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인텔을 비롯한 주요 업체들은 연쇄적으로 실적 전망치를 하향조정하고 있다.
세계 최대 칩 회사인 인텔은 지난 19일(이하 현지 시간) 4분기 매출이 19% 까지 줄어들 것이란 경고를 발령했다. 당초 101억~109억달러 수준으로 예상했던 4분기 매출 전망치를 87억~93억달러로 하향 조정한 것. 인텔의 2007년 4분기 매출은 107억달러였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인텔 측은 "모든 영역과 지역에서 영업이 급속도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면서 실적 하향 조정 이유를 설명했다. 인텔의 분기 매출이 19%까지 줄어들 경우 닷컴 거품이 완전히 빠졌던 지난 2001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게 된다.
◆AMD-내셔널 세미컨덕트 등도 실적 하향 조정
반도체 시장이 극심한 불황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점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시장 조사기관인 FBR리서치는 지난 11일 인텔과 AMD의 4분기 추정매출을 하향조정했다. 한 달 전 100억 4천만 달러로 예상했던 인텔의 4분기 매출 전망치를 98억 달러로 수정한 것. 또 15억5천만 달러로 추정했던 AMD의 매출도 14억8천만 달러로 하향했다.
이처럼 FRB리서치가 인텔과 AMD의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은 4분기 들어 PC시장이 크게 위축 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실제로 FBR리서치는 4분기 PC매출이 5% 감소할 것으로 전망, 한 달 전 전망치인 3% 감소에 비해 2%P 가량 더 하향 조정했다.
이런 전망을 반영하듯 인텔, AMD를 비롯한 주요 반도체업체들은 연이어 실적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일부업체들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면서 관련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반도체 장비업체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도 4분기 수익이 45%가 줄어든 2억3천100만달러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이 회사의 지난 해 같은 기간 수익은 4억2천200만달러였다. 지난 해 같은 기간 23억7천만달러였던 매출도 20억4천만달러로 14%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부진한 실적이 이어지자 어플라이드는 내년까지 1천800명을 감원하겠다고 선언했다.
내셔널 세미컨덕터 역시 이번 분기 실적 전망치를 10% 이상 낮췄다. 11월23일 마감되는 분기에 4억7천만~4억8천만달러 가량의 매출을 기대했던 내셔널 세미컨덕터는 4억2천만~4억2천500만달러로 예상치를 하향 조정한 것.
인텔의 라이벌인 AMD는 지난 주 전체 직원의 3%인 500명 가량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해 최근의 반도체 경기 부진을 그대로 반영했다. 퀄컴 역시 고용과 연구 프로젝트를 미루면서 비용 절감에 들어갔다.
여기에다 인텔과 함께 정보기술(IT) 경기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시스코도 지난 주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면서 실적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시스코는 이번 분기 매출이 10% 가량 줄어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실리콘밸리 감원 이어질듯
이처럼 반도체업체들이 연이어 실적 경고를 발령함에 따라 가전, 컴퓨터업체들이 연말 특수를 누리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미국의 대표적인 가전 유통점인 서킷시티가 파산 보호 신청을 하면서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줬다. 또 미국 가전 시장을 지탱하고 있는 베스트바이 역시 2008년 11월부터 2009년 2월까지 4개월 동안의 매출이 5~15% 가량 감소할 것으로 경고했다.
반도체업체들이 연쇄적으로 우울한 전망을 내놓으면서 IT 경기가 2001년 닷컴 붐 붕괴를 연상케하는 불황 국면으로 진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차터 이쿼티 리서치의 존 드라이든 애널리스트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소매 및 기업 비즈니스 모두 완전한 붕괴 상황이다"면서 "10월, 11월에 접어들면서 계속 악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이쿼티스 리서치의 트립 차우드라이 애널리스트도 역시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멋진 IT 장비를 구입할 정도의 구매력을 더 이상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수 개월 내에 실리콘밸리에서 대대적인 감원 열풍이 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10명 중 3명은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전망해 올 겨울 실리콘밸리를 강타할 한파가 만만치 않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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