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내 주류인 친李계를 중심으로 제기됐던 '조기 전당대회' 논의가 당 의원연찬회 이후 한풀 꺾이면서 "물 건너간 것 아닌가"라는 전망이 솔솔 나오고 있다.
당초 지난 4일 의원연찬회 전까지만 해도 당 쇄신특별위원회가 "박희태 대표 등 당 지도부의 책임 있는 행동 없이는 쇄신위 활동도 없다"며 압박했고, '함께 내일로'와 '7인 성명' 등 친이계도 적극 나서 지도부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조기전대 논의가 급물살을 탔었다.
또 '민본21' 등 소장파 의원들도 당 지도부의 용퇴를 요구하는 등 박 대표 등을 사면초가의 상황으로 몰아넣었었다.
특히 한나라당이 4년여 만에 당 지지율에서 민주당에 뒤지는 등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정국으로 인한 민심 이반이 심각해지자, 공성진 최고위원 등 일부 지도부도 조기전대를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입장으로 움직이기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당 지도부가 친이계의 인적 쇄신 요구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 것으로 알려지고, 친박계도 '이재오 전 최고위원 정계복귀 시나리오'라는 음모론을 제기하기 시작하면서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으로 양상이 변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도부 거취 결정의 최대 고비가 됐던 지난 4일 의원연찬회에서 무려 48명의 의원들이 치열하게 격론을 벌였지만 결국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조윤선 대변인은 이에 대해 "48명 의원들 가운데 (조기전대 찬반)의견이 거의 반반이어서 결론을 내기 어려웠다"며 "초반에는 찬성, 중반에는 거의 반반, 후반부는 명백하게 많은 분들이 반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날 벌어졌던 토론은 시간이 갈수록 조기전대 반대 쪽으로 기우는 듯 했다는 것이 계파를 떠나 현장에 있었던 의원들의 중론이다.
친이계로 분류되는 한 핵심 당직자는 연찬회가 거의 끝나갈 무렵, 분위기를 묻는 기자에게 "조기전대 논의가 쉽게 정리 되겠는가"라며 "양으로는 조기전대(지지자)가 많을 진 몰라도 공감대는 양 만큼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조기전대 성사 여부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친박계 한 초선 의원도 5일 기자와 통화에서 "조기전대가 당장은 실현되기 어려울 듯 하다"며 "친이계 소장파 의원들의 (지도부 용퇴)주장이 진정성과 순수함은 공감하지만, 다른 쪽으로도 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 의원들의 주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원들은 쇄신 방법이 박 대표의 퇴진 밖에 없는가 하는 데에서 (쇄신위의 주장이)좀 지나치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한다고 했으니 결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의원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쇄신위원이기도 했던 중립계의 한 재선의원도 기자와 통화에서 "친이계의 충정은 이해하지만 답은 아니다"라며 "당내 갈등에 대한 근본적인 치유와 탕평인사가 없는 상황에서 지도부만 나가라는 것은 그 절박성은 이해하지만 설득력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그는 쇄신의 근본 방안은 당 지도부의 인적쇄신이 아닌 당정청 쇄신과 화합, 탕평인사에 답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국민들에게 국정동반자라는 인식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당정청 쇄신과 화합, 탕평에 답이 있다"며 "인적 쇄신이라는 것은 당정청의 탕평인사를 통해 친이친박이 서로 경쟁하면서 협력한다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와의 교감이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만남이 있든 없든, 두 사람이 진정한 국정 동반자로서 서로 인정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들의 만남과 쇄신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으로, 양쪽을 같이 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당 쇄신을 먼저 해야 청와대가 따라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친이계와 쇄신위의)절박한 충정은 이해를 하지만, 의원들은 낙동강 오리알처럼 당 지도부만 갈아치운다고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조기전대론을 비판했다.
한편 원희룡 쇄신특위 위원장을 비롯해 '민본21'과 '7인성명' 등 조기전대를 주장했던 의원들은 최고위의 논의 결과를 지켜본 뒤 지도부 사퇴가 없을 경우 '정풍운동'도 불사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어 앞으로 '조기전대' 공방 2라운드가 벌어질 조짐이 역력하다.
그러나 박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거취문제에 대해 "장고가 필요하다"고 말해 향후 당내 여론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일기자 comj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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