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4대강 강행처리' 예정된 시나리오?

한나라당이 8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서 4대강 예산안을 강행 처리한 것과 관련, 사전에 조율이 없었던 일이라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4대강 예산안 원안 처리를 강력하게 주장해 왔던 지금까지 한나라당의 행보를 봤을 때 사전에 예정된 시나리오가 아니었느냐는 의혹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 국토위 내년도 예산안 처리 직후 민주당이 본회의 보이콧을 선언하자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안상수 원내대표는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나 당혹스럽다"며 "보고를 받아보니 적법한 절차에 따라 회의가 진행됐고 예산안을 통과시킨 것으로 본다"고 말한 것으로 신성범 원내대변인은 전했다.

국토위 간사를 맡고 있는 한나라당 허천 의원도 "야당이 위법성이 있고 날치기라는 기자회견을 했다는데 진행상 하자는 없다"며 "속기록도 준비했고 확고히 말하지만 하자 없이 진행됐다"고 적법 처리를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민주당의 보이콧으로 정회된 본회의를 한나라당 단독으로 진행하진 않기로 결정했다.

신 원내대변인에 따르면 안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의 단독 본회의 진행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의가 없으면 본회의는 자동 유예시키는 게 어떻겠는가"라고 의원들에게 물었고 이에 당 소속 의원들도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 "본회의 일정은 여야 합의로 정할 것이고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간 전화통화를 통해 다음 본회의 날짜를 잡게 되면 오늘 본회의 미처리 법안과 새로운 법안들을 처리할 것"이라며 "야당을 자극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본회의를 열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와 함께 국토위의 예산안 강행처리가 지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한미FTA 비준안 강행통과 당시처럼 사전 조율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안 원내대표가 상임위 중심이라는 원칙에 따라 맡겨놨더니 의논해서 처리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며 "의총에서도 (안 원내대표가)상임위 중심 원칙은 지키겠지만 전체 큰 국회운영의 구도를 흐트러뜨리는 것에는 사전에 (원내지도부에)상의를 해달라는 부탁을 했다"라고 사전 조율 의혹을 반박했다.

또 이날 열린 의총에서 이병석 국토위원장이 본인 판단 하에 예산안을 통과시킨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이중플레이'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렇지만 이날 이미 국토위의 4대강 예산 처리 가능성이 사전 예고된 바 있어, 여당의 예산안 단독 강행처리 신호탄이 쏘아진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은 쉽게 지워지기 어렵다.

허 의원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예산 소위원장 보고와 함께 전체 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의결하려고 한다"며 "야당 지도부에 따라서 야당이 반대의견을 제시하고 표결에는 불참할지도 모르겠다는 그런 암시를 받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어 "그래서 한나라당 소속 의원은 전원 참석을 하면 오늘 가결이 된다"며 "무소속, 자유선진당도 참여하기로 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