면서 권력을 놓았다. 이때 여당이었던 민주공화당은 당 총재였던 박 전 대통령을 잃고 김종필이 일시적으로 당 총재직에 취임해 재건을 위해 노력했으나 1980년 10월 공포된 제5공화국 헌법에 의해 해산됐다.
11~12대 대통령을 지낸 전두환 대통령과 13대 대통령인 노태우 대통령은 5공화국을 만든 신군부 세력이었다. 당시 전두환 소장이 이끄는 신군부 세력이 12.12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이후 여당이 된 민주정의당은 1987년 6월 항쟁으로 최대의 위기를 맞았으나 전두환 대통령의 뒤를 이은 노태우 대표위원의 6.29 선언으로 위기를 수습하고 이후 대선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1988년 13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소야대 정국이 구성되면서 노태우 대통령 임기 말 김영삼 총재의 통일민주당과 김종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이 3당 합당을 선언하면서 해체의 길을 걸었다.
14대 김영삼 대통령 당시 여당은 3당 합당으로 탄생한 거대 여당 민주자유당이었다. 그러나 민주자유당은 민정계와 민주계·공화계의 갈등이 증폭되면서 김종필 대표가 1995년 공화계를 이끌고 탈당했고, 이후 1995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꿨다.
15대 김대중 대통령 역시 여당의 내분을 막지 못했다. 김 대통령의 여당이었던 새천년민주당은 16대 대선을 앞두고 국민참여 경선을 창안해 정권 재창출을 이뤘지만, 2003년 11월 당내 개혁세력이 열린우리당을 창당해 다시 야당이 됐다.
16대 노무현 대통령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도 참여정부가 막을 내리면서 같은 운명을 걸었다. 열린우리당은 2003년 11월 11일 창당 이후 탄핵 역풍을 타고 2004년 17대 총선에서 제 1당으로 뛰어올랐으나 노무현 정부 후반기에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민주당과 합당해야 한다는 요구에 휩싸였다.
이후 통합파 의원들의 선도 탈당으로 제1당의 지위를 잃었고, 2007년 8월 대통합민주신당과 합당하고 2008년 2월 민주당과 합당하면서 통합민주당이 됐다.
이처럼 역대 정권이 끝날 때마다 집권 여당은 정권과 운명을 같이 했다. 이는 17대 대통령인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 한나라당이 15년간 유지해왔던 당명을 버리기로 결정하면서 이번에도 반복하게 됐다.
역대 여당의 수난사는 대통령에 권한이 지나치게 집중된 우리 정치 현실 때문이라는 지적이 높다. 대통령 중심으로 모였던 여권이 정권 후반기가 되면서 차기 주자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 속에서 기존 여당이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여당의 수난사는 시스템과 철학보다는 권력·인물 중심이었던 우리 정치의 문제를 그대로 보여준다.
현재 정치권의 화두인 정치 변화가 정당 본연의 역할을 되찾아 정권 말기마다 정치권의 이합집산이 거듭되는 상황이 재연되지 않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설명=한나라당 당명을 바꾸기로 결정한 박근혜 비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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