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커뮤니케이션이 거대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
을 시작했습니다.
다음은 5일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촉진과에 MS와 한국 법인인 마이크로소프
트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고발했습니다. 올 10월 출시 예정인 윈도XP에
메신저 기능을 탑재하는 것이 경쟁 기회를 박탈한다는 이유에서죠.
다음 측은 조만간 법원에 윈도XP 출시 금지 가처분 신청도 낼 것이라고 합
니다. 'MS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죠.
이번 사태에 대해 마이크로스프트 측은 "본사에는 이미 보고가 됐다”면
서 “공정위에 신고된 내용을 확인, 본사와 연락한 후 공식입장을 발표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공정위 경쟁촉진과의 한 사무관은 "오늘 신고가 됐기 때문에 아직 담당자
가 정해지지 않아 할 말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국내 다른 메신저업계에서는 다음의 이번 행동에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
습니다.
9개 업체가 중심이 돼 지난 7월 설립된 ICA(정보기기통신협회) 회원사들
은 다음의 이번 조치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조심스럽게 밝혔습니다. ICA는
국내 인스턴트 메시징 표준 프로토콜 통합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입니다.
회원사 소속의 한 관계자는 "협회 차원에서 공식논의가 이뤄진 적은 없지
만 다음 측이 도움을 요청하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
했습니다.
협회 회원사의 A씨는 "윈도XP가 한국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하는데 6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며 "늦어도 올 연말까지 협회 관계사들의 메신저가 상
호 연동되는 표준을 마무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ICA에서 구체적으로 윈도XP 대응전략에 대해 논의한 적은 없
다"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상호연동 및 수용에 대해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B씨는 "국내 메신저 서비스업체에는 타격이 있겠지만 막을 수 없는 대세라
면 다른 방안을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며 "또 메신저 시장은 위축되겠지
만 다른 애플리케이션 부문에서 시장 창출 효과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
습니다.
다음 측의 행보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것도 적지 않습니
다.
경쟁포털업체의 한 담당자는 "이번 사태는 애플리케이션인 익스플로러와
는 접근방식이 다르다"면서 "서비스 성격이 강한 메신저는 사용자 활용의
존도에 달렸다”고 밝혔습니다. 한 마디로 상황이 다르다는 얘기입니다.
또 한 업계 관계자는 윈도XP에 메신저가 탑재돼도 국내 시장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일축합니다.
그는 "메신저는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이므로 친구나 지인들을 통해 유도되
는 방식이다"면서 "이미 구축된 시장이 있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쉽게 탈퇴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번 조치가 MS와의 협상을 위한 사전 포
석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최근 새롬기술과 제휴를 체결한 다음은 새롬의 신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지
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새롬이 이번에 개발한 인터
넷전화기술을 메신저에 탑재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죠.
고군분투(孤軍奮鬪)란 적은 인원과 약한 힘으로 남의 도움도 없이 힘에 겨
운 일을 악착스럽게 한다는 뜻입니다.
다음의 이번 싸움이 '고군분투'에 머물 지, 든든한 후원군을 규합할 수 있
을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종화기자 jh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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