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은 '정보통신의 날'이다. 과거 체신청 시절의 '체신의 날'이던 것이 정보통신부가 출범하면서 IT산업 육성을 위해 '정보통신의 날'로 변경, 제정됐다.
IT에 부정적이라는 인식을 받아온 이명박 대통령도 이날 만큼은 IT기업인들을 청와대에 초청해 자리를 함께 하고 건의사항을 청취했다. IT비서관 직제 도입이라는 선물도 내놓았다.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정통부 해체 이후 두번째 맞은 '정보통신의 날'의 진행을 살펴보면 여전한 IT콘트롤 타워의 부재와 업계의 서운함을 느낄 수 있다.
일부 기업인들은 행사 전날에야 참석을 통보 받았다. 급하게 '호출'을 받아 참석하다 보니 제대로 된 건의를 하기도 어려운건 당연한 일. 이 대통령은 특정한 이슈에 대한 건의에 즉각 지시를 내리는 스타일이다. 대통령 후보시절 있었던 벤처기업인과의 만남에서도 일대일로 대화하며 건의사항을 받아 적었다.
이런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이슈를 정확히 건의하지 못한 기업들이나 업계에는 대통령을 면담한 효과가 낮을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일부 참석자는 총론적인 건의 사항으로 이 대통령의 주의를 끌지 못했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IT기업인들의 기를 살려주던 행사도 유야무야 됐다. 지난 2007년 처음 제정된 IT중소기업인의 날. 6월27일로 정해진 IT중소기업인의 날은 법정기념일은 아니었지만 정통부 차원에서 IT의 기반인 중소기업들의 '기'를 살리기 위해 마련했던 날이다.
첫 행사에는 노준형 당시 정보통신부 장관, 임인배 국회 과정위원장, 김영선 의원, 남궁석 안병엽 전 정통부 장관이 참석해 500여명의 IT기업인의 노고를 격려했다. 그 주간에는 IT기업인 족구대회, 노래자랑 등이 열리며 화합된 모습을 보여주며 국가 성장산업으로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과시했다.
IT콘트롤 타워의 수장이 기업인과 어울려 흥겹게 맥주를 기울이며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눌 수 있던 모습은 더이상 찾을 수 없다. 지난해는 정통부 해체 속에 방송통신위원회와 지식경제부로 소관부처가 나뉘며 이날을 기억하는 정부 관계자는 없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정보통신중소기업 유공자 포상 시상도 은근슬쩍 사라졌다. 수출과 IT산업 발전에 기여한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명예스러운 배려는 이제 없다.
이런식이다 보니 기업인들이 여전히 IT를 홀대하고 중소기업을 무시한다는 불만이 나올만 하다.
진정한 IT산업과 기업을 위한 길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을 정부 당국자들이 잊지 말아야 한다. "IT기업을 빨리 만나고 싶었다"는 이대통령의 발언이 진심이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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