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PC 시장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실적을 기록했다. 판매 대수는 전년 수준을 유지했지만, 매출액은 급감한 때문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PC 시장의 출하실적은 작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IDC가 최근 발표한 '상반기 국내 PC시장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데스크톱과 노트북, 넷북 등을 모두 합한 총 PC 출하대수는 229만9천여대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해 같은 기간 232만9천여대 출하량에 불과 3만여대 모자란 수준이다.
이는 당초 예상에 비해선 굉장히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시장조사기관들은 올 상반기 불경기 여파로 인해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PC 시장도 '역성장' 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상반기 PC 시장 성적표를 한거풀 벗겨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판매 대수는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매출액 기준으로 보면 하락세가 확연하다. 저가 미니노트북 '넷북'의 영향이 크다.
◆매출규모 19%↓…저가 넷북 영향
지난 해 상반기 국내 PC 시장 총 매출 규모는 약 2조6천600억원. 하지만 올해는 2조1천540억원 규모에 그쳐 약 19%정도 시장 규모가 쪼그라들었다.
판매 대수는 불과 1.3% 감소하는데 그쳤지만 매출액 감소폭은 상대적으로 큰 셈이다.
이유는 다름아닌 '넷북' 때문이다. 2008년 초부터 국내 시장에 본격 발을 디딘 넷북은 작고 가벼운 외형에 긴 배터리 이용시간, 그리고 인터넷 접속 등 기본 기능만 탑재해 가격을 대폭 낮춘 것이 특징.
노트북 주류 제품 가격이 100만원대 초반을 형성했던 것에 비해 넷북은 40만원대에서 70만원대 정도면 구매할 수 있어 불경기로 얇아진 소비자의 지갑도 어렵지 않게 열 수 있었다.
문제는 고성능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가 얼어붙었다는 점이다.
넷북은 성능에 다소 제약이 있는 제품이다보니 이동하면서 잠깐씩 사용할 서브노트북 용으로 판매돼야 옳다.
주요 업무를 처리할 고성능 프리미엄 PC는 '메인PC'로 넷북과 동반 판매해 전체적인 PC시장 '파이'가 늘어나도록 한다는 것이 당초 업계의 노림수였다.
하지만 전세계를 덮쳐온 불경기 여파는 메인PC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여기에 작년부터 이어진 원자재 가격 상승 및 널뛰는 고환율로 PC 자체의 가격이 20~30%가량 훌쩍 오르다보니 수요는 더더욱 저가 넷북에 집중될 수 밖에 없었다.
사상 첫 100만대 판매량을 넘어선 노트북 판매 실적도, 이중 상당수를 넷북이 차지하면서 전체적인 수익 구조 악화를 불러와 그 빛이 바랬다.
◆넷북 대체할 '울트라씬' 모델로 중흥 모색
업체들도 속이 탄다. 넷북 생산 단가를 적정 수준의 이익을 담보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국내 장사'만으로는 어렵기 때문.
그나마 글로벌 업체인 HP나 델 등은 전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단위 구매량이 많아 부품 단가가 상대적으로 낮다.
하지만 국내 시장 의존도가 큰 국산 토종 PC 업체들은 넷북이 여간 골치아픈 것이 아니다.
따라서 '해외시장' 진출 등으로 넷북 판매 규모를 늘리기 위한 방책을 마련하고 있다.
아울러 넷북의 성능을 보완하면서도 무게나 외형은 넷북만큼 얇고 가벼운 '초박형(울트라씬)' 플랫폼을 인텔, AMD 등이 앞다퉈 내 놓으면서 PC 제조업체들 역시 연말까지 울트라씬 모델을 발빠르게 출시한다.
울트라씬 모델을 통해 바닥까지 내려간 수익성과 매출을 끌어올리고 노트북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것이 업계의 계획이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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