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기자] 직장인 김씨(38세)는 최근 드라마에 빠져 산다. 하지만 매번 야근과 회식이 겹쳐 본방송을 놓치기 일쑤다. 귀가하며 DMB로 방송을 챙겨볼 때도 있지만 작은 화면과 끊김 현상 때문에 불편하다.
김씨는 놓친 드라마를 한시라도 빨리 보고 싶지만 디지털케이블TV의 다시보기 서비스는 업데이트가 다소 느린데다가 본방 직후 얼마간은 유료인 까닭에 선뜻 구매하기가 꺼려진다.
고민 끝에 김씨는 디지털케이블TV의 'PVR(Personal Video Recorder)' 서비스를 신청했다. 원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셋톱박스에 예약 녹화해놓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시청할 수 있어 김씨는 월 3천원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다.
김씨처럼 원하는 방송 콘텐츠를 자유자재로 시청하고자 하는 이들이 프리미엄 녹화 서비스인 PVR에 눈을 돌리고 있다. PVR은 유료방송 셋톱박스 하드디스크에 방송 프로그램을 녹화,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는 차세대 녹화기기다.
케이블TV방송사 CJ헬로비전, 씨앤앰이 지난해부터 디지털케이블TV 고객을 대상으로 PVR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가입자는 아직 많지 않다. CJ헬로비전 4만명, 씨앤앰 2만명 정도다.
HD프리미엄 상품에 3천~4천원을 더하면 PVR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데, 여타 방송 상품 보다 요금이 비싼 까닭에 적극 권할 수 없다는 게 각 업체 마케팅 담당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별도의 마케팅 없이 이용자들의 입소문만으로 가입자가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입소문 확인해보니…
8일 디지털케이블 프리미엄 서비스가 얼마나 나아졌는지 알아보기 위해 씨앤앰의 PVR을 사용했다.
PVR 기능이 추가된 셋톱박스는 일반 디지털케이블TV 셋톱과 크기 차이가 거의 없다. 전용 리모콘과 사용자 인터페이스(UI)만 몇분 간 익힌 후 방송을 녹화했다.
지상파 방송, 케이블 채널 구분없이 1개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동시에 다른 채널을 녹화할 수 있었다. TV 시청 중 리모콘의 'OK' 버튼을 누르면 채널안내 문구가 나오고, 프로그램 중 하나를 고른 후 다시 같은 버튼을 누르니 녹화가 시작됐다.
대부분 늦은 밤 시간 본방송을 하는 케이블TV 드라마를 시리즈 통째로 녹화 예약했다. E채널에서 매주 목요일 밤 11시 방송되는 드라마 '빅히트'를 선택, 시리즈 전체 녹화 기능을 설정했더니 녹화 예약 목록에 해당 드라마가 추가 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영화를 녹화해보았다. 몇 시간이 흐른 후 녹화된 영화를 메뉴에서 간편하게 선택, 곧바로 시청 가능했다. 케이블 영화들은 중간 광고가 포함돼있는데, '빨리감기' 기능을 이용해 광고를 빨리 흘려보낼 수 있어 편리했다. 호기심이 생겨 성인 채널을 녹화해봤더니 되지 않았다.
방송을 얼마나 저장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씨앤앰의 경우 320GB 용량을 제공하고 있어 일반화질(SD) 130시간, 고화질(HD) 방송은 65시간까지 녹화할 수 있다. 씨앤앰은 향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녹화할 수 있는 제어 기능을 선봴 계획이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PVR은 단순히 입소문 만으로 가입자가 늘고 있는 케이스"라며 "PVR 사용자들은 그 편리함 때문에 VOD는 오히려 안보게 보는 시청패턴이 생길 정도"라고 말했다.
씨앤앰 관계자는 "PVR의 다양하고 편리한 녹화기능을 이용해본 고객들의 입소문을 통해 가입자가 늘고 있다"며 "좋아하는 TV프로그램을 마음껏 원하는 시간에 즐길 수 있어 킬러 프리미엄 서비스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주기자 hann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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