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야, 캠코더야…디카-디캠 경계가 무너진다

[박웅서기자] 디지털 카메라와 디지털 캠코더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풀HD 동영상 촬영, 3D 동영상 촬영 등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는 카메라가 늘어나는가 하면, 반대로 디지털 카메라의 장점을 채용한 캠코더도 등장하고 있다.

각각의 장점만을 살려 제품을 개발하던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여러 기능들이 서로 교차 탑재되며 컨버전스 기기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부가 기능으로 인해 더 유명해진 제품도 나타났다.

고화질의 동영상 촬영 기능은 최근 디지털 카메라의 필수 기능으로 급부상했다. 덕분에 DSLR은 물론 미러리스 카메라와 콤팩트 카메라를 통해서도 풀HD급의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디지털 카메라로 동영상을 촬영할 경우 카메라의 여러 가지 이점을 살릴 수 있다.

우선 카메라 자체가 작고 가벼워서 가지고 다니기 편리하다. 특히 DSLR로 동영상을 촬영할 경우 다양한 렌즈를 필요에 따라 바꿔가며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각 카메라 업체들이 자랑하는 고유 색감을 살려 촬영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 관계자는 "캐논의 플래그십 DSLR 카메라 'EOS 5D Mark II'의 경우 처음엔 동영상 촬영 기능을 중점으로 보고 나온 제품이 아니었다"며 "그러나 특유의 색감 덕분에 다큐멘터리는 물론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동영상 촬영 장비로 사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출시되는 제품은 대부분 풀HD급 동영상 촬영을 지원하기 때문에 화질면에서도 부족함이 없다.

반면, DSLR의 장점을 채용한 디지털 캠코더도 있다.

소니코리아가 지난해 선보인 핸디캠 '넥스-VG10'은 렌즈교환이 가능한 DSLR의 장점과 영상 촬영에 최적화된 캠코더의 장점이 혼합된 제품이다. 넥스-VG10은 소니 넥스 라인의 E마운트 규격 렌즈를 장착할 수 있고, 어댑터를 사용하면 알파마운트 렌즈도 사용이 가능하다.

이 외에도 최근 캠코더 제품들은 동영상 촬영을 하는 도중 멈추지 않고 스틸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능들을 채용하며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반면, 디지털 카메라는 아직 동영상 촬영 시간에 제한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DSLR 카메라 D7000을 포함한 니콘 제품은 최대 20분간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더 긴 동영상을 원한다면 영상들을 여러 개 촬영해 하나로 이어야 했다. 소니 디지털 카메라의 연속 촬영 시간은 최대 30분이다.

이유 중 하나는 이미지 센서의 과열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동영상 촬영에 최적화된 디지털 캠코더 센서와 디지털 카메라에 쓰이는 이미지 센서는 차이가 있다"며 "상황에 따라 적정 시간이 다르겠지만 캠코더처럼 오래 동영상을 촬영하면 무리가 갈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초기 동영상 기능을 탑재했던 콤팩트 카메라는 센서 크기가 작아 발열에 큰 문제가 없었지만, 고화질을 위해 큰 이미지 센서를 사용하는 DSLR의 경우 캠코더처럼 장시간 동영상 촬영시 센서가 과열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과거 디지털 캠코더에 관세가 붙었던 것도 일정 부분 원인이 됐다.

일반적으로 DSLR 등 디지털 카메라 제품은 수입관세가 붙지 않는 무관세 제품이다. 반면 관세청은 WTO 협정에 따라 2000년도부터 디지털 캠코더로 분류되는 제품에 8%의 관세를 부과해왔다.

여기서 디지털 카메라와 캠코더를 나누는 주요 기준 가운데 하나가 동영상 촬영 시간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분류 기준이 있지만 보통 30분 이상 동영상 연속 촬영이 가능하면 카메라가 아닌 캠코더로 취급된다.

그는 이어 "2007년부터 국내에서 디지털 캠코더에 대한 관세가 폐지돼 지금은 큰 의미가 없다"면서도 "캠코더로 분류되면 제품 가격이 더 비싸지기 때문에 과거에는 이를 피하기 위해 동영상 촬영 시간에 제한을 두기도 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