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진퇴 언급 적절치 않다" 사실상 사퇴 거부

[강호성기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13일 정연주 전 KBS 사장의 무죄 확정 판결과 관련 "진퇴에 대해서까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정 사장의 무죄판결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사실상 사퇴에 대해서는 거부한 셈이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최 위원장이 정 사장의 해임에 관여했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던 만큼 정치적 결단을 촉구한다"는 이춘석 민주통합당 의원의 지적에 이같이 말했다.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지난 12일 정연주 전 사장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배임혐의 기소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정 전 사장은 2005년 KBS가 국세청을 상대로 낸 법인세부과 취소소송 1심에서 승소한 뒤 같은해 7월 항소심 진행중 서울고법의 조정권고에 응해 556억원을 환급받고 소송을 취하했다.

하지만 검찰은 항고심에서 승소했다면 KBS가 2천448억원을 돌려받을 수 있었는데, 정 전 사장이 연임을 목적으로 적자를 메우기 위해 소송을 포기, 1천892억원의 손실을 끼쳤다며 2008년 '배임' 혐의에 대해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이 사건이 빌미가 돼 KBS 이사회는 정 전 사장을 해임했고, 이 과정에서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 전 사장은 대법원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시중 위원장이 형사사건에 대해 무죄 확정판결이 나면 책임을 지겠다고 국회에서 두번이나 말했다"면서 최 위원장 책임론을 언급했다.

법사위에서 최 위원장은 "사퇴 문제를 말하는데, 법률적으로나 행정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책임져야 하는 문제인지 확실히 모르겠다"며 "좀 더 검토해보고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 정책보좌역 정용욱씨의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서도 "책임질 의사가 있냐"는 민주통합당 김학재 의원의 물음에 "여러가지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어느 하나도 실체가 없는 설에 불과하다"고 맞받았다.

"최 위원장이 여러 구설수에 올라 이명박 대통령의 입장을 어렵게 하고 있으며,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있는 것이 대통령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그런 시각을 갖고 있는 분들도 있고 아닌 분들도 있다"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