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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이광희, 아프리카 난민의 '희망' 디자이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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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난민 위한 망고나무 기금 마련 'HIMANG 패션쇼' 개최

디자이너 이광희. 그녀의 이름 앞에는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이 자주 붙곤 한다. 게다가 우리나라 디자이너 그룹의 전성기를 이끌었고, 해외 명품 브랜드의 범람에도 꿋꿋하게 우리 옷을 지켜온 몇 안되는 디자이너로 '국내 최고'라는 타이틀 또한 전혀 남음이 없다.

늦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날 오후 수십년간 한 자리에서 늘 한결 같은 모습으로 옷을 만들어온 디자이너 이광희의 남산 부티크를 찾았다. 언제나 그렇듯 소녀 같은 환한 미소로 기자를 맞는 그녀는 "요즘 옷 만드는 일 대신 나무 심는 일에 푹 빠져 산다"고 말을 꺼냈다.

남산의 가을 풍경이 고스란히 들어오는 디자이너 이광희의 아틀리에에서 그녀의 옷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나무를 심게 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번에 나무 심기 자선 패션쇼를 개최한다고 들었다.

"6개월 전 월드비전을 통해 오랜 내전으로 폐허가 된 아프리카 남부 수단 톤즈 지역 난민들을 방문했었죠. 아프리카 어느 지역보다 피폐되고 지원이 전혀 없는 그곳에 희망을 심어주고 식량난을 지속적으로 돕기 위해 망고묘목 100 그루를 심고 왔어요."

그 지역은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고 하던데.

"다른 식물들이 수단에서 쉽게 자랄 수 없는 데 반해 망고는 재배될 수 있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망고는 영양가도 풍부하고 수분과 열량이 높아 열대 지방 사람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집집마다 나무 한 그루씩 심어주면 일회성 기부가 아닌 지속성이 있고 영속성을 지닌 장기적인 도움이 될 수 있겠더라고요."

"망고나무 한 그루에 15달러예요. 망고나무는 자라서 열매를 맺기 시작하면 백년 동안 열매를 맺는답니다. 2~3만원 투자면 한 가족이 100년 동안 과일을 먹을 수 있는 거죠. 얼마나 보람된 일입니까?"

당시 이광희 디자이너는 가진 여비를 모두 털어 망고나무 묘목을 사서 집집마다 1그루씩 심었다. 이후 서울에 돌아와 2009년 하반기부터는 월드비전과 함께 수단 현지인에게 초기 묘목관리를 위한 묘목장과 재배를 위한 교육도 제공하는 등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후원을 위해 망고나무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망고나무 프로젝트에 대해 알려달라.

"나무를 심어주고 나무 재배와 농작물 관리 등 농업에 관한 교육도 함께 실시하죠. 또 아이들에게는 나무가 자라서 열매를 맺는 과정과 노동의 기쁨을 알려주니 교육사업까지 얼마나 다양한 효과를 보는지 몰라요. 또한 잔가지들은 땔감으로도 사용해도 되기 때문에 버릴 게 하나도 없는 귀한 나무예요."

이번 패션쇼의 취지도 망고나무 기금 마련인가?

"사단법인 설립을 기념하고 기금마련을 위해 오는 27일(금) 하얏트에서 '나눔 패션쇼'를 열 예정이에요. 특히 이번 패션쇼는 기금 1억원을 마련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어 각 문화계의 지인들과 함께 아름다운 감동의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도 독특한 오뜨꾸띄르 도네이션 패션쇼로 꾸밀 작정입니다."

희망의 망고나무를 위한 'HIMONG 패션쇼' 내용이 궁금하다.

"1, 2부로 나뉘어 1부는 망고나무 심기 취지와 설명 등을 프레젠테이션하고 2부에서는 패션쇼가 열려요. 오뜨꾸뜨르의 진수를 감상할 수 있을 겁니다. 또 '느리게 걷기'의 마영범 디자이너의 활약으로 패션쇼 당일 감각적인 공간장식을 기대하셔도 좋을 거예요."

망고나무 모티브의 티셔츠, 원피스, 옷을 비롯해 다양한 아이템으로 각 분야 대표 디자이너들이 주축이 된 도네이션 컬렉션 사업을 진행한다. 최시영(리빙 엑시스 대표), 정일선(소디움 파트너스 대표이사), 안동민(인터그램 대표이사), 이나미(스튜디오 바프 대표), 김성룡(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최은석(디스트릭트 대표이사)이 함께 한다.

스타 디자이너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는데.

