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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버 90% 할인한다고?…"속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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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리스트 프라이스'에 낀 거품 빼기 한창

기업의 구매 담당자가 업무에 필요한 서버를 가격표보다 70~80% 또는 90%쯤 저렴하게 구입했다 해도 그는 뿌듯해 할 필요 없다. 애초에 가격표가 크게 과장됐기 때문이다.

과열 양상을 보이는 국내 서버 시장의 할인 경쟁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서버 제품의 실 공급가는 '리스트 프라이스' 즉 권장소비자가격보다 크게 낮다. 서버 업체들의 과다한 할인 경쟁이 과장된 리스트 프라이스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이 가격체계 하에서 대량 공급의 경우 90% 할인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 가운데 한국HP가 5월부터 과장된 리스트 프라이스를 크게 낮추고 과장된 할인율도 대폭 조정할 계획이라 눈길을 끈다.

◆'할인 인플레' 심각…시장 불투명 초래

유통 채널 위주로 영업하는 한국HP, 한국IBM, 한국썬 등이 이 같은 관행을 주도해왔다. 가격을 높이는 관행은 1980년대 초부터 시작됐다. 할인폭을 경쟁적으로 늘리기 위해 표시 가격을 조금씩 높였고 이를 반복하면서 현재의 비정상적으로 높은 가격표에 이르게 됐다. 결국 심각한 '할인 인플레' 현상이 만연해진 것이다.

이 때문에 과장된 리스트 프라이스가 없는 델코리아 및 국산 서버 업체들은 영업 시 불편함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량 공급의 경우 70~90% 할인이 관행이 됐다. 이 때문에 기업의 구매 담당자가 서버 구입 관련 기안을 작성해서 회사에 제출할 때 '대폭 할인' 내용이 포함돼야 구매 과정이 수월한 경우가 다반사다.

델코리아 관계자는 "우리 영업 사원들은 과도 할인에 익숙한 고객들을 상대할 때 곤란을 겪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직판 비중이 높은 델코리아는 리스트 프라이스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으며, 앞으로도 만들 계획은 없다"고 했다.

과다 할인을 주도하는 업체들 역시 부작용이 있다. 리스트 프라이스가 너무 높다 보니 미세한 할인율 차이에도 공급 가격 차이가 너무 커지게 된다. 할인율을 기반으로 가격 흥정을 할 때 1~2%만 할인율을 높여도 매출은 서버 한대당 수백만원 또는 수천만원을 넘나드는 셈이다. 정교한 수치로 흥정하기가 힘들어진다는 얘기다.

또 할인율이 100%에 가까워지면서 더 이상 할인율을 높일 여지가 남지 않게 돼버렸다. 과열된 할인 경쟁을 지속하는 데 한계에 부딪친 셈이다.

◆한국HP 가격 재 조정…업계 파장 예상

이 때문에 서버업체들은 가격표 재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썬은 지난해 6월 서버 제품의 리스트 프라이스를 낮췄다. 이에 따라 할인율도 20%포인트 가량 낮아졌다. 한국HP의 경우 수개월전 유닉스 서버 리스트 프라이스 가격을 조정했다.

특히 한국HP는 x86 서버 제품에도 가격 조정 정책을 적용키로 했다. 오는 5월부터 x86 서버 리스트 프라이스를 현재의 4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조정할 계획이다. 실 공급가에는 변동이 없지만 가격표가 현실에 가까워짐에 따라 영업 시 복잡성을 없애고 투명성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한국HP의 기대다.

한국HP는 국내 x86 서버 시장을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만큼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HP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유통 채널들은 "당분간 불편 할 것"이라고 공통적으로 내다봤다. 비록 실 공급가 변동이 없다 해도 갑자기 할인폭이 크게 낮아지면 고객들이 거부감을 보일 수 있다는 얘기다.

서버 유통 업계 관계자는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유통 채널들은 고객과의 복잡한 소통 절차를 거쳐야 하는 등 혼선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며 "갑작스런 조정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시장의 투명성 면에서 합리적이란 의견에는 동의한다"고 덧붙였다.

한국HP 관계자는 "처음에는 불편할 수 있지만 채널들도 가격 조정이 바른 방향이라는 것을 인정해 줄 것"이라고 했다.

한국HP의 결정이 경쟁사인 한국IBM의 가격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지만 한국IBM 관계자는 "현재 리스트 프라이스 재조정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강현주기자 jjo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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