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3사가 소모적 경쟁을 막기 위해 매출액 대비 마케팅 비용을 20% 아래로 묶기로 했다.
하지만 올해는 스마트폰 열풍 등을 고려해 매출대비 22%까지 마케팅 비용을 쓰기로 했다.
이는 예년에 비해 4.5% 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이럴 경우 시장에서 '공짜 단말기'나 '초고속인터넷 현금 마케팅'이 상당부문 사라질 전망이다.
하지만 전체 매출을 기준으로 하는 만큼 거대 통신사에게 유리한 조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앞으로 후속 작업을 진행할 전담반에서 심도있는 논의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통신업계와 함께 이달 중 전담반을 구성한다.
◆이통3사 CEO "소모적 보조금, 안쓰겠다"
5일 이석채 KT 회장, 정만원 SK텔레콤 사장, 이상철 LG텔레콤 부회장 등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3시간 가까이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통신시장의 건전한 경쟁 환경 조성을 위해 마케팅 비용 자제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이들은 '통신시장의 건전한 경쟁 환경 조성을 위한 공동선언문'을 통해 사업자의 투자여력을 감소시키고, 이용자를 차별하는 과도한 수준의 단말기 보조금 및 경품 지급, 우회적인 보조금 지급(무료 개월, 요금할인 등)을 근절하겠다는 것이다.
이석채 KT 회장은 "부당 마케팅 경쟁에는 판매점도 문제가 많다"면서 "불법행위가 3회 이상 적발되면 CEO들이 책임을 느껴야 하고, 방통위는 20% 가이드라인을 넘을 경우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최근 동계올림픽 중계 갈등은 지상파3사간 약속인 코리아풀을 깼을 때 벌칙이 없어 발생한 것"이라면서 "방송은 국내적 문제이나 통신은 산업 경쟁력의 문제니, 임기동안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LG텔레콤 이상철 부회장은 "단말기 보조금 과열 경쟁이 없었으면 아이폰에 습격당하는 게 아니라, 아이폰을 습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출액대비 20% 마케팅 비용이라는 수치는 지난 해 KT-KTF 합병 논의당시 통신사 대표들이 적정 마케팅 비용으로 언급한 수치이기도 하다.
이경자 위원이 이동통신 3사의 소모적인 마케팅 경쟁을 비판하면서, 적정한 마케팅 비용 수준을 물었더니 정만원 SK텔레콤 사장과 정일재 당시 LG텔레콤 사장이 "매출액 대비 적정한 마케팅 비용 수준은 20% 정도"라고 답한 것이다.
◆매출액 대비 기준 논란... 일부선 가격담합 비판도
하지만 과열마케팅이 이뤄지는 서비스에 대한 언급없이 유선과 무선을 나눠 정해진 20%라는 가이드라인은 후발통신업체들의 경쟁력을 반감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선 분야에서 연 매출 7조원을 하는 KT와 연매출 2조원의 SK브로드밴드가
같은 20%만큼 마케팅 비용을 쓰게 되기 때문이다. 무선 분야에서 연매출 12조원짜리 SK텔레콤과 3조5천억원하는 합병LG텔레콤도 불공평하긴 마찬가지다.
초고속인터넷시장에서는 KT가, 이동전화 시장에서는 SK텔레콤이 가장 많은 마케팅 비용을 쓸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에따라 후발통신사업자들은 전체 매출 대비 마케팅 비용이 아니라, 서비스별 가입자를 기준으로 마케팅 비용을 통제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유선시장의 마케팅 비용은 주로 초고속인터넷에서 쓰이는데, 지난 해 KT는 8천억 정도, SK브로드밴드는 6천억 정도 썼다. 그런데 매출 기준 20%로 하면 SK브로드밴드의 마케팅 비용은 4천억으로 줄지만, KT는 여전히 8천억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신용섭 통신정책국장은 "완벽한 가이드라인은 쉽지 않다"면서 "가입자 기준으로 하면 다른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일단 유선과 무선을 분리해서 보겠다"고 답했다.
한편 방통위의 행정지도에 따른 이동통신 업계의 마케팅 자제 결의에 대해 무선인터넷 활성화와 타 산업과의 융합을 위한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의미있는 진전이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일각에선 정부가 나서 통신사들의 가격 담합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신 국장은 "공정위 부위원장에게 문의했더니, 행정지도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는다고 했다"면서 "통신회사들이 줄어든 마케팅 비용을 설비나 콘텐츠 등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요금을 인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신업계가 마케팅 비용을 20%로 줄이면 2조4천500억원이, 22%로 줄이면 1조 9천억원의 여유 비용이 생기게 된다.
이통3사 CEO가 합의한 공동선언문 통신시장의 건전한 경쟁 환경 조성을 위한 공동선언문 주식회사 케이티, 에스케이텔레콤 주식회사, 주식회사 엘지텔레콤은 과도한 마케팅 경쟁을 지양하고, 기술 및 서비스를 통한 경쟁으로의 전환과 신성장동력 발굴에 매진함에 통신시장 발전을 위한 당면과제임에 상호 인식을 같이하며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1. 통신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하여 상호신뢰와 상생협력을 바탕으로 통신서비스의 본원적인 경쟁력에 근거한 경쟁환경이 조성되도록 노력한다. 2. 통신시장의 경쟁과열 및 사업자의 투자여력 감소를 야기하고 이용자를 차별하는, 과도한 수준의 단말기 보조금 및 경품 지급, 현금 또는 경품 이외의 우회적인 보조금 지급(무료개월, 요금할인 등)과 현금을 수단으로 하는 경품 제공 행위 등의 근절을 위해 노력한다. 3. 본 공동선언의 실효성있는 구체적 이행방안 마련 및 이행상황 점검을 위한 실무 전담반을 구성·운영하기로 한다. 4. 본 공동선언의 취지를 적극 실천하여, 통신시장의 발전과 이용자의 편익제고를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로 한다. 2010. 3.5 주식회사 케이티 대표이사 이석채 에스케이텔레콤 주식회사 대표이사 정만원 주식회사 엘지텔레콤 대표이사 이상철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강은성 기자 esther@inews24.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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