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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만 남은 '키코'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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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KIKO)로 인한 중소기업의 손실이 평가손 포함 1조7천억원에 달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이득을 보는 주체가 모호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외국계 은행들이 키코 거래손실로 인해 이익을 본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은행들은 '수수료'이익이 전부라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은행이 환율 급등에 앞서 키코 상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한 점, 은행이 헤지가 아닌 사실상 투기 상품이나 다름없는 옵션 파생상품을 판매한 점 등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고 있다.

◆은행들 '이익' 챙겼나

1일 송영길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8월말 현재 일반적인 키코거래를 한 중소기업 및 대기업의 경우 총손실이 1조6천943억원, 실현손실은 6천434억원에 달하는 가운데 외국계은행의 키코 거래 비중이 국내은행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송 의원측은 이를 바탕으로 "외국계은행 3인방이 키코로 인한 이익을 싹쓸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의 경우 거래업체의 실현손이 1천121억원, 외환은행은 1천282억원, 한국씨티은행은 1천323억원에 달한다. 실현손은 만기를 앞두고 미리 계산하는 평가손과는 달리 키코 결제로 인한 실질 손실액을 뜻한다.

송 의원측의 주장대로라면, 기업들이 키코로 잃은 돈은 고스란히 은행의 수익으로 들어오는 셈이다.

◆은행들 "수수료 빼면 빈털터리"

그러나 은행들은 송 의원측의 주장이 키코 거래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나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키코 거래로 얻는 수익은 수수료가 전부다"라며 "키코로 인해 이득을 보는 주체를 꼬집어 말하기란 힘들다"고 말했다.

한 외국계 은행 관계자도 "은행은 단순히 일부 수수료를 받고 키코 거래를 중계하는 입장"이라며 "은행이 이익을 보는 구조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키코 거래는 환율이 KI(Knock-in)환율 이상으로 오르면, 시장에서 달러를 사서 은행에 이보다 낮은 계약환율로 팔아야 한다. 다양한 기업들이 키코 거래를 하고 있지만 그 중 똑같은 규모의 거래가 생길수는 없으므로, 비슷한 크기의 거래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은행이 수행한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외국계 은행이 특히 키코 거래를 많이 한 것도, 선행업체로서 상품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국내에 키코거래를 처음 도입한 것이 씨티은행"이라며 "일찍 시작해 그만큼 상품을 잘 알고 있으며 전문인력도 있고 노하우도 풍부하다"라고 말했다.

제로섬 게임에 충실한 키코는 피해가 있으면 누군가는 이익을 얻을 수 밖에 없는 구조지만 각종 파생상품이 복합적으로 구성된 상품 구조로 인해 누가 이익을 얻었는지도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파생상품 제로섬 게임, 누군가는 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코 기업들은 외국계 은행들을 '수혜자'로 보고 있다.

30일 열린 정기국회에서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의 정석현 공동대표는 "환율이 하락해 900원 밑으로 내려가 은행이 손실을 볼게 뻔한데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너무 적극적으로 판촉활동을 벌였다"며 의심을 표했다.

더 나아가 정 공동대표는 "이 상품은 외국 투자은행 중 상당히 건전치 못한 상품을 설계해 팔했던 투자은행에 의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고 상품의 실체를 설명하려 하기도 했다.

외국계 은행들은 이번 키코 사태에서 '공공의 적'으로 몰리자 몸을 한껏 낮추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뿌리깊은 외국인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행원들이 모두 한국인인데도 CEO나 대주주만 외국인이라고 편견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금융위는 금감원의 키코 거래은행 13곳에 대한 현장 조사가 마무리되면 불완전 판매 여부 등에 대한 의혹이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은행측의 잘못이 드러날 경우 기관조치, 관련자 문책 요구 등이 예상된다.

하지만 누가 이번 거래로 최종적인 이익을 얻었는지 여부는 파생상품의 특성상 파악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럼에도 선물환과 콜의 합성상품인 키코를 과연 은행들이 판매한 것이 적절한데 대한 의문이 남는다. 헤지를 위한 상품이라기 보다는 투기상품 성향이 짙다는 의심 때문이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은행의 책임이 무조건 없다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금융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파생상품 거래제도를 정비키로 했다. 은행의 설명의무를 강화하고 아울러 중소기업에 대한 파상상품의 위험 인지 교육도 함께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키코 가입 기업 역시 수출대금 이상으로 헤지한 경우 투기에 나섰다 피해를 봤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은행의 잘못이 드러나더라도 손해배상은 법원판결로만 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 정부의 한결같은 입장이기 때문이다.

한편 해외에서는 우리나라 처럼 키코로 인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백종민기자 cinqange@inews24.com 이지은기자 leez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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