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토리지 시장이 불경기 한파를 고스란히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스토리지 시장은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이상 축소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한국IDC의 국내 스토리지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국내 외장형 스토리지 시장은 매출액 기준 5천36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해 같은 기간 7천700만달러에 비해 31% 가까이 줄어든 것.
시장이 이처럼 큰 폭으로 축소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5년간 국내 스토리지 시장은 매출액 기준 연 5% 미만의 저성장을 이어갔으나 역성장을 하지는 않았다.
정보 데이터가 폭증하면서 저장장치에 대한 기업의 수요는 오히려 늘었으나 저장 기술 발달과 스토리지 단위 가격 하락 등으로 데이터 폭증만큼 시장 규모가 비례해 늘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올 들어 글로벌 경기침체로 기업들의 IT 투자가 줄고, 원달러 환율이 1천500원대까지 치솟으면서 스토리지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HP-IBM 곤두박질…EMC마저 '흔들'
올 상반기 경기침체로 기업들의 IT 투자 축소는 현실이 됐다. 실제 중견-중소기업들이 가장 먼저 투자를 줄이면서 이들 고객사 비중이 높은 업체들의 타격이 컸다.
환율이 1천300원~1천500원선을 기록하면서 외국계 스토리지 업체들이 국내 유통가격을 일제히 인상하자 경비 절감에 나선 중견-중소기업들은 사실상 신규 구매 자체를 중단한 것.
이는 한국HP와 한국IBM, 한국썬 등 이 시장을 겨냥해온 서버 업체들의 실적부진으로 이어졌다.
실제 한국IDC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HP의 1분기 실적은 지난해 같은기간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540만달러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한국IBM과 한국썬 역시 같은 기간 실적이 반토막이 났다. 나란히 465만달러의 초라한 매출을 기록한 것.
불황은 5년 이상 국내에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해 온 한국EMC도 비껴가지 못했다.
한국EMC의 이번 1분기 매출액은 약 2천100만달러로, 지난 해 같은 기간 대비 13% 가량 줄었다. 지난 해까지 거침없는 성장 곡선을 그려온 한국EMC로서는 유례없는 역성장이다.
다만 전체 시장이 줄면서 1위 업체인 EMC로의 구매 편중 현상도 두드러졌다. 이 회사의 1분기 시장 점유율은 매출액 기준으로 38.7%,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HDS 역시 같은 기간 매출이 16% 줄어든 1천200만달러에 그쳤다. 다만 지난 해 4분기와 비교해서는 30% 가까운 매출 성장을 이뤘다. 업계에서는 4분기에 HDS가 공급한 일부 대형 스토리지 매출이 1분기 매출로 이월 합산됐기 때문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반기에도 암울…솔루션 영업에 '희망'
답답한 시장 상황은 올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관련 업체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지난 해까지 시장을 좌지우지 했던 금융권의 초대형 차세대 프로젝트도 마무리 됐고, 제조업체들의 투자 경색도 이어져 특별한 매출 발생 요인이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 기업들의 IT 투자는 더욱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하반기 스토리지 시장 역시 부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업들이 생존을 위한 비용 절감에 나서면서 시스템 통합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스토리지 장비 효율화를 위한 솔루션 매출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각 스토리지 업체들도 부가가치가 높은 솔루션 영업에 올인한다는 방침이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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