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최대 쟁점인 세종시와 4대강 논란이 여야 대결보다도 여야 내부 문제로 확산되면서 각기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당 내부는 세종시 수정론을 놓고 '친이-친박'간 대결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당 소속 의원뿐 아니라 지자체장들까지 가세해 내홍이 심해지고 있다.
더욱이 친이-친박간 이견이 여전한 상태여서 세종시 수정 계획 발표가 예정된 내달 중순경 당내 갈등이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세종시 문제는 비단 '친이-친박' 계파 벗어나 수도권과 非수도권으로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양상. 이는 세종시 수정으로 인한 역차별 뿐 아니라 지방으로 이전할 기업 등이 세종시로 몰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23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믿고 있던 아파트 업체에 사기분양 당한 느낌"이라며 "민간아파트 건설회사도 아니고 국가기관들이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정말로 심각한 문제"라고 일갈했다.
이 의원은 "수도권에서 뭘 떼서 세종시로 가는 그런 개념이 아니라 다른 지방에 갈 것을 빼앗아 세종시에 주겠다는 개념"이라며 "다른 지방을 희생하면서 이런 걸 추진했다가는 실천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허태열 최고위원은 "세종시를 건설하는 목적은 수도권 과밀억제와 지방 균형발전"이라며 "수도권 기업을 세종시로 가져가는 것은 목적에 부합하지만 지방에 있는 기업을 세종시로 몰고 가는 것이 합당한가"라고 세종시 방향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정의화 최고위원도 "정부가 세종시에 부족한 자족기능을 보완한다는 방안으로 확정되지 않은 방안을 발표해 불만이 배가되고 있다"며 "우려했던 상황이므로 당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소속인 정우택 충북지사도 이날 한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정부의 세종시 의료과학시티 MOU 체결에 대해 "정부 정책의 신뢰성이나 일관성을 상실하는 일"이라며 유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미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을 위해서 2005년부터 지난 8월까지 지자체 공모사업을 통해서 이 사업을 진행해왔는데 정부가 이중적으로 이 사업을 진행한 게 아닌지 의구심을 갖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또한 4대강 사업이 직접적으로 미치는 지역의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들이 4대강 옹호에 나서면서 '4대강 결사반대' 단일대오가 흐트러진 형국이다.
정부가 전날(22일) 영산강·금강 기공식을 계기로 강공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민주당 텃밭인 호남 지자체장들이 '4대강 사업'에 긍정적 입장을 나타내면서 대여전선에 약화됐다. 반대 당론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살리기 희망선포식에 박광태 광주시장과 박준영 전남지사는 모습을 드러내 '4대강 사업' 지지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당장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지역에서 '4대강은 좋은 사업'이라고 하면서도 중앙에만 오면 반대한다"면서 "야당은 표결에 참여해 지는 것보다 이렇게 계속해서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가 야당의 존재를 부각시키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4대강 사업에 관여된 야당 의원들은 양심상 지역 예산이 중단되는 게 좋은지 밝히라. 양심에 따라 소신을 밝히는 것이 국회의원의 도리"라고 촉구하는 등 야당의 균열을 유도하고 나섰다.
이에 민주당은 '야당의 분열 노림수'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지만, 내부 갈등으로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눈치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일련의 진행상황을 보면 여권과 특정 언론에서 야당의 분열을 획책하는 것 같아 말려 들고 싶지 않다. 지자체장은 지역에 필요한 일을 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본다"면서 "시장과 도지사는 당연히 참석해야 하는 것"이라고 박준영 전남지사 등의 참석을 두둔했다.
그러면서도 "당원은 당론이나 당의 입장을 생각하는 노력이 필요한데 거기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품격을 지키고 당의 입장도 잘 살피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이강래 원내대표도 같은 자리에서 "지역 개발 사업에 약할 수밖에 없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은 그야말로 청와대에 약할 수 밖에 없다"며 "시도지사를 앞장세워 야권을 분열시키고 호남 민심을 흔드는 것은 적당치 않다"고 질책했다.
민철기자 mc07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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