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이균성 특파원] 미국 연방무역위원회(FTC)가 검색 시장에서 구글의 독점 행위를 조사하기로 해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이번 조사가 길어질 것으로 보여 구글이 '제2의 마이크로소프트'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구글 투자자 사이에서 번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경우 20년 넘게 반독점 조사를 받느라 곤욕을 치러야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로이터는 관련 기사를 통해 "래리 페이지가 빌 게이츠에게 전화를 걸어 자문을 구해야 할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을 종합해보면, 구글은 지난 24일 홈페이지를 통해 FTC로부터 소환장을 받았다고 시인했다. 22일 월스트리트저널이 FTC가 구글을 조사할 것이라고 보도하자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구글 펠로우 연구원인 아미트 싱할은 이날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FTC 조사에 협력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구글이 검색과 관련해 반독점법을 위반하며) 잘못한 게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FTC 조사에 당당하게 맞서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하지만 구글 투자자들은 규제당국과 맞서 반독점 법정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구글에 유리할 게 없을 것으로 보고 이를 우려하는 상황이다. MS가 장기간의 반독점 분쟁으로 결국 경쟁력을 잃은 측면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MS는 운영체제(OS)의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다른 분야에서도 경쟁을 저해시켰다는 이유로 20년 가까이 규제당국과 겨루다 결국 2002년에야 이 문제를 해소했다. 또 지난달에야 규제당국의 감시를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MS는 결국 IT 시장에서 주도권을 애플과 구글 등에 넘긴 상황이다.
MS에서 반독점 이슈가 이처럼 장기화한 것은 빌 게이츠가 규제 당국의 제재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MIT 마이클 쿠수마노 교수는 "빌 게이츠는 (독점 규제에 대하여) 단지 성공했기 때문에 처벌을 받는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며 "끝내 반독점 재판에서 헤어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로이터가 "래리 페이지는 빌 게이츠에게 전화를 걸어야 한다"고 쓴 것은 지금쯤 빌 게이츠는 과거에 독점 이슈를 장기화한 것에 대해 후회할 수 있고, 그 조언을 통해 현명하게 대처할 것을 주문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지금으로썬 래리 페이지가 빌 게이츠보다 독점 이슈에 대해 얼마나 잘 헤쳐나갈 지를 판단해볼 만한 상황은 아니다. 다만 래리 페이지의 경우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고 고집도 센 편으로 알려지고 있고, 이런 기질 때문에 독점 이슈에 대해 물러섬 없이 대처해날 가능성이 더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래리 페이지는 실제로 미국 상원 반독점 분과위원회가 검색 시장에서의 경쟁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래리 페이지와 에릭 슈미트의 증언을 요구했지만 이를 거절한 바 있다. 쉽사리 규제당국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방증이다.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이점 때문이다. 규제당국에 대항하려는 구글의 의지가 사태를 장기화시키고 이는 결과적으로 규제당국과 조기에 타협을 하는 것보다 구글에 더 큰 손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로펌인 코젠 오코노의 멜리사 맥스맨 반독점 파트 공동의장은 "조사가 길어질수록 비즈니스와 주가에는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이번 FTC 조사는 과거 인수합병에 대한 독점 여부 판단과 달리 구글의 핵심 비즈니스인 검색 분야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시간이 길어지고 그로인한 파급 효과 또한 더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럽연합 유럽위원회(EC)와 텍사스 법무장관은 이미 지난해에 이 부분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상태이다.
BGC 파트너스의 콜린 길리스 애널리스트는 "FTC 조사는 시작에 불과할 뿐"이라며 "구글은 지금 안전한 처지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규제당국이 핵심 사업을 건드리는 것은 아주 우려할 만한 일"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로스앤젤레스(미국)=이균성 특파원 gslee@inews24.com>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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