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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현장]만들다 만 도시, '세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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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중단, 미분양 속출…"지역경제 파탄날 지경"

"9월 오픈 예정이었는데 세종시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지역은 세종시 뿐 아니라 오송 생명과학단지 조성 등 호재가 충분한데도 논란이 불거지면서 분양이 사실상 멈춰버렸습니다. 더 이상 끌면 지역경제는 파탄지경이 될 것입니다."

연기군 번화가인 조치원 읍내에서 대형 상가 분양사무소 일을 하고 있는 한 40대 직원의 하소연이다. 현장에서 본 세종시 개발지역인 연기군 일대는 한 마디로 '만들다 만' 신도시의 공허한 모습이었다.

◆건설업 중심 경기 침체…지역 상권도 올 스톱

지난 2007년 노무현 정부 당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세종시법) 통과 이후 세종시 인근 지역에는 아파트, 상가 등 각종 건설개발 붐이 일었지만 세종시가 예정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미분양 아파트와 짓다 만 건물들이 속출한 것이다.

조치원역 부근에서는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짓다 만 상가의 모습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멀리 보이는 아파트 공사 현장 타워크레인 몇 대만 덩그러니 보였다. 그나마도 공사가 중단돼서인지 하루 종일 전혀 움직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또 포크레인 등 건설 중장비 차량들도 공사장 주변에서 한참 동안 가동되지 않은 채 먼지만 쌓여가고 있었다. 간간히 만날 수 있었던 건설현장 인부들도 삼삼오오 한가롭게 얘기를 나누고 있을 뿐, 바쁜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조치원역 인근에서 만난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세종시가 '된다', '안된다' 하니까 경제가 나빠졌고 지금 아파트도 50%가 미분양되고 있다"며 "경제는 완전히 죽었고 민심은 흉흉해졌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연기군청의 한 관계자도 "세종시 착공 당시 3억원대 후반 주고 샀던 48평형 아파트가 지금은 1억7천만원 정도로 완전히 반값이 돼버렸다"며 "미분양은 기본이고 일부 아파트는 아예 진행 중이던 아파트 공사를 중단하고 손을 놓은 상태"라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이어 "만약 정부에서 행정부처 이전을 백지화한다면 대형 건설사들은 모두 사업에서 철수할 것이고 그럼 지역 군소 건설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아 지역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를 것"이라고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세종시 논란으로 인해 침체된 건설경기는 주변 상권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상점은 많았지만 인적은 드문 조치원역 주변은 마치 드라마 세트장을 보듯 황량한 느낌마저 줬다.

연기군청 근처에서 만난 한 식당 주인은 "재작년(2007년) 겨울부터 세종시 공사가 주춤하니까 지역 경기도 나빠졌다"며 실제 손님 숫자도 눈에 띄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쪽은 세종시가 안되면 작은 건설업체들이 다 죽고 그럼 경기가 망한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으로 자기 이름을 날리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4대강으로 큰 기업만 살려놓고 중소기업은 다 죽인다. 이 지역은 이명박 대통령을 나쁘게 보지, 좋게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현 정부에 대해 좋지 않은 듯한 감정을 내비쳤다.

조치원역 근처에 있는 조치원 시장도 시설을 근대식으로 개조하고 주차장도 확보하는 등 세종시 건설로 인한 손님맞이 준비를 거의 다 갖춰놓았음에도 한산하기만 했다.

맞은 편 상가들도 마찬가지였다. 극장이 들어서기로 예정된 한 대형 상가는 예정일을 2달이나 넘겼는데도 1층 몇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빈 곳이었다.

주변 유흥가에서는 각종 음식점과 숙박업체, 유흥시설들이 즐비했지만 낮은 물론 밤에도 번화가답지 않게 썰렁한 모습이었다. 오래 전 이미 문을 닫고 철거된 채 방치돼 있는 상점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장사가 안 돼 생계를 꾸려가기 힘들다는 상인들의 한숨 소리는 연기군 일대 어느 곳을 찾아가도 한결 같았다. 대다수 주민들은 지역 경기가 몰락 지경에 이르게 된 책임이 이명박 정부에 있다고 원망하면서도 하루라도 빨리 세종시 건설계획이 다시 살아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들어오라 해도 돈이 없어 못 간다"…이주민 생계 막막

지역 주민들도 힘들지만 세종시 개발계획으로 인해 보상금을 받고 이주한 주민들은 생계를 이어갈 수 없을 정도로 막막하기만 하다.

이주 당시 정부로부터 보상금을 받았지만 1억원도 못 받은 사람들이 대다수다. 그나마 대부분 농사를 짓던 사람들이라 이주한 곳에서 일거리를 찾기도 쉽지 않아 있는 돈으로 생계를 근근이 이어가고 있는 처지다.

이주민들 중에는 또 세종시 개발 계획이 미뤄지면서 3년이 넘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 그나마 있던 보상금도 모두 써버려 설령 세종시 개발이 완료돼 다시 돌아올 수 있게 되더라도 다시 땅을 살 수 있는 돈을 구할 수 없는 처지가 된 사람들도 수두룩하다.

이들은 또 생계를 위해 정부로부터 지급받은 입주권(딱지)이라도 팔아 생계를 유지하려 하지만 그나마도 쉽지 않은 처지다.

세종시 계획이 미뤄지면서 한때 1억원 가까이 프리미엄이 붙었던 입주권이 지금은 아예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사실상 휴지조각이 된 것이다.

세종시 개발지역 인근에 사는 한 주민은 "이주민이 가끔 찾아오는데 얘기를 들어보면 보상금을 다 써버려 최저생계비 지원을 받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며 "워낙 농사 밖에 모르던 사람들이라 이주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기도 힘든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주민들은 다시 고향에 돌아올 날만을 기다리며 보상금으로 근근히 버텼지만 이제는 돌아오라 해도 돈이 없어서 못 올 지경이 됐다"며 "사람의 목숨이 달린 문제인데…참 뭐라 말할 수 없이 답답하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충남 연기=박정일·채송무기자 comj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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