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을 알면 중국이 보인다"
‘기회의 땅’ 중국이 우리를 향해 손짓하고 있다.
전 세계가 경기침체와 불황으로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서도 해마다 7~8% 경제성장을 이루며 선진 대국들을 위협하는 거대 중국. 인구 13억 명, 외환보유고 3천억 달러, 외자투자 2천300억 달러, 연간 무역흑자 150억 달러 등 외형적 인프라는 이미 선진국 수준이다.
또한 지난 말 11월 WTO(세계무역기구)가입과 올림픽유치 등 선진화 대열에 합류하면서 세계 경제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경제의 양적 성장과 함께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최근 몇 년 새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중국 IT산업이다. 분명 중국 IT 산업의 성장은 우리에게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지난 90년대 불었던 경공업 분야의 중국 특수 바람과 달리 중국 IT 시장은 기회인 동시에 잠재적인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풍부한 자원과 고급 인력, 빠른 성장 속도, 엄청난 기술 흡수력 등 중국 IT 산업의 잠재력은 중장기적으로 국내 IT 산업을 능가할 수 있는 힘으로 작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거대 시장 중국을 공략하기 위한 보다 효과적인 해법은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그 해답은 바로 ‘또 다른 중국’ 대만에 있다.
실제로 중국 경제 부흥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 연안 지역은 대만의 복사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만은 세계가 중국 경제를 주목하기 이전부터 중국에 진출해 왔다. 90년대 이 후부터는 금융과 IT 산업 분야에서 다른 어떤 나라들보다 긴밀한 교류 관계를 유지해 왔고 가장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어 왔다. 중국 진출을 위해 전략적 벤치 마킹 대상으로 대만 이상이 없다는 것이 국내외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 대만 IT 산업의 현재와 주력 분야
대만은 좁은 국토와 과밀한 인구, 부족한 자원 등 천연적인 환경 조건 때문에 전통적으로 정밀전자, 컴퓨팅 등 고부가가치 산업을 집중 육성해 왔다. 그 결과 아시아는 물론 세계적인 IT 선두 국가로 성장했다.
대만이 IT 산업에서 가장 큰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분야는 컴퓨팅과 반도체 주문 생산을 담당하는 파운드리 분야이다.
대만은 컴퓨터 생산부문에서 한때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할 정도로 막강한 경쟁력을 자랑했다. 최근에는 양적인 팽창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에 밀려 4위로 내려앉았지만, 여전히 컴퓨팅 관련 기반 기술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모니터, 메인보드, 네트워크 카드 등 PC 부품 분야에서 세계 시장의 60~80%를 차지하고 있는 하드웨어 강국이다.
대만은 비메모리 반도체를 수탁 생산해 주는 소위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 역시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대만 파운드리 산업을 이끌고 업체는 타이완 세미컨덕터 매뉴팩처링(TSMC)과 유나이티드 마이크로 일렉트로닉스(UMC) 2개사.
이들 업체는 지난 10년 동안 전문화 체제를 구축, 전세계 파운드리 수주량의 75%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으며, 분야별 전문화 정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대만의 이동통신 서비스는 1989년 시작되었지만, 아시아 인접 국가인 홍콩, 싱가포르에 비해 발전속도가 다소 더딘 편이었다. 그러나 지난 1997년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 자유화를 계기로 1998년에 신규 무선 사업자들이 진출하게 되었다.
이후 대만의 이동통신산업은 4년간 114%라는 높은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대만의 이동통신 가입자수는 2000년 1월 30일 기준으로 1천230만 명을 돌파했으며, 이는 1천208만 명이던 유선가입자 수를 넘어선 것이다.
2000년도 대만의 이동통신 시장의 가치는 전년 대비 170% 증가한 12억 달러로 추정된다. 휴대폰 단말기를 포함한 무선 제품은 전체 대만 내 통신산업의 약 23%(3억 7천340만 달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대만의 이동통신 산업은 원천 기술의 미비와 노키아, 에릭슨, 루슨트 등 외국업체들의 진출로 인해 상대적으로 대외 경쟁력은 빈약한 편으로 평가되고 있다.
◆ 대만 IT 부문의 대중국 진출 상황
대만은 2000년 기준으로 전세계 노트북 PC의 53%, 데스크톱 PC의 25%를 공급하는 IT 산업 강국이다. 그러나 실체를 알고 보면 대만이 얼마나 중국과 밀접한 협력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전세계 스캐너의 93%는 대만 기업이 만들지만 이 중 80%는 중국에서 제조된다. 마찬가지로 전세계 모니터의 절반 이상이 대만 제품이지만 그 중 45% 가량을 중국이 맡고 있다.
대만 기업들의 대 중국 투자는 지난 2년 동안 100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 이 중 대부분이 첨단기술 부문이다. 특히 중국과 대만의 WTO 동시 가입으로 교역 규제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 만큼 대만 기업의 중국 투자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 진출에 있어 대만의 민간 산업체들은 핵심 기술 분야는 자국 내에서 계속 유지, 발전시키되 노동 집약성이 강한 생산 분야는 중국으로 이미 상당부분 이전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대만 주요 PC 기업이랄 수 있는 콴타(Quanta), 에이서(Acer), 비아(VIA), 컴팩 타이완 등은 이미 생산 라인의 40% 가량을 중국 본토로 이전했다. 이를 통해 얻는 생산액은 매년 5천억 달러에 이를 정도.
대만 업체들에게 있어서 중국 진출은 사활이 걸린 문제다.
자국 내의 높은 생산비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인건비와 생산 비용이 낮은 중국으로 옮겨갈 수 밖에 없는 것. 중국과의 협력 없이는 더 이상 세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 대만 기업들이 처해 있는 상황이다.
중국을 향한 대만 업체의 행렬은 노키아나 델 컴퓨터 같은 유력 기업들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대만 업체들은 중국 장쑤성 쿤산에 2천500개, 쑤저우에 3천개, 광둥성 동관에 4천000개의 생산 공장을 갖고 있다.
분석가들 역시 중국시장이 대만의 IT 업체들에 있어 매력적인 시장을 부상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가트너의 분석가 도로시 라이는 "지금까지 단순 생산기지 역할에 머물렀던 중국이 최근 몇 년간 급속한 IT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대만과 동반자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며 "정치적인 문제와는 별도로 중국과 대만의 이러한 윈-윈(Win-Win) 전략은 당분간 세계 시장에서 큰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추현우기자 fineappl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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