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장관이 구제금융법안 통과 요청 때 하원의장에게 무릎꿇은 것 아나."
"대통령과 정부가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예의와 절차도 지키지 않고 있다."
21일 기획재정부 종합국감이 진행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정부의 금융위기 대응과 1천억달러 외화차입 지급보증에 따른 은행들의 도덕적 해이 가능성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청문회를 통해 책임소재를 가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민주당 박병석 의원은 "97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액의 구제금융을 요청하면서 정부가 기자회견 한 번으로 국민들을 설득시킬 수 있다고 보느냐"며 "대통령이 나서 환란 시기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는 입장을 밝힐 정도가 되면 납득할 만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월가의 붕괴를 막기 위해 7천억달러 구제금융안을 제출했던 미 행정부의 사례를 들기도 했다.
박 의원은 "미 재무장관이 7천억달러의 구제금융법안을 제출해놓고 미 하원의장에게 무릎을 꿇고 통과시켜달라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느냐"며 "미 대통령도 보름 동안 14차례의 기자회견을 통해 법안 통과를 요청했다"고 했다. "환란 이후 최대액의 구제금융을 요청하면서 정부 합동 기자회견(19일) 한 번으로 끝내려고 하느냐"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박 의원은 "정부가 국민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와 절차도 지키지 않고 있다"며 "그런데도 국회가 원칙적인 처리를 약속해준 것은 우선 급한 불을 끄라는 의미"라고 했다. 그는 "원칙적으로 은행장과 경영진들에 대한 문책, 강도높은 자구책이 함께 들어가는 게 옳지만 추후에라도 이같은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더불어 "사태가 이 정도까지 오는 데에는 강만수 장관 등 경제팀의 정책 실패에 문제가 있었다는 게 민주당의 생각"이라며 강만수 장관 경질 등 경제팀 교체를 요구했다. "어쩌다가 1천억달러 보증이 필요한 상황까지 왔는지 국민에게 알리고, 국회의 동의를 얻기 위해 청문회를 개최해야 한다"고도 했다.
같은 당 강성종 의원 역시 "외환위기 이후 168조원에 이르는 공적자금 투입으로 살아난 은행들의 경영행태가 환란 전보다 나아진 게 없고, 정부의 정책도 실패했다"며 "은행들이 외형 경쟁에만 매달려 불신만 키웠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환란 당시 국민 부담으로 투입된 공적자금 중 회수된 것은 60% 수준인 91조원에 불과하다"며 "은행을 살려야 하지만, 금융지원과 함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처벌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소속 강운태 의원도 의견을 같이 했다.
강 의원은 "1천억달러 지급보증안과 21일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경기 부양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도덕적 해이 가능성"이라며 "정부가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한 장치를 마련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1천억달러 보증안은 제도로 놔두고 은행들이 정부 보증카드를 쓰는 것은 최소한으로 하도록 해야 한다"며 "국회에서 정부 원안대로 동의가 된다고 해도 가능한 (보증카드는)적게 쓰면 좋지 않겠느나"고 덧붙였다.
의원들의 질타에 강만수 장관은 "금융위기 문제는 국내부터 시발된 것이 아니므로 국내 사람들로 구성하는 청문회는 문제의 본질과 관련이 적다고 본다"고 답했다. 또 "은행 지급보증을 결정하면서 정부는 두 가지를 고려했다. 선진국에서 벌어진 문제라는 점, 정부가 강제 조치를 하는 것은 은행에 귀책 사유가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까봐 가능한 자율에 맡기려고 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재정부는 21일 고강도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발표하며 건설사들의 도덕적 해이 가능성에 대한 지적에 "철저한 신용평가를 거쳐 등급에 따라 지원하고 미분양 주택 매입 등이 공시지가 이하로 이뤄지는 만큼 건설사도 손해를 보게 돼 손해 자체를 자구 노력으로 본다"고 답변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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