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열린 국내 최대규모의 해킹대회 '코드게이트'는 야심만큼이나 진한 아쉬움을 남긴 대회였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코드게이트'는 지식경제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이어 행정안전부와 방송통신위원회까지 후원했다. 조직위원회 역시 이 행사를 '세계 10대 IT 보안행사'로 자리매김토록 하겠다고 선언해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막상 대회가 시작되자 아쉬운 점이 속속 눈에 띄었다. '국가대표'급 보안행사라고 하기엔 부끄러울 정도였다. 주요 프로그램인 해킹대회와 보안컨퍼런스 외 IT전시회나 미래IT취업박람회 등에는 참가자들의 관심이 저조해 '구색 맞추기'용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IT·보안 관련 11개 기업이 참가한 IT전시회에서는 금융·기업 전산담당자나 해외 바이어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제품 홍보나 판매 효과가 없다 보니 작년에 후원했던 업체가 올해는 불참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날 전시부스를 열었던 한 보안업체 관계자는 "코드게이트 첫해인 2008년부터 참가했지만 갈수록 비용 대비 효과에 의문이 든다"며 "참가자 중 일반인이 많다 보니 B2B 제품에는 관심이 없다"고 토로했다.
청년 실업난을 해결하기 위해 작년부터 진행한 채용이벤트도 아쉽긴 마찬가지였다. 각 대학에 공문을 보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썰렁했다. 채용 이벤트에서 인력이 채용된 사례도 찾기 힘들었다. 작년에는 단 3명 채용됐으며, 21개 IT업체가 참여한 올해는 아직 집계된 채용 사례가 없다.
문제의 핵심은 코드게이트를 세계적 행사로 키우기엔 민간기업 소프트포럼이 행사를 주관하는 현 체제가 적합하지 않다는 점이다.
코드게이트 2010은 총 5억원 규모 중 소프트포럼이 70~80%를 부담하고 후원비용으로 나머지 20~30%를 충당했다. 반면 지경부, 행안부, 방통위 등 각 부처는 숟가락 얹기만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각 부 장관상과 UCC 공모전 등을 제외하고는 뚜렷한 역할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대표성 측면에서도 다른 보안업체들로부터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받을 소지가 크다.
사실 코드게이트는 화이트해커를 정보보안 전문가로 양성해 정보보안 산업을 발전시키고 국가 경쟁력에 기여한다는 좋은 취지에서 시작됐다. 올해도 해킹대회 문제를 한국·미국·아르헨티나·베트남 등 4개국 출신 해커 드림팀에서 출제하는 등 노력들은 높이 살만 하다.
그러나 당초의 취지를 살려 코드게이트가 미국의 데프콘처럼 세계적 수준의 보안 행사로 거듭나기 위해선 이름 뿐인 부처 후원만 강조할 게 아니라 실제로도 공공성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행히 코드게이트 조직위원회에서도 각계 의견을 받아 다양한 대안을 구상 중이다.
코드게이트 조직위원장을 맡은 박원규 소프트포럼 전무는 "코드게이트를 소프트포럼이 주도하기 보다 사단법인화하거나, 지경부·행안부·방통위 등 3개 부처가 모두 관여된 만큼 '시큐리티 위크(Security Week)'를 만들어 코드게이트를 포함해 각 기관의 분산된 보안 행사를 통합적으로 여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열릴 코드게이트는 세계의 해커들이 상금보다 세계적인 IT보안행사 코드게이트 우승이란 명예를 얻기 위해 몰려드는 행사가 되길 기대해 본다.
임혜정기자 hea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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