"노블리스 오블리주는 이젠 한 계층의 일이 아니라 대중들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누구든 자기가 속한 계층에서 리더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눔이라는 것은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는 것이지 남는 것을 주는 것이 아니죠. 특히 요즘 국내 지도층 인사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주는 선진국 수준으로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봅니다."

한 때 이광희 옷을 입기 위해 남산을 찾는 고위층 사모님들의 자동차가 줄을 이었다고 하던데.

"지금도 단골 고객이 많은 편이지만 당시엔 정신 없이 바빴죠. 하지만 그런 반면 패션이 마치 사치와 허영의 온상으로 여겨지던 시절이라 대중들의 비난을 감수하기도 해야 했어요. 하지만 최근 패션 디자인도 생활 문화에서 중요한 문화적인 요소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기쁩니다."

영부인에서부터 고위관리, 전문직 여성들까지 다양하게 사랑받고 있는데.

"내 옷을 찾는 분들 대부분이 편해서 좋다고들 하죠. 매우 여성스럽고 우아함을 강조하는 옷들도 많지만 커리어 우먼들 가운데 비즈니스 웨어로 입는 분들도 많아요. 제 옷을 입었을 때 풍기는 격과 여성스러움의 조화가 입는 분들의 취향과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역대 퍼스트 레이디들의 옷을 디자인했다고 들었다. 그분들의 스타일에 대해 듣고 싶은데.

"우리나라 대통령 부인들은 스타일 면에서는 절대 튀는 법이 없죠. 마치 매뉴얼이라도 있듯 대부분의 영부인들이 판에 박힌 스타일대로 입곤합니다. 단정하고 얌전하고 눈에 안 띄는 옷이 영부인들의 유니폼(?)이죠."

"기억에 남는 분은 이순자 여사입니다. 80년대 활동하셨지만 가장 세련되고 멋쟁이셨죠. 또 이희호 여사는 마른 몸매를 커버하기 위해 항상 스탠 칼라에 파스텔톤 투피스를 즐겨 입으셨어요. 가끔 맘에 쏙 드는 예쁜 옷이 있으면 사람들의 눈에 안 띄는 곳에서 몰래 입으시곤 했어요. 요즘처럼 영부인들이 스타일 아이콘이 된 현실에선 매우 우스운 일이죠."

"영부인들을 비롯해 고위 관리급 사모님들의 사이즈와 취향을 모두 꿰고 있어서 어떤 자리에서 입을 것인지 비서를 통해 알려주시면 제가 알아서 하죠."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의 미국 순방 때 입은 투피스가 화제가 됐었다.

"과거 영부인들은 외국을 방문할 때면 올린 머리에 한복으로 '육영수 패션'이라 불리는 스타일을 고수해왔었죠. 이런 관행을 깨고 당시 분홍색 원피스와 같은 색 상의로 우아한 '재클린' 스타일로 변화를 줬죠. 머리도 짧게 잘라 살짝 삐치게 연출하고 진주목걸이를 착용해 우아함을 더했는데, 우연히 뉴스에서 그 투피스가 제가 만든 옷이란 것이 공개돼 화제가 됐었습니다."

요즘 이광희를 찾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나를 아끼고 가꾸는 사람들입니다. 자기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제 옷을 입습니다."

옷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옷은 내 자신이에요. 누구에게나 옷은 그 사람이죠. 외모만으로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고 하지만 겉모습에서 풍기는 이미지를 간과해서도 안되죠. 나를 남에게 알리고 표현하는데 있어서 옷과 스타일만한 것이 없다고 봐요. 사회적인 포지션과 경제적 능력 등 옷에서 내 모습이 드러날 수 있으므로 내 모습에 대한 책임의 반은 옷차림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어느때 보다 패션시장의 경쟁이 치열한데,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후배들에게 성공하고 싶다면 참고 견뎌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시간이 지나야 결과로서 대가가 오죠. 골인 지점까지 가지 못하고 도중에 포기하고 만다면 그 결과의 열매가 얼마나 단지 알 수 없어요. 저도 옷을 만들면서 힘든 일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거든요."

"항상 그만두고 싶어지면 '내일 그만 둘 수 있으니 오늘 잘하자'라고 다짐을 하고 하루를 마무리 하곤 했어요. 세상에서 제일 쉬운 것은 그만두는 것이에요. 저도 어쩔 수 없이 그만 둬야 할 날이 오지 않겠어요? 살아 있음에 감사하면서 그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이 가장 잘 사는 길인 것 같아요. 책임이란 단어가 지금의 이광희를 만든 가장 큰 단어예요."

/홍미경기자 mkhong@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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