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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약, 슈퍼서 팔아라"…제약사 다른 '입장', 더 큰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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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제약 '난색'·동화약품 '안도'·광동제약 '긴장'…중소형 제약사들은 도약 발판

[정기수기자] 정부가 박카스 등 48개 일반의약품을 의약외품으로 전환해 약국외 판매가 가능토록 추진함에 따라 해당 제품을 보유한 제약사들은 각기 다른 고민에 휩싸이며 저마다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8일 48개 품목을 의약외품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의약외품 범위지정 고시' 개정안에 따르면 동아제약의 '박카스', 삼성제약의 '까스명수' 등 당초 알려진 44개 일반약에 광동제약의 '광동위생수', 동화약품의 '까스활명수 라이트'·'까스활명수 소프트', 동방제약의 '카스칼크림' 등 4개 품목이 추가돼 총 48개 일반약이 의약외품으로 전환된다.

최대의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외부 관측과는 달리 동아제약 내에서는 오히려 위기감이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박카스가 약국이 아닌 슈퍼 등 소매점에 판매될 경우 기존의 '약'이라는 이미지가 가진 신뢰도의 실추가 우려된다. 또 일반약 슈퍼판매에 대해 격렬히 반대하고 있는 약사들의 눈치도 봐야 한다.

여기에 지난 28일 이동욱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이 설명회를 통해 "박카스 등 의약외품으로 전환되는 제품을 약국에서 계속 판매할 경우, 약국외에서 판매될 수 있도록 제약회사에 행정 협조 요청을 할 것"이라고 밝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다.

동아제약은 '기존 약국 판매망의 유지가 원칙'이라며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약국 판매를 고집할 경우 '국민 편의'를 앞세운 정부 방침에 정면으로 대치되는 것이라 더욱 입장을 쉽사리 정하지 못하고 고심하는 분위기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복지부의 공식 요청이 아직 접수되지 않았다"면서도 "박카스의 의약외품 전환 이후 릴레이 회의를 하면서 향후 대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아무것도 없다"고 조심스럽게 입장을 밝혔다.

반면 '까스활명수'를 보유한 동화약품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애당초 44개 일반약 의약외품 전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까스활명수가 이번에 포함됐지만 '까스활명수큐'가 아닌 이미 생산이 중단된 '까스활명수라이트액'과 '까스활명수소프트액'이라는 점에서 부담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동화약품은 약국 유통을 지속할 수 있게 돼 일단 안도하는 입장이다.

'비타500', '옥수수수염차' 등으로 이미 슈퍼마켓 등의 유통망을 닦아놓은 광동제약의 경우는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일단 타 제약사보다 선점해 놓은 유통망을 이용하면 단기간 내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슈퍼마켓 등에서 같은 드링크제인 박카스 등과 경쟁 구도에 놓일 경우 어느 정도 타격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박카스와 비타500이 슈퍼마켓 진열대에 나란히 놓일 경우, 단순한 비타민음료라는 이미지의 '비타500'보다 피로회복제라는 약 이미지가 강한 '박카스'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복지부는 향후 슈퍼판매가 가능한 음료형태의 일반의약품을 추가·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사실상 경쟁 없이 약국외 시장을 독점해왔던 '비타500'은 박카스 등과 가격 경쟁이 불가피해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박카스는 피로회복제 성격이고, 비타500은 건강음료라 소비자층이 다르기 때문에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광동제약은 향후 박카스 등의 슈퍼 판매 여부나 추이 등을 지켜본 뒤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한편, 동아제약 등 해당 제약사들 대부분이 일단은 외견상 약사들의 반발 등을 우려해 쉽사리 입장을 결정하지 못하는 모습이지만, 결국은 새로운 수익원인 약국외 판매를 위한 유통망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의·약사간 합의가 쉽지 않아 일반약 슈퍼판매 확대가 빠르게 이루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국민편의'라는 필요성을 내세운 정부의지와 건강보험 재정 절감 등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으로 약국외 판매 품목 확대로 수혜 품목 및 업체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대형 제약사들에 비해 일반약 품목이 적은 중소형 제약사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약사들의 반발에 크게 신경 쓸 이유가 적고, 특히 슈퍼마켓 등 진출을 도약의 계기로 삼을 수 있기 때문에 일반약 약국외 판매에 보다 적극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동아제약의 경우는 박카스 외에도 판피린, 비겐크림톤 등을 포함해 다수 일반약이 있지만 까스명수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제약은 쓸기담 밖에 없다"며 "대형브랜드를 갖고 있는 제약사보다 약사들의 반발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슈퍼 진출이 용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현재 제약사들이 제각각 다른 입장 때문에 초기에는 약사들의 반발 등으로 다소 슈퍼판매가 주춤할 것으로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일반 유통으로 나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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