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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U가 일상을 바꾼다]①슈퍼컴퓨터를 내 책상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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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인치 노트북도 슈퍼컴 될 수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컴퓨터 사용자들의 일상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GPU는 그래픽 연산을 수행하는 장치로 영상 콘텐츠 이용량이 적었던 과거에는 컴퓨터 핵심 부품인 중앙처리장치(CPU)의 과부하를 막아주는 보조 부품 정도로 인식돼 왔다. 주요 데이터 입출력을 처리하는 CPU가 고용량 그래픽을 처리하자면 부하가 커 이를 GPU에 맡겨온 것이다.

하지만 고해상도(HD) 영화나 게임, 3D 영상물 등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GPU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또 GPU는 그래픽 처리 뿐 아니라 CPU를 대신해 슈퍼컴퓨팅급 고용량 연산을 담당하는 장치로서도 각광받는다.

이처럼 GPU가 더 이상 CPU 보조가 아닌 컴퓨팅의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GPU가 사람들의 일상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지 ①슈퍼컴퓨터 ②3D PC ③모바일 부문으로 나눠 3회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주]

'슈퍼컴퓨터'하면 전산실에 가득찬 장롱만한 컴퓨터들이 생각난다. 기상청 같은데서나 쓰는 몇십억 또는 몇백억하는 제품으로 내 삶과는 상관 없는 별나라 얘기같다.

하지만 GPU를 활용하면 과거 장롱만한 서버 몇대를 연결해 구현해온 슈퍼컴퓨터를 데스크톱∙노트북 한대로 구현할 수 있다. 슈퍼컴퓨터를 내 책상위에 설치 할 수 있고 가방 속에 넣어 들고 다닐 수도 있다는 얘기다.

◆"CPU가 고급승용차라면 GPU는 버스"

그 원리를 간단히 말하면 이렇다. GPU는 하나의 장치에 담아낼 수 있는 '코어'가 CPU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작은 부피의 하드웨어로도 슈퍼컴퓨팅이 가능하다. 코어는 입출력 및 연산을 처리하는 '뇌'라고 생각하면 된다. 전체 CPU는 '머리'인 셈이다.

현존하는 CPU 중 가장 많은 코어를 담고 있는 제품은 12코어다. 하나의 CPU에 두뇌가 12개라고 생각하면 된다. 반면 GPU는 최대 512개까지 담아낼 수 있다. CPU는 GPU보다 많은 기능을 수행하지만 엄청난 용량의 단순계산만큼은 CPU보다 GPU가 효율적이다.

즉 슈퍼컴퓨터의 핵심 기능인 '연산'을 CPU 대신 GPU에 맡기면 장롱만한 컴퓨터가 아니래도 된다는 얘기다. 예를 들면 자동차 충돌 시뮬레이션 시 발생하는 엄청난 용량의 연산을 CPU가 아닌 GPU가 담당하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된다.

GPU 업체 엔비디아코리아의 이주석 상무는 이 같은 개념을 "CPU는 5명을 태울 수 있는 고급 승용차고 GPU는 수십명을 태울 수 있는 버스인 셈"이라고 비유했다. 고급 승용차는 100명을 이동시키려면 20대가 필요하지만 버스는 2~3대면 된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원리로 CPU 기반 슈퍼컴퓨터를 구현하기 위해선 수많은 CPU를 꽂아야 하기 때문에 대형 서버 몇대를 묶어야 하지만 같은 성능의 슈퍼컴퓨터를 코어가 많은 GPU 기반으로 구현하려면 데스크톱이나 노트북으로도 가능한 것이다.

◆PC 크기에 20분의 1가격…'일상속 슈퍼컴' 가능

자연히 가격도 크게 줄어든다. 예를들면 엔비디아 '테슬라' GPU를 데스크톱에 장착해 4테라플롭스(1초에 4조회 연산) 성능의 슈퍼컴퓨터를 구현하면 약 2천만원에 판매가 가능하다. 같은 성능을 CPU 기반으로 내기 위해서는 40억원쯤이다.

이 같은 PC 크기의 슈퍼컴퓨터는 워크스테이션을 통해 구현될 수 있다. 워크스테이션이란 일반 PC보다 그래픽 처리 및 연산 능력이 월등해 산업용으로 사용되는 컴퓨터를 말하며 외형은 기존 데스크톱 및 노트북과 동일하다. 워크스테이션을 보유한 업체인 휴렛패커드(HP), 델 등이 이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엔비디아와 협력 중이다.

HP의 경우 워크스테이션 제품 'Z800'에 테슬라를 탑재해 슈퍼컴퓨터급 성능을 내는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HP는 지난 2008년부터 이 같은 워크스테이션 기반 슈퍼컴퓨터 제품을 '퍼스널 슈퍼컴퓨터'라 부르며 다양한 산업 및 학술 기관에 마케팅하고 있다.

기존에 워크스테이션을 사용해 금융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던 증권사, 자동차 설계 및 충돌 시뮬레이션을 수행하던 자동차 업체, 고도의 그래픽 작업이 필요한 애니메이션 제작 업체, 기계역학∙유체역학 등의 연구를하는 대학 연구원 등이 대상이다.

프록터앤갬블(P&G)이 샴푸 제품 개발을 위한 GPU 기반 슈퍼컴퓨터를 도입한 바 있다. 샴푸가 머리카락에 있는 오염물에 부착돼 제거되는 과정을 그리는 시뮬레이션에 이를 이용한다.

물론 용도에 따라 비싸더라도 CPU 기반 슈퍼컴퓨터가 용이한 분야도 있지만 GPU를 활용하면 특수 업무나 연구목적으로만 사용되던 슈퍼컴퓨터의 벽을 낮춰 다양한 기업과 대학, 개인 연구원 등으로 영역을 넓힐 수 있다.

아직은 먼 얘기지만 개인 사용자들도 넷북크기의 슈퍼컴퓨터를 들고다니며 복잡한 엑셀 작업이나 동영상 편집 등에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한국HP의 정운영 이사는 "GPU와 병렬처리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12인치 노트북 워크스테이션으로도 퍼스널 슈퍼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며 "일상 생활 속 슈퍼컴퓨팅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강현주기자 jjo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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