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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에 피해 입고 정부에 상처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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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헤징을 한 일부 중소기업만이 피해자다.""아니다. 197개 기업이 총 5천억원 이상의 손실을 입었다."

"키코로 전체 중소기업이 총 1조3천억원 가량의 평가익을 냈다.""숫자 장난에 불과하다."

통화옵션 상품인 '키코(KIKO)'를 둘러싼 민·관 사이의 설전이 치열하다. 피해를 본 기업과 정부측의 말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키코는 수출기업이 환차손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헤지)하기 위해 가입하는 통화옵션상품의 하나로, 환율이 약정된 범위 내에 머무르면 헤지에 성공하지만 그 범위를 벗어나면 계약금의 2배, 3배의 손해를 입게 된다.

키코 가입으로 대규모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중소기업들은 환헤지피해기업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결성, 지난 6월부터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은행들이 키코의 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기업에 절대적으로 불공정한 상품을 팔았다는 것.

이들은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는 한편, 공정거래위원회에 키코의 불공정 여부를 가려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공정거래위원회로 대표되는 금융당국의 입장은 다분히 '은행 프렌들리' 적이다. 피해 원인은 키코를 통해 투기적 이익을 얻으려는 중소기업들이 매출액 이상의 헤징(오버헤징)을 했기 때문이라는 것.

신정부들어 고환율 정책에 따른 환율 급등으로 중소기업들이 주로 사용한 이 키코에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데다 환율 상승의 단초를 제공한 정부측은 키코 피해는 물론 불공정거래 여부까지 부정하자 중소기업들의 속마음을 타들어 가고 있다.

여기에 정계도 키코 사태 해결에 나서며 정국에도 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중기 "금융당국은 못믿겠다"…정계에 'SOS'

금융위와 금감원은 1일 중소기업이 키코로 1조3천억 평가이익을 냈고, 오버헤징한 중소기업만 2천500억의 평가손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을 들은 대책위는 곧바로 반박에 나섰다.

이들은 자체 조사자료를 내세워 "197개 기업의 총 손실액이 5천814억에 달한다"며 "금융당국의 발표 자료가 올바른 자료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대책위는 "환율 인상으로 환차익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나, 파생금융상품으로 인해 기업이 누릴 환차익을 은행에서 가져가고 있다"며 "수출 물량의 많은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환율 상승으로 인한 환차손 또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금융당국이 현실을 모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측이 중기에 불리한 의견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공정위는 지난 25일 "키코가 약관법상 불공정한 것으로 판단하기 곤란하다"며 사실상 은행의 손을 들어 주었다.

관에 버림받은 중기는 정치권에 손을 뻗었다. 지난 30일 대책위는 민주당 정세균 대표 및 송영길 최고위원과 함께 키코 해결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민주당이 개입하자 한나라당도 그 뒤를 이어 키코 전담 TF를 구성하겠다고 나섰다. 그제서야 금감원은 마지 못한 듯 피해 조사현황과 대책을 내놓았다.

대책위는 당국 대신 정계를 뒷배경 삼아 은행들과 전면적인 소송 대결을 벌이기 위해 준비중이다.

◆당국 늑장개입·정계와도 손발 안 맞아

당국은 늑장 대처로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키코 피해가 처음 일어난 것은 지난 3월. 5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처음으로 피해 현황을 밝히고 나선 것이다.

감독원은 뒤늦게 피해대책을 발표해 기업과 은행 당사자간 합의를 통한 문제 해결을 유도하기로 했다. 은행이 키코 판매과정에서 충분히 위험을 고지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현장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다.

피해대책 중 '파생상품 정보집중 및 공유시스템' 운영을 통해 오버헤징을 방지한다는 방안도 포함돼 있으나, 시스템 가동 시점은 오는 11월부터다.

대책위는 "오버헤지의 문제는 은행과 감독당국의 관리 부실이 가장 큰 요인"이라며 "당국의 늑장대응이 일을 더 키웠다"며 꼬집고 나섰다.

키코 대책을 발표하면서 여당과도 손발이 맞지 않아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원래 이날 오후 2시경 현황 및 대책을 발표하려던 금감원은 오전 중 한나라당이 키코 전담 TF를 만든다는 방안을 발표하자, 급하게 발표 시간을 앞당기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키코 사태에 대해 미리 파악하고 있었으면서도 대처가 늦어 사건을 키웠다는 후문이다.

이미 5월경에 키코 피해사례에 대한 조사가 끝났으나, 중소기업들의 반발을 예상하고 발표를 늦췄다는 것.

결국 제때 할 일을 못한 당국 때문에 키코 사태는 정계까지 끌어들인 대사건으로 발전했다.

이지은기자 leez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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