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게 사는 것이 화두다. 건강은 은행에 넣어뒀다가 급하면 다시 빼내 쓸 수 없기 때문에 평소 꾸준한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건강에 이상이 생긴 다음 후회해 봐야 그때는 이미 늦다.
평소 잘 먹고 열심히 운동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건강하고 활력있는 생활을 위해서는 자신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적절한 의약품의 규칙적인 복용도 간과할 수 없다.
◆"큰 세상을 바꾸는 조그마한 약 이야기"

하루에도 10여종의 의약품이 나왔다 사라지는 요즘에도 100년을 넘게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장수의약품이 있다.
바로 올해로 발매 114년을 맞은 동화약품의 액체 소화제 '부채표활명수'다.
국내 최초 등록상품으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된 바 있는 부채표 활명수는 114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 최고(最古)의 브랜드이자 소화제의 대명사다.
활명수(活命水)는 '생명을 살리는 물'이라는 의미로 11가지 순수생약성분으로 제조해 과식, 소화불량, 식체 등에 탁월한 효능을 발휘하면서 4세대에 걸쳐 '국민약'으로 자리잡았다.
#1 "활명수는 원래 궁중에서 쓰던 약이었다?"
활명수는 1897년 당시 궁중에서 사용되던 생약비방에 양약의 장점을 취해 국민에게 보급하기 위해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양약인 동시에 신약이다.
활명수 개발자인 민병호 선생은 선전관(임금을 측근에서 보필하는 무관)으로 궁중에서 사용되는 여러가지 비방을 익히 알 수 있을 만큼 한약 지식에 능통했다. 그는 이러한 궁중비방을 일반 백성이 다리지 않고 복용할 수 있도록 양약의 장점을 취해 혼합처방을 완성했고, 이렇게 탄생한 것이 활명수다.
이 시기는 미국 선교의사이자 고종황제의 전의였던 알렌이 국내에 경이적인 서양의약을 선보인 지 10여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활명수의 개발은 대한민국 제약업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며 "제조회사의 설립을 통해 브랜드를 갖고 판매되었다는 사실 역시 대한민국 자본주의와 브랜드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2 "왜 하필 소화제였을까?"
수많은 약 중에 유독 소화제인 활명수가 처음으로 만들어진 이유는 짜고 맵고 급하게 많이 먹는 고질적인 한국인의 식습관 때문에 가장 흔한 질병이 위장장애, 소화불량이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약이라고는 달여 먹는 탕약밖에 몰랐던 시기였다. 약을 구하기 힘들어 심지어는 급체, 토사곽란 등으로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았다.
한성지역에서 의료 활동을 하던 선교의사 에비슨(O.R. Avison)은 한국인이 많은 양의 식사를 매우 빨리 먹기 때문에 위장병이 많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평양 지방의 선교의사 웰즈(J.H. Wells)도 이와 유사한 의학 보고를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소화불량에 효과가 있으면서도 복용이 간편한 활명수는 이름처럼 '생명을 살리는 물'로 민간에 널리 알려졌다.
구한말 한국을 방문했던 여행가 비숍은 "한국 사람들이 활명수를 만병통치약으로 먹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해방전까지만 해도 60㎖짜리 활명수 1병값은 50전으로 꽤 비싼 편이었다. 이 돈은 당시 설렁탕 두 그릇에 막걸리 한 말값과 맞먹는 수준이었다.
때문에 당시 기준으로 7세 미만 어린이의 경우 1회 1∼3㎖를 복용토록 돼 있던 활명수는, 한번 구입하면 며칠을 아껴두고 속이 답답하거나 급체시에만 복용했다고 전해진다.
◆4개 부문 기네스북 등재…'부채표 활명수' 캠페인 전개로 국민 소화제 자리매김
'활명수'를 생산 및 판매하고 있는 동화약품은 114년이라는 세월을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상호로 동일한 제품을 만들며 전통을 유지해 온 국내 최장수 상장 기업(000020)이다.
동화약품은 지난 1996년 한국기네스협회로부터 국내 최고의 제조회사 및 제약회사 등 4개 부문에 걸쳐 기록을 인정하는 인증서를 받았다.
동화약품은 1897년 9월 25일 창립한 이래 동일장소(중구 순화동 5번지)에서 동일상호(同和), 동일제품(活命水)을 유지해 최고(最古)의 제조회사 및 최고(最古)의 제약회사가 됐으며, 활명수도 국내 최장수 의약품으로 기록됐다.
특히, 활명수는 1910년 12월 16일 특허국에 등록(등록번호 제43895호)된 국내에서 '최고(最古)'의 등록상품이다. 또 1910년 8월 15일 특허국에 등록된 부채표(등록번호 514) 역시 가장 오래된 등록상표다.
활명수는 이처럼 오랜 역사만큼 많은 유사 제품과 치열한 생존 경쟁을 펼쳐온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1910년대에도 활명회생수(活命回生水), 활명액(活命液), 생명수(生命水) 등 60여종의 유사 제품이 난립했으며, 1990년대까지도 활명수의 유명세를 등에 업고 유사품들이 속속 생겨났다.
