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59만원 짜리 PDA가 어떻게 6만원에 팔릴까."
최근 6만원 짜리 PDA 폰 '셀빅XG'가 일부 대리점을 통해 집중 유통되면서 이 같은 가격파괴 현상이 어떤 경로로 가능했는지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번 가격파괴 방식이 의무사용금액이나 의무사용기간 등이 따라 붙던 종전의 상술과는 전혀 달리, 실질적인 가격파괴에 가깝다고 보여지기 때문.
특히 PDA폰의 경우 일반 PDA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LCD, 칩 등 각종 부품비용 이외에 통신을 위한 CDMA 모듈까지 장착해야 하기 때문에 공장출고가는 적어도 40만원대 중반은 되는데, 이런 제품이 6만원에 판매된다는 것은 거의 '상식'을 파괴하는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한편 이번 가격파괴 현상으로 인해 휴대폰 기능이 없는 일반 PDA 기종이 설 자리가 급속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 PDA 기종은 휴대폰 기능이 없지만 PDA폰 보다 시중에서 더 비싼 가격에 유통되고 있어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59만원 짜리가 6만원으로 둔갑할 정도로 극심해 지고 있는 PDA 폰의 가격파괴 현상이 정상적인 PDA 유통 가격을 어지럽히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 만큼 이번 가격파괴의 충격파가 클 것이라는 우려다.
◆ 둔갑술의 정체
토종 PDA 업체인 제이텔이 SK텔레콤의 PDA 전용 포털사이트 '네이트'를 위한 전용 PDA 폰으로 '셀빅XG'를 출시한 시기는 지난 1월 초. 당시 시판가는 59만원이다.
셀빅XG가 단숨에 6만원으로 둔갑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보통 휴대폰 시장에서 가격파괴가 이뤄지면 그 요인은 이동통신 서비스업체들의 보조금이 지급되거나, 해당 대리점에서 재고를 손해 보고 파는 '덤핑'에 나서는 등의 둘 중 하나다.
이에 대해 이번 셀빅XG의 가격파괴는 재고 소진을 위한 덤핑 차원은 아닐 것이라는 게 PDA 폰 유통업계의 중론이다. 현재 셀빅XG 물량을 판매하고 있는 대리점들 중에는 아직 물량을 제 때 공급받지 못해 예약판매만 하는 곳도 있기 때문.
따라서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보조금은 일반 휴대폰과 마찬가지로 출처에 따라 크게 3가지로 나눠진다. 이동전화사업자, 일반대리점, 제조업체 등 3가지 경로를 통해 보조금이 지급된다.
6만원에 팔리는 셀빅XG는 SK텔레콤의 단말기 구매가가 50여만원임 점을 감안하면 3개 출처에서 총 44만원 상당의 보조금을 냈을 것이라는 게 유통 업계의 분석이다.
보조금을 내더라도 이동전화 사업자와 대리점은 신규 가입자의 통신 사용료를 나중에 나눠 가지면서 보조금으로 손해를 본 금액을 충당할 수 있다. 이동전화 사업자들은 통신 사용료의 92~93%를, 대리점들은 7~8%를 나눠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제조업체는 단말기 매출액을 크게 늘려 여러 가지 부수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이점을 얻는다. 매출액이 늘어나면 금전적인 다른 이득을 챙길 수 있으며, 대량 제조 및 판매를 통해서는 부품 공급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것.
참고로, 이동전화 사업자가 최대한 쓸 수 있는 보조금의 액수는 20만~30만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리점의 경우에는 개통 수수료 2만~3만원, 제조업체는 마진 중 10만원 내에서 보조금을 쓰는 게 일반적이다.
제이텔은 그러나 일체 보조금을 쓰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어 이동전화사업자와 대리점, 제조업체 등에서 모두 보조금을 지급했는지 여부는 속단하기 이르다.
◆ 일반 PDA 입지, 갈수록 위축
PDA 폰의 시장 가격이 무너지면서 휴대폰 기능이 없는 일반 PDA 기종이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휴대폰 일체용 PDA인 셀빅XG 기종이 10만원 이하에 팔릴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어, 비슷한 사양인데 비해 휴대폰 기능이 없는 여타 기종은 가격 경쟁력을 크게 상실하고 있는 것.
셀빅 기종과 사양이 비슷한 PDA '팜'을 국내에 유통하는 세스컴 관계자는 "PDA 폰의 가격이 보조금의 위력으로 인해 큰 폭으로 낮아지고 있어 팜 기종 등의 일반 PDA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이텔도 마찬가지다. 셀빅XG의 가격급락 여파에 따라 휴대폰 기능이 없는 일반 PDA 기종의 판매가를 최근 잇따라 인하하고 있는 것.
박영훈 제이텔 사장은 "셀빅XG의 가격하락으로 인해 나머지 일반 기종의 가격인하는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반 PDA 기종의 판매가 인하에도 한계가 있다.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보조금을 주는 이동전화 사업자와 달리 자본력이 약한 전문 업체들의 경우에는 제조 원가 이하로 PDA를 팔 수는 없기 때문.
제이텔의 경우도 최신 기종인 셀빅XG가 6만원에도 팔리지만 셀빅XG보다 이전에 출시된 구 모델 '셀빅아이' 등은 20만원 중반에 팔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여하튼, PDA 폰의 가격파괴 파동으로 인해 앞으로 이동전화 사업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일반 PDA 기종의 입지는 갈수록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이관범기자 bum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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