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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신' 김성근 "야구는 벼랑 끝에서 길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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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신(神)' 김성근의 못 다한 야구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아낸 ‘김성근이다’(다산북스)는 야구팬들에게 매우 반가운 책이다. 평생 야구인으로 살았던 김성근은 감독이었기 때문에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줬다. 김성근은 외로운 리더였다. 왜?

“외로운 게 리더니까.”

야구만 50년을 한 그에게 남은 것은 역시 야구뿐이라고 한다. 승부의 세계에서 만난 이들은 그에게 그저 라이벌이고 경쟁자였으며 싸워야 하는 존재였다. 팀이 절체절명에 빠졌을 때 감독은 혼자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것이 곧 선수를 위한 선택이어야 하며, 팀을 위해 옳은 길이어야 하기에 그는 야구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게 철저히 자신의 생활을 관리하다보니 지난 50년 세월을 함께 나눌만한 이가 없다는 것이 이해가 됐다.

그럼에도 그의 결론은 늘 똑같다. 외로운 리더라도 좋다. 매일 유니폼을 입고 운동장에 나갈 수만 있으면 ‘혼자 먹는 밥’은 얼마든지 상관없다. 선수들에게 ‘정신차려!’, ‘왜 똑바로 야구를 못해’라고 가르칠 수 있으면 족하다. 그게 바로 김성근이다.

◆우리 좋아하는 야구 오래 하자

“야구는 머리로 하는 것보다 몸으로 알아야 한다. ‘이제 알겠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가 아니라 몸과 정신이 야구를 할 때까지, 할 수 있을 때까지 해야 한다”

김성근의 야구는 혹독하기로 유명하다. ‘적당히’가 없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김성근은 ‘오래 야구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 승리에 만족하고 기쁨에 취하다 보면 밸런스가 깨지고 경기력이 약화된다. 야구는 혼자서 하는 경기가 아니라 팀 경기다. 선수 한 명의 나태가 자연히 팀의 승패에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김성근은 알고 있었다. 승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고 과정일 뿐이라는 것을. 2007년 한국시리즈에서 SK가 우승을 한 뒤 김성근은 곧바로 다음해 구상에 들어갔다. 선수들은 곧바로 겨울 캠프에 들어갔다.

‘빨리 가고 싶으면 혼자 가고, 멀리 가고 싶으면 함께 가라.’

조금 느리더라도 함께 오래 가고 싶은 마음에 김성근은 선수들을 혹사시킨다. 어제보다 오늘 더 최고로 만들기 위해서. 지독하게 훈련하는 과정에서만이 성장과 변화가 일어날 수 있으니까. 지옥훈련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오면 김성근은 ‘선수들이 얼마나 힘들까…’ 생각이 들지만 스스로를 담금질한다. 약해지지 말자고. 좋아하는 야구를 선수들과 함께 오래하고 싶으니까.

◆무정한 야구의 신도 두려울 때가 있다

그는 스타플레이어들처럼 화려한 야구 인생을 살지 못했다. 투수로서 팔을 혹사한 탓에 선수로 빛났던 시절도 짧았다. 가난하고 힘들게 야구를 했고, 늘 바닥에서부터 시작했다. 부진한 팀의 감독으로서 팀을 다시 일으켜야 했다.

김성근은 거북이처럼 살고 싶다. 거북이는 위기를 만나면 머리와 두 손, 두 발을 제 몸 안으로 깊숙이 웅크린다. 어렵다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거북이처럼 가만히 인내하고 고민하고 끝내 답을 찾고 싶다. 한발 한발 우직하게 내딛으면서 고민하고 때를 기다리며 살고 싶다. 고민하면서 세상과, 자신과 싸우다보면 살길을 찾게 된다고 그는 믿는 듯하다.

승리에 대한 의지만 있다면, 누구든 야구가 좋아 달려든다면 그는 그 선수가 성장할 때까지 1000개고 2000개고 공을 올려줄 수 있다. 그는 거북이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느린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 기다림조차 그는 두렵지 않다.

김성근 감독은 어렵고 힘든 때일수록 반드시 이기겠다고, 한계를 뛰어넘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경기에서 지는 날이면 숙소로 걸으면서 생각했다. 그때마다 그가 찾은 답은 ‘결국 나구나…’

힘들고 어려워도 나 자신이 진심으로 전력투구를 하는 것만이 살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진실이 아니라면 쳐다보지 않았고, 세상과 쉽게 타협할 수 없었다. 오해를 받을 때마다 속은 탔지만 그는 믿었다. 진심은 마라톤과 같은 거라고.

“삶에서 두려운 건 비판이 아니라 패배다. 인생의 즐거움 속에 들어가보라. 바깥에서 하는 말은 진짜가 아니다. 비판만 할 뿐이다. 진정한 즐거움을 아는 자가 끝끝내 승리할 수 있다.”

하지만 오직 야구만을 생각하며 야구에 대한 열정으로 세상과의 고독한 싸움을 이겨온 그에게도 두려운 것은 있었다. “세상에서 내가 없어지는 일”, “더 이상 야구를 할 수 없는 것”이다.

감독이기 때문에 무정할 수밖에 없었던 김성근의 가슴 속 이야기를 담은 책 ‘김성근이다’를 통해 독자들은 그의 절실한 야구 철학에 가슴이 뜨거워질 것이다.

/좋은 책의 발견 북스커버리 cbci 서하나 jindalae@cb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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