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미기자] 도도하게 콧대 높이던 백화점 업계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전방위 압박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업계에서는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지만 공정위는 이제부터 고삐를 바짝 쥐겠다는 심사다.
공정위는 8일 롯데, 현대, 신세계 등 3개 백화점이 지난달 분부터 소급 적용해 총 1천54개 중소납품업체의 판매수수료를 3~7% 포인트 인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업체별로는 롯데백화점이 403개, 현대백화점이 321개, 신세계 330개 등이다. 공정위는 3개 백화점과 현재 거래 중인 중소납품업체 중 50%가 혜택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의류·생활 잡화의 평균 수수료가 32% 선이었으나 이번 조치로 25~29%로 낮아지게 된다"며 "중소납품업체 절반이 이번 조치 혜택을 받게 됨에 따라 대기업의 수수료 인상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백화점 업계는 "공정위의 발표로 이번 사안과 관련한 모든 문제가 일단락 된 것으로 본다"면서도 "진행 과정에 있어서는 씁쓸한 마음을 지우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당초 공정위가 요구했던 것보다는 절반 정도의 손실을 보게 돼 다행"이라면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강제로 하게 하는 모습은 넌센스인 것 같다"고 불편한 마음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이번 판매수수료 인하는 지난 9월 6월 김동수 위원장과 11개 대형유통업체 CEO와의 간담회에서 합의된 내용을 백화점들이 '울자겨자 먹기식'으로 시행한 것이다.
당시 공정위와 대형유통업체들은 중소납품업체 판매수수료를 3~7%포인트 인하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백화점들은 판매수수료 인하는 매출 손실로 이어진다는 이유를 내세워 구체적인 이행안을 놓고 기싸움을 벌여왔다.
이에 공정위도 각종 압박카드로 백화점들을 판매수수료 인하를 채근했다. 공정위는 백화점의 절대 갑으로 불리는 명품업체의 판매수수료를 조사하는 한편 백화점이 해외명품업체와 중소납품업체사이에서 극명한 수수료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공개함으로써 국민 정서에 호소하기도 했다.
결국 백화점들은 공정위의 압박에 백기를 들고 중소납품업체들에 대한 판매수수료 인하를 결정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에 그치지 않고 고삐를 더욱 틀어 쥘 예정이다.
3개 백화점에 이어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3개 대형마트와 5개 TV홈쇼핑의 판매수수료 인하도 이달 중 조속히 완료할 예정이다. 그 외 대형유통업체에 대해서도 판매수수료의 자율적인 인하를 유도할 계획이다.
또 수수료 인하가 인테리어비·판촉비 등과 같은 추가부담의 상승으로 전가되는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수수료 실태와 추가부담 추이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공정위는 대·중소납품업체의 추가부담을 계속 완화해 나가기 위해 우선 상품거래없이 장부상으로만 매출을 일으키고 이에 따라 유통업체가 수수료를 취득하는 '가(假)매출'과 상품권 구입강요 등을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내년 1월1일부터 대규모 유통업법이 시행됨에 따라 올해 연말까지 유통업계의 거래실태를 조사하고 유통분야의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을 위해 대형유통업체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을 통해 유통업계에서 실질적인 동반성장을 이루겠다는 목표다.
공정위의 이 같은 의지는 지난 4일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이 출입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도 강하게 드러난다.
김 위원장은 "백화점 판매수수료 문제가 이번에 타결된다 하더라도 끝이 아니다"면서 "수수료 인하에 따라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것 같다. 그 부분은 연말까지 집중적으로 보며 필요한 부분에 대해선 (백화점 업계에) 2단계로 권유를 통해 유통업계에서 실질적인 동반성장이 되게 하겠다"며 의지를 분명히했다.
대형 유통시장의 공정 질서 확립을 위한 공정위의 칼날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긍해 지는 대목이다.
정은미기자 indi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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