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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영 사장 "스마트폰용 게임시장 폐쇄, 미래가치 갉아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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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콘텐츠 경쟁, 국내 시장 만들어져야 따라갈 수 있다"

[박계현기자] '백초미학(百秒美學)'. 컴투스 복도의 현판엔 생소한 사자성어가 걸려있다. '100초라는 짧은 시간에 이용자가 게임에 재미를 느끼게 만들겠다'는 모바일 게임회사 컴투스의 다짐이다. 컴투스의 박지영 사장을 만나 스마트폰 이용자수 1천만명 시대의 고민과 화두를 나눴다.

박지영 사장은 "지난 12년을 돌아보면 3~4년 계기로 항상 변화가 있었지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스마트폰이라는 플랫폼 변화가 모바일게임 역사상 가장 큰 변화"라고 평가했다.

스마트폰 플랫폼은 전세계 이용자를 상대로 콘텐츠를 판매할 수 있는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를 불러왔다. 그러나 정작 한국은 이 시장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11일 게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글로벌 디지털 콘텐츠를 유통하는 사업자가 자율심의를 통해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는 길이 드디어 열렸다.

박지영 사장은 "시기적으로 많이 늦어지긴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동의한 바가 결과에 반영된 것 같다"며 컴투스의 오픈마켓 진출을 위한 첫 실마리가 풀린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 사장은 "현재 애플 앱스토어에 15개의 컴투스 게임이 출시돼 있지만 국내 출시는 하나도 못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국내 시장 폐쇄로 연간 수백억 손해보지만, 더 큰 피해는…"

글로벌 오픈마켓의 게임 카테고리가 열리지 않아서 컴투스가 놓치는 금액은 연간 수십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컴투스가 SK텔레콤의 T스토어를 통해 월 수억원의 매출을 거둬들이는 것을 감안하면 시장 규모가 더 큰 앱스토어에서 게임을 판매했을 경우 얻을 수 있는 매출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박지영 사장은 "단지 얼마의 경제적인 손실이 문제가 아니라 문화 콘텐츠 산업의 미래 가치를 갉아먹히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아이폰이 나오기 이전에는 아이폰 자체를 수급하기가 굉장히 힘들었는데 지금은 콘텐츠 유통의 길이 막히면서 한국에 있는 IT기업이나 스마트폰 시장을 보고 준비한 개발자들이 글로벌 수준의 콘텐츠를 충분히 참고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이 열리지 않는 상태에서 국내 모바일게임 개발 주체들이 글로벌 콘텐츠 경쟁의 방향성이나 강도에 대한 감을 잡기 어렵다는 것.

박지영 사장은 "해외에선 온라인·모바일이 크로스플랫폼으로 엮여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 등 비즈니스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를 따라가기에 한국업체로서 고충이 많다"고 토로했다.

그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은 구조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단일회사가 이뤄내기 힘들다"며 "전체 시장이 만들어져야 관련 산업도 생길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셧다운제'는 게임산업 몰이해의 결과물

박지영 사장은 "게임법 통과가 보류됐을 땐 큰 벽이 하나 있고 그 벽을 넘는 것이 참 힘들어 보였다"며 게임법 통과에 대한 소회를 밝혔지만 한 시름 덜었다고 생각했을 때 '새로운 벽'이 나타났다.

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이용을 제한하는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에 모바일게임이 포함된 것이다. 박 사장은 이를 두고 "더 큰 벽을 만났다"고 표현했다.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이 규정하는 네트워크 사업자에는 스마트폰용 게임 뿐 아니라 피처폰용 게임, IPTV,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콘솔 게임, 페이스북,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각종 웹게임들이 모두 포함된다.

박지영 사장은 "'셧다운제'로 국내 게임을 막을 수 있을진 몰라도 전세계의 게임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산업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게임시장은 한국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외국게임을 수입하던 시장에서 현재 모습으로 성장한 거예요. MS, 소니 등 글로벌 기업들이 게임산업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한국의 온라인게임을 막을 경우 한국 시장이 죽을 뿐이지 게임시장이 없어질까요? "

이 중 스마트폰용 게임은 게임 카테고리가 열리지 않을 경우 시장 자체가 없기 때문에 청소년 뿐 아니라 성인까지 그 대상으로 포함되고 24시간 내내 '셧다운제'가 적용되는 셈이다.

박 사장은 "여성가족부 측에선 '스마트폰 시대가 왔으니 새로운 플랫폼에서도 과몰입 이슈가 생기기 전에 처음부터 차단한다'는 식의 논리를 내세우는데 모바일게임은 통상 화면이 좀 작고 배터리 문제도 있기 때문에 긴 시간 하기 힘들다"고 반박하며, "과몰입에 대한 기준이 모호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수준 높은 소비자, 지근거리에 두고도 시너지효과 못낸다"

컴투스는 국내 최초로 스마트폰용 MMORPG '월드 오브 매직을' 개발하는 등 여러 이용자가 함께 게임을 즐기는 네트워크 게임에 강점을 가진 회사다. 세계 경쟁력 1위인 온라인게임을 하면서 자란 컴투스의 직원들이 모바일게임에서도 그 경험을 십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박지영 사장은 "혼자서 즐기는 게임도 재밌지만 컴투스는 게임 이용자들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일어나는 재미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며 "한국 업체인 컴투스가 해외 기업보다 강점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컴투스는 미국·홍콩 등에 현지 법인을 두고 업계나 경쟁업체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본사 개발팀도 해외 인력을 채용해 글로벌 로컬라이제이션팀을 구성하는 등 조직 자체가 글로벌 시장에 맞는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박지영 사장은 "한국시장이 결코 작은 시장이 아니고 이용자들의 수준도 굉장히 높다"고 평가하며 국내 기업이 국내 소비자와 떨어져 있어야 하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아이폰 출시 이후 1년 반 정도가 흘렀는데 국내 이용자들이 아이폰 전체 앱 중에서 상당 비율을 차지하는 게임 앱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어요. 시장과 기업은 지근거리에 있어야 하는데 국내 개발사가 해외 앱스토어에만 게임을 출시하는 상황에선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자를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박계현기자 kopila@inews24.com 사진 김현철기자 fluxus1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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