이에 따라 동화약품은 1990년대 중반부터 '부채표 캠페인'으로 브랜드 차별화에 나서는 한편, 소비자들의 신뢰 강화와 소화제 대표브랜드로서 입지를 확고히 하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을 전개했다.
이같은 전략적 마케팅의 일환 중 하나가 '부채표가 없는 것은 활명수가 아닙니다'라는 광고 카피다.
이와 관련, 회사 관계자는 "제품 이름은 비슷하게 할 수 있어도 동화약품의 고유 브랜드인 부채표 상표만큼은 따라 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국내 광고역사에도 성공캠페인으로 불리는 '부채표 캠페인'을 10년 넘게 진행해 오면서 소비자들의 인식 속에 '활명수=부채표=오리지널'이라는 공식을 각인시키는 데 성공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2008년부터는 '112년 된 소화제', '구한말 왕들이 마시던 소화제', '독립운동 자금을 대던 소화제'라는 활명수만의 특징을 시리즈 형식을 차용해 광고했다.
이에 대해 그 동안의 효능.효과 위주 광고에서 벗어나 활명수만의 핵심 가치를 부각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게 됐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대한민국 1% 가치 브랜드' 선정…올초 무보존제 웰빙소화제로 재탄생
활명수는 2009년 3월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이 실시한 2009년도 제 11차 한국산업의 브랜드파워(K-BPI) 조사에서 '대한민국 1% 가치 브랜드'에 선정돼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대한민국 1% 가치 브랜드'란 가격에 비해 가치가 높으면서 가격 프리미엄이 높은 브랜드를 말한다.
KMAC 관계자는 "소비 위축이 이어지는 요즘 같은 경기 침체기에 소비자들은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상품을 선호하게 마련이며, 적은 비용으로 높은 가치를 누리기 원하고 있다"면서 "상위 1%의 가치를 가진 브랜드로 뽑힌 것은 가격 대비 만족도도 높고 품질에 대한 기대치, 즉 가격 프리미엄도 높은 브랜드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 입장에서 단순히 가격이 저렴하다고 느껴질 뿐 아니라, 적은 비용으로 큰 가치를 느끼고 품질도 우수하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 소화액제(건위소화제) 시장은 500억원을 조금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활명수는 아선약, 육계, 정향, 육두구, 건강, 진피, 후박, 고추틴크, 엘멘톨 등의 순수생약성분으로 제조되는 것은 변함이 없지만, 1967년 기존 활명수의 약효에다 탄산가스를 첨가해 청량감을 보강한 '까스활명수'를 발매한데 이어 1989년 '까스활명수-큐'를 발매해 활명수의 브랜드 확장을 추진해 왔다.

특히 올해 초 동화약품은 보존제를 제거한 '까스활명수-큐'를 출시했다.
그동안 제약업계에서는 음료의 변질을 막기 위해 드링크 제품에 첨가하는 보존제 성분의 유해성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이 제품에는 보존제 성분인 '벤조산나트륨', '파라옥시 벤조산메틸', '파라옥시 벤조산프로필' 3가지를 모두 제외했다.
동화약품은 지난 2007년부터 무보존제 제품 생산에 대한 연구, 개발에 착수한 바 있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기존 제품의 보존제 함량도 기준치에 부합했지만 소비자 의견을 적극 수렴했다"면서 "무보존제 까스활명수 큐는 까스활명스 특유의 맛과 향을 그대로 간직하면서도 보존제 성분은 제외된 웰빙 소화제"라고 설명했다.
까스활명수-큐는 현재 액제 소화제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중인 장수 제품으로 소비자 편의를 위해 낱개 판매 뿐만 아니라 10개들이, 20개들이 박스 등 다양한 단위로 판매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편의를 더했다.
◆'지구 24바퀴' 81억병 누적 판매…변함없는 '약효'가 비결
현재 활명수는 연간 1억병 생산, 연매출 400억원, 시장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며 제약업계 스테디셀러로 꾸준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껏 판매돼 온 수량만 81억병이며, 이는 활명수 병을 일렬로 나열했을 때 지구 24바퀴를 돌 수 있는 양이다.
특히 활명수가 이처럼 오랜 기간동안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데에는 변함없는 약효와 빠른 효과가 이유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114년간 No.1 액체 소화제 브랜드로서의 위치를 지킬 수 있었던 비결은 브랜드를 지키기 위한 노력과 마케팅 전략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약효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제약업계는 같은 상표와 제품명으로 100년을 넘게 판매해 오면서 이같은 매출을 올리는 것에 대해 매우 경이롭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활명수값은 10년전이나 오늘날이나 큰 변화가 없는 것이 특징"이라며 "국내 최초의 의약품답게 지금도 액체 소화제의 대명사로 자리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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