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시장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한국은행·금융위원회와 함께 유동성 확충을 위한 '삼각 공조'에 나서기로 했다. 하루 단위로 국제 금융 시장을 모니터링하고 필요할 경우 수시로 차관급 대책 회의도 소집할 방침이다.
16일 오전 팔레스 호텔에서 열린 긴급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에서 김동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외화스왑시장 참여 등을 통해 외화유동성 확충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프리미엄이 크게 상승해 공모채 발행에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국내은행들의 외환 건전성이 좋으므로 이번 사태의 영향이 단기간에 크지는 않을 전망"이라며 "리먼 사태에 관련한 국내 금융시장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위 이창용 부위원장도 "단기적으로는 시장 변동성이 크므로 특별한 조치가 어렵겠지만 금융위 차원에서 커버드 본드 발행 등을 통해 외화 도입 수단을 다변화·장기화하겠다"고 언급했다. "국책은행 사이의 긴밀한 의견 조율이 있을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커버드 본드'란 은행들이 외화채권을 발행할 때 우량 주택담보대출로 신용도를 높여 조달 금리를 낮추는 방식을 뜻한다. 현재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등이 10억 달러 이상의 커버드 본드 발행을 준비중이다. 성사될 경우 가산금리를 1%포인트 수준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은 이승일 부총재 역시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를 통해 은행권의 지급 준비 상황을 탄력적으로 관리해 단기적인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하겠다"고 했다.
이날 회의는 미국 4위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 파산신청과 세계 1위 증권사 메릴린치 매각, 세계 1위 보험사 AIG 구제금융 신청 등이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향후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소집됐다.
이 자리에서 김동수 차관은 "메릴린치 매각 등으로 금융 불안이 크게 가중되면서 전 세계적 확산우려가 크고, 전세계 증시 폭락과 달러화 약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와 한국은행은 리먼의 파산신청 등으로 단기적으로는 투자심리 위축 등으로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시장 불안정성이 축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강조했다. 그간 세계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키워 온 리먼의 부실문제가 파산 신청으로 일단락됐다는 판단이다.
김 차관은 또 "개별 금융회사의 리먼 투자액 확인 결과 모두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국내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해외자산 총액은 615억 달러 수준이다. 전체 보유 자산의 3% 규모다. 그중 리먼 브러더스에 투자된 금액은 7억2천만 달러 규모로 국내 금융 기관들의 재무 건전성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리먼 투자액은 은행권이 1억 2천만달러, 보험사가 2억1천만달러, 증권사가 3억9천만달러 규모로 증권사의 손실 규모가 가장 크다.
메릴린치 투자분에 대한 손실 역시 거의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김 차관은 "채무 승계가 약속된 만큼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에 매각된 메릴린치 관련 투자 손실도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양자간 인수협상 및 개별 투자자와의 추후 협상 결과에 따라 20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는 한국투자공사(KIC)의 투자 수익률이 변동될 가능성은 있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BOA와 수익률 관련 협상을 진행할 방침이다.
또 국내에도 상당한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보험회사 AIG의 경우 "지급여력 비율이 100%를 크게 넘어 국내 보험금 지급에 충분한 만큼 계약자 보호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이번 미국발 금융시장 위기와 관련해 향후 일일 단위로 경제금융상황을 점검하고 재정부, 한은, 금융위가 실무대책반을 구성해 필요하면 수시로 긴급금융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 해외 감독 당국과도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정부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이날 오전 7시30분 금융위를 열고 리먼 브러더스 서울 지점에 대해 영업 일부 정지 등 긴급 조치를 내렸다.
박연미기자 chang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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