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남기자] 일본 동북부 지방에 발생한 지진으로 우리 기업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는 지진 발생 직후 지식경제부가 '일본 대지진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 평가와 대응방향'을 통해 현지에 진출한 기업 포함,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휴대폰·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피해가 '미미'하고 충분한 부품 재고 확보로 조업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한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다.
우리나라는 일본과의 교역에서 매년 적자(’09년 276억5천700만달러, ’10년 348억8천200억달러)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핵심부품·소재 부문은 일본 의존도가 높아 매년 무역수지 적조(’08년 209억달러, ’09년 201억달러, ’10년 243억달러) 현상을 보이고 있다.
22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발표한 '일본 지진관련 국내 중소기업 피해현황'에 따르면 응답기업 280곳 가운데 직접피해 기업 103곳, 간접피해 102곳 등 모두 205개(73.2%) 기업으로 집계됐다.
또 자동차 업계에서는 일본산 부품 공급 차질이 예상됨에 따라 조업을 축소했으며, IT업계로도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차업계, 조업 단축…IT업계로 확산 조짐
실제 르노삼성자동차는 일본산 부품 공급 차질을 우려, 이달 말까지 부산공장에 대해 주말 특근과 잔업을 중단키로 했다. 또한 한국GM도 지난 21일부터 부평공장과 군산공장에 대해 평일 잔업과 주말 특근을 중단했다.
르노삼성차는 일본 자트코社로부터 엔진과 변속기를 닛산으로부터 실린더 블록 및 헤드 등 핵심 부품을 수입하고 있다. 이 가운데 6기통 엔진은 전량을, 4기통 엔진의 경우 일부 부품을 일본에서 각각 조달하고 있으며 차체자세제어장치(VDC)와 같은 첨단부품을 포함해 일본산 부품 공급 비율은 15∼18%에 달한다. 현재 엔진과 변속기 재고량은 3개월분 정도다.
한국GM은 유럽 수출모델인 구형 라세티와 쉐보레 스파크(마티즈 크리에이티브)에 들어가는 자동변속기 전량을 일본 아이신社와 자트코社에서 공급받고 있다. 또한 한국GM에 직접 부품을 공급하는 일본 부품업체는 29곳이다.
이번 조업 축소로 르노삼성차는 이달 말까지 2천대에서 2천500대 가량, 한국GM의 경우 전체 생산량(부평·창원 연산 65만대)의 10% 정도 생산량이 각각 감소할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신일본제철에서 자동차 후판을, 아이신으로부터 변속기를 각각 수입하고 있지만 현재 조업 단축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 관련 제품 제고량은 한달 분이다.
이 같은 현상은 IT 업계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에 필요한 인쇄배선기판용 물질을 생산하는 미쓰비시 가스화학은 후쿠시마 소재 공장이 지진으로 가동이 중단됐으며, 반도체업체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는 일본 내 22개 공장 중 7개 공장이 정전으로 인해 가동이 중단됐다.
또 일본이 세계 생산량의 90%를 맡고 있는 스마트폰 및 전자제품의 핵심 부품인 BT수지는 현재 국내 재고가 1개월 분이라 일본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생산차질이 우려된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 스마트폰 수출은 지난 ’09년 20억6천만 달러에서 지난해 65억4천만 달러로 217% 급증하는 등 수출 효자 종목으로 부상했다.
이와 함께 수입선을 대체할 수 없고, 재고량도 부족한 플라스틱 제품도 피해가 예상된다.
◆플라스틱제품 생산 업체, 대체 수입선 없고 재고 부족
그러나 수입선을 대체 할 수 없지만 재고가 충분한 반도체 제조용 장비·광학제품·LCD제조용 장비·비금속 광물·수송기계 등은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지경부 긴급대응반은 설명했다.
지경부가 제1차관을 반장으로 운영하고 있는 긴급대응반 관계자는 "현재 일본 관련 국내 기업들의 피해 상황을 점검, 통계를 내고 있으나 지속적으로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대응반은 국내 기업과 일본의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응반은 기업들에게 지진 피해에 대한 대응책을 지원하고 있으나 일본 기업들을 자극할 수 있어 대외적으로는 알리지 않고 있다"면서 "지진 초기 지경부의 '국내 업계 피해 미미' 발표 관련, 업체들의 부품 등의 재고량이 충분한 것으로 파악된 데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일본 지진으로 인한 우리 기업의 피해는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다"면서 "아직도 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진행중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피해 금액은 파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기중앙회는 정부와 공동으로 이번 지진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업계는 일본 지진 피해 복구가 늦어질 경우 향후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정수남기자 perec@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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