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국회의장이 논란이 되고 있는 쟁점법안 등의 처리를 사실상 2월 임시국회로 넘김에 따라 여야 대치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질서유지권 발동으로 촉발된 국회 폭력사태가 벌어지면서 파국이 정점으로 치달았던 터에 김 의장이 이같은 입장 발표로 정국은 일단 진정 국면에 들어갔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서로 김 의장의 '직권상정 자제' 발언에 불만족스럽다는 표정이지만 양당은 지난 2일부터 중단됐던 대화를 재개키로 했다. 일단 민주당은 김 의장의 발언에 대한 화답차원에서 5일 오전 본회의장앞 로텐더홀 점거농성을 전격 해제하는 등 대화 재개 제스처를 취했다.
이로써 초유의 국회 폭력사태는 일단락됐으나 양당이 대화 재개를 통해 합의점을 찾기까지에는 험로가 예상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내 각 강경파들의 반발이 재개될 여야 협상의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양당 원내대표는 지난 2일까지만 해도 '가(假)합의안'을 도출하는 등 이견을 좁혔지만 당내 강경파에 발목을 잡힌 바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협상 결렬'을 선언했고, 민주당도 가합의안 수용을 거부했다.
◆여야 '대화하겠다'…하지만 강경파·문국현 협상 걸림돌 될 듯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일단 대화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서로에 전달해, 5일 원내대표 회담이 재개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야당이 대화를 제의해오면 검토해보겠다"면서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서는 저희들이 국회운영을 해 나가기가 어렵다"며 민주당에 '先본회의장 점거 해제'를 요구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도 SBS라디오에 출연해 "대화를 하지 않고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지금 이 시점에 적절치 않다"며 "본회의장과 상임위 철수 문제는 한나라당과 대화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적절한 시기에 정상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가 대화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이번 협상은 지난 2일까지 여야가 절충점을 찾았던 '가합의안'으로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여야 가합의안에는 한미FTA비준동의안 2월 협의처리, 미디어관련법 2월 합의처리 노력, 출총제 폐지 2월 협의처리, 금산분리 법안 2월 합의처리 노력 등이다. 또한 한나라당의 13개 이념관련 법안 등도 2월 중 합의처리 노력하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여야가 협상 재개 수순에 들어갔지만 변수는 당내 강경파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전날(4일) 직권상정 자제 입장을 밝히는 자리에서 "여야 협상대표가 '가합의안'을 마련한 적이 있고 조금만 노력한다면 여야가 합의를 못할 이유가 없다"고 촉구하면서도 "협상대표들에 전권을 부여해 협상이 책임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한 것도 강경파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친이 의원을 중심으로 한 한나라당 내 강경파 의원들은 가합의안 중 미디어 관련법 2월 합의처리 노력 등의 문구에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 홍 원내대표가 협상 중단을 선언하기 전 의원총회에서 가협상안에 대한 집중 성토의 장의 됐다는 후문이다.
한나라당 공성진 최고위원은 이날 김 의장의 발표와 당 지도부의 미온적인 태도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공 최고위원은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김 의장이 직권상정을 포기하겠다는 것은 의법처리를 포기하겠다는 것으로 유감"이라며 "의회폭력과 절차적 민주주의 완성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김 의장의 조치에 반발했다.
공 최고위원은 민주당의 '先본회의장 점거 해제'를 촉구하면서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한나라당이 대화를 통한 협상에 임해야 될 것인지를 회의적으로 바라보지 않을 수 없다"며 당 지도부에 강경화를 주문했다.
이와함께 홍 원내대표가 '선진과창조의모임' 새로운 대표인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를 인정하지 않는 점도 재협상에 또다른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홍 원내대표가 문 대표를 빌미삼아 협상을 파기 했다고 하더라도 문 대표의 공천헌금 의혹 등에 대한 재판을 받고 있는 점에 상당한 불쾌감을 갖고 있어 문 대표를 협상 대상자로 인정할지도 의문이다.
또한 홍 원내대표는 그간 협상 대상자였던 자유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어, 민주당이 이를 받아들일지도 불투명하다.
문 대표가 협상에 난항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자 정치권에서는 문 대표가 이번 임시회기 협상에서는 권 원내대표에 양보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타나고 있다.
자유선진당도 비슷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회창 총재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교섭단체 대표단에서 마무리 할 때까지는 권 원내대표가 하는 것이 좋겠다고 얘기가 되고 또 문 대표가 양해한다면 (권 원내대표가)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여지를 남긴 것도 이와 비슷한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선진당측은 내심 여야가 어렵사리 재협상의 계기를 만든 만큼 협상이 마무리 될 때까지 권 원내대표가 협상대상자로 나서는 것을 바라고 있으나 문 대표는 이를 수용하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국회 폭력사태로 치닫게 했던 쟁점법안 처리 문제는 어찌됐던 이번 재협상에서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이지만, 어려가지 변수로 인해 결론을 얻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민철기자 mc07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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