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단된 것으로 보였던 한반도대운하 건설 구상이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다시 꿈틀대고 있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대운하 '추진' 가능성을 내비쳤고, 한나라당 내 이른바 'MB맨'으로 불리는 의원들이 '이명박 정책 복원'을 위한 모임을 만들어 대운하 추진을 본격적으로 공론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19일 촛불파동으로 두 번째 대국민사과에 나선 이명박 대통령은 대운하와 관련해 "국민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국민 여론을 전제로 한 추진 불가라는 애매한 입장을 나타냈었다.
이 대통령의 언급에 일각에선 대운하 '포기'가 아닌 '중단'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고, 촛불정국 이후 정부가 대운하를 재추진 할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했었다. 이러한 가운데 촛불정국 이후 특히 이 대통령이 각종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운하 재추진론이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정 장관은 3일 한 강연에서 "대운하는 친수공간을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검토해볼만 하다"며 대운하의 필요성을 재차 언급했다. 그는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는 친수 공간이 필요한데, 물이라는 게 두려운 것이 아니라 활용할 수 있는 것"이라며 "다른 차원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정 장관은 2일 국회 국토해양위에서도 경부운하는 취소된 게 아니라 중단된 것이라면서 "여건이 조성되고 국민이 필요하다고 할 때 다시 할 수도 있다"고 대운하 건설 재추진에 힘을 실었다.
당내에서도 움직임이 감지된다. 일단 공식적으론 대운하 건설에 대해 '어떠한 논의도 한 적이 없다'고 차단하고 있지만 당 내에선 '꿈틀'거리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일 초선의원 10여명은 '이명박 정책 복원' 모임을 결성,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 드라이브에 적극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이 대통령이 대선 기간 내걸었던 공약들에 대한 정책들을 점검하고 당 차원에서 공론화를 이끌어내 뒷받침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공보관, 홍보기획관을 지낸 뒤 인수위 부대변인을 맡아 이른바 'MB맨'으로 꼽히는 강승규 의원의 주도로 만들어진 이 모임 회원은 대부분 이 대통령의 최측근들로 구성됐다.
지난해 경선과 대선에서 이 대통령의 공약 등을 보좌했던 이들은 누구보다 이 대통령의 정책구상을 꿰뚫고 있는 인사들이다. 인수위 법무행정위원회 위원을 지낸 이달곤 의원과 한반도 대운하 기반을 닦은 김영우 의원, 외교안보 전문가이자 인류국가비전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정옥임 의원, 자유주의 교육운동연합 조전혁 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첫 모임에선 대운하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들은 이 모임을 통해 국민적 홍보 및 여론화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시 참석했던 한 의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려는 정책 및 개혁 입법들이 추진될 수 있도록 기여하기 위한 취지"라면서 모임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운하 추진은 우리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이 대통령의)초반 지지율 하락으로 후보 때 내걸었던 공약들에 대해 제대로 된 접근이나 홍보, 여론화 작업을 하지 못했다. 이런 정책들에 대한 공론화 내지 여론화가 필요하다"며 적극 공론화에 나설 뜻을 나타냈다.
사실상 대운하 건설을 위해 친이계 중심으로 추동력을 발휘하겠다는 얘기다.
특히 그는 영산강 수질 악화를 언급하며 "(대운하 건설은)치수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사견을 전제로 "운하가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이 정부·여당의 대운하 추진 움직임이 이명박 정부의 정책 드라이브 시기와 맞물려 나온 것이어서 이 대통령이 대운하 건설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결심이 선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한편, 대운하 전도사로 불리는 한나라당 이재오 전 의원은 지난달 15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이명박 정부는 국토를 재창조하고 전국에 물길을 살리고 하천 지천을 살아 있는 강으로 만들어야 한다. 현대판 치산치수를 해야 한다"며 "나는 그 이름이 운하든 무엇이든 좋다고 생각한다"고 대운하 추진을 언급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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