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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1조 규모 행정용 인터넷전화 두고 암호기술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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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규정에는 문제없어...안보에도 영향 미미

6천억원~1조 규모인 행정용 인터넷전화 장비·단말기 시장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이 암호 기술 갈등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행정용 인터넷전화의 도청을 막고 합법적으로 감청하기 위해 국내 표준 암호기술인 '아리아(ARIA)'와 국제 표준인 'AES'를 넣을 계획이었는데,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위반이라면서 'AES' 단독 채택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안은 '인터넷전화 암호화'라는 의제로 현재 외교통상부와 미 상무부가 한·미 통상협상에서 논의중이다.

15일 한국정보사회진흥원과 업계에 따르면 한국정보사회진흥원은 이달 말 행정용 인터넷전화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해 입찰제안요청서를 준비중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정보사회진흥원은 국정원과 협의, 지난 해 12월 인터넷전화의 보안 및 합법적 감청 기술로 국정원 산하 국가보안기술연구소에서 개발한 '아리아'와 국제표준인 'AES'를 택하기로 했다.

행정용 인터넷전화에 AES와 '아리아' 모두를 넣기로 한 것이다. 국내 통화는 국내표준 아리아로, 국외 통화는 호환성이 필요한 만큼 국제표준인 AES로 암호화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정보사회진흥원 광대역통합망팀 이병일 연구원은 "AES와 아리아는 모두 데이터 텍스트를 암호화하는 알고리즘으로 하나의 단말기나 교환기에 AES와 아리아 모두를 넣겠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 무역대표부(USTR)과 미 상무부 등은 '조달기관이 정하는 기술규격은 국제표준이 존재하는 경우 국제표준에 근거해야 한다'는 WTO 정부 조달협정(제6조제2항)을 들어 AES 단독채택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본질은 WTO나 국가 안보 문제가 아니라, 자국 기업을 위한 비즈니스 측면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WTO 협정 위반이 되려면 국제표준(AES) 없이 '아리아'만 택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둘 다 넣으려는 만큼 협정위반이 아니라는 말이다.

국가 안보 문제 역시 큰 이슈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주도한 국제표준 AES를 쓰는 것만으로 미국 등이 우리나라의 행정용 전화를 쉽게 감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국산 암호화알고리즘인 시드(SEED)를 개발하는 데 참여한 박성준 박사(전 한국정보보호진흥원 암호팀장)는 "암호는 공개돼야 안전성을 검증할 수 있는 만큼 AES나 시드가 국제표준으로 공개됐다고 해서 보안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며, 암호 알고리즘의 복호화는 키복구 정책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AES를 도입한다 해서 그 자체로 감청이 쉬운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어떤 암호 알고리즘을 쓰더라도 우리나라가 이를 풀어내는 소프트웨어와 관련 정책(키복구정책)을 자체적으로 갖고 있다면, 문제될 게 없다는 얘기다.

다만, 어떤 알고리즘을 쓰느냐에 따라 시스코와 어바이어 같은 미국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과 삼성전자, LG노텔 같은 국내 장비 업체들의 희비는 크게 달라진다.

네트워크 장비 업체 관계자는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들은 이미 자사 장비에서 AES와 아리아를 모두 구현했지만, 시스코나 어바이어는 그렇지 못해 제품 출시에 1~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면서 "그래서 외국 장비 업체들이 미 상무부를 동원해 암호 표준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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