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사회학자인 로버트 퍼트남은 지난 2000년 <나 홀로 볼링(Bowling Alone)>이란 책을 통해 미국의 공동체 문화가 붕괴되고 있다고 고발했다.
당시 퍼트남이 주목한 것은 '볼링 커뮤니티'였다. 196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번성했던 볼링 커뮤니티가 서서히 사라지면서 이젠 '혼자서 볼링 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시간이 꽤 흘렀지만 이런 우려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아니, 인터넷의 등장 이후 개인주의적 성향은 한층 더 강화됐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을 통한 '온라인 참여'는 강화됐지만, 여전히 인터넷 이용자들은 개인적이란 인식이 지배적이다.
인터넷에서는 적극 참여할 지 몰라도, 실제 오프라인 공동체 활동에는 소극적이란 생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런 가설은 여전히 유효할까? 뉴요커가 지난 1993년 인터넷의 익명성을 풍자한 유명한 카툰을 게재할 때 염두에 뒀던 오타쿠적인 인간형이란 가설이 여전히 의미를 지닐까?
◆인터넷 이용자 80% "공동체 활동 적극 참여"
퓨리서치센터가 18일(현지 시간) 발표한 '인터넷의 사회적 측면(The social side of the Internet)'이란 자료에 따르면 이런 생각은 상당히 잘못된 것 같다.
한 마디로 인터넷 이용자들이 공동체 활동에도 더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짐작할 수 있겠지만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더 적극적으로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75%가 각종 자발적인 공동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이용자들로만 초점을 좁힐 경우엔 그 비율이 80%로 늘어난다. 반면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의 참여 비율은 56% 수준에 불과하다.
인터넷 이용자들이라고 다 같은 것은 아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SNS 이용자들은 공동체 활동 참여 비율이 훨씬 높다. SNS 이용자들은 82%가, 특히 트위터 이용자들은 85%가 공동체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래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인터넷 이용자들이 전반적으로 비 이용자들에 비해 오프라인 공동체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터넷을 많이 쓰는 사람들은 골방에 틀어박혀서 고독한 생활을 할 것이란 가설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는 얘기다.
◆모임 참여-시간 투자 등에서도 유의미한 차이
인터넷 이용자와 비 이용자들의 공동체 활동을 좀 더 직접적으로 비교해보자.
우선 최근 30일 동안 적극 활동하고 있는 공동체의 모임이나 이벤트에 참여한 경험을 묻는 질문에 인터넷 이용자들은 69%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반면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참석 비율이 54%였다.
적극 활동하고 있는 공동체에 시간을 투자한 적 있느냐는 질문 역시 마찬가지였다. 인터넷 이용자들은 그 비율이 64%였던 반면,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47%에 불과했다.
좀 더 부담스러운 항목들은 어떨까? 이를테면 자신이 몸 담고 있는 공동체에 돈을 기부한 경험 같은 것들. 역시 인터넷 이용자들은 최근 30일 이내에 돈을 기부한 경험 있는 사람이 60%에 달한 반면,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50%에 머물렀다. 그룹의 리더 역할을 맡은 경험 역시 34%와 19%로 차이가 났다.
앞에서 열거한 항목 중 최소한 한 가지를 한 경험 역시 82%와 71%였다.
특히 인터넷 이용자와 비이용자들의 공동체 활동 정도를 비교하는 이 같은 질문에선 전 항목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나타냈다. 한 마디로 인터넷 이용자와 비 이용자 간의 활동 차이가 통계적으로 의미를 부여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후보자 선출-이슈 관심 제기 등 큰 역할
질문의 각도를 바꿔보자. 인터넷이 공동체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
인터넷의 가장 큰 장점은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런 점은 이번 조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후보자들을 선출되도록 하는 데 인터넷이 '주된 역할'을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53%에 달한 것. 반면 인터넷이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사람은 16%에 불과했다.
어떤 이슈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데 인터넷이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고 응답한 사람도 46%에 달했다. 소극적일 망정 인터넷이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고 응답한 비율도 36%였으며, 인터넷이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18%였다.
사회 내에서 제기된 이슈를 해결하거나 변화시키는 데 인터넷이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는 응답은 38%로 앞의 두 질문에 비해선 다소 낮은 편이었다.
퓨리서치센터의 이번 보고서는 인터넷 이용자와 비이용자들의 오프라인 공동체 활동 참여 정도를 실제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특히 인터넷 이용자들은 온라인 공간 뿐 아니라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공동체 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을 계량적으로 밝혀낸 점은 눈에 띄는 성과다.
퓨리서치센터는 이번 보고서를 위해 지난 해 11월23일부터 12일21일까지 미국 성인 남녀 2천303명을 대상으로 전화 서베이를 실시했다. 보고서 원문을 읽기 원하는 사람은 The social side of the Internet을 누르면 된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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