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호가 울었다.
'EVER 스타리그 2008'에서 최연소(당시 17세)로 스타리그 정상에 등극할 때만해도 침착한 모습을 보여 오히려 주위를 놀라게 한 이영호가 2년만의 정상 복귀에 눈물을 훔친 것이다.
지난 17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치뤄진 'EVER 스타리그 2009' 결승전에서 진영화(CJ)를 3대1로 꺾은 이영호(KT)는 "우승이 확정된 순간 그 동안 개인리그 탈락했던 것들이 생각났다. 그 동안 마음고생한 것이 너무 슬펐지만 또 그것을 이겨낸 내 자신이 정말 자랑스러웠다"고 눈물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영호는 첫 우승 뒤 유난히 개인리그와 연이 닿지 않았다.
프로리그에서는 KT의 대표 선수로 자리매김하며 KT의 '소년가장'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지만 개인리그에서는 번번히 고배를 마셨다. 이로 인해 이영호는 한 동안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영호는 "(우울증으로 인해) 새벽 6시에 잠이 들 정도였다. 내 나이 때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팀원들과 코치진, 가족들의 배려가 힘이 돼 극복할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영호는 "프로리그 때문에 개인리그를 잘 하지 못해 답답한 적도 있었지만 긍정적인 마음으로 경기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를 털어냈다"면서 "이후 편안하게 경기했고 결과도 좋게 나왔다"고 말했다.
이영호의 '긍정적인 마음'은 그를 최고의 컨디션으로 이끌고 있다. 10개월 연속 공인랭킹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이제동(화승)과의 점수 차이를 500점으로 좁혀 2월에는 11개월만에 1위가 뒤바뀔 가능성을 보였다.
2위와 1위인 이영호와 이제동은 오는 23일 네이트 MSL 결승전에서도 맞붙을 예정이다. 이제동이 WCG 2009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폭군'으로 군림하고 있지만 최근 이영호의 상승세를 감안하면 누가 우승할지 예측조차 하기 어렵다.
이영호는 "최고의 상황에서 둘이 한번 붙어보고 싶었다"면서 "둘 다 기세가 좋은 때에 결승전에서 맞붙어 기쁘다. 결승전이 역대 길이 남는 경기가 되길 바란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영호는 "오늘 자리가 없어 집으로 돌아가신 분들이 2천명이라고 들었다. 팬 여러분이 있어서 내가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면서 "그 동안 좋은 모습 못 보여드려서 실망하셨을텐데 오늘 우승했고 앞으로도 계속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팬들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2년만에 스타리그 2회 우승을 달성한 이영호가 그의 바람대로 3회, 4회 우승을 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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