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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헤지 피해 규모 파악도 안돼…피해 중기들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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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책임회피, 꺽기 상품 해지도 불가

연간 3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수출업체 A사 사장 B씨는 지난 해, 환헷지를 위해 통화옵션 키코(KIKO)에 25만달러 규모로 가입했다.

수출보험공사의 환헤지 상품과 달리 수수료도 없고, 은행 영업 직원도 낮은 환율이 계속될 것이라고 확신해 주어 안심이 됐다.

매달 외화거래를 250만~300만 달러씩 해야 하는 A사로서는 뿌리칠 수 없는 제안이었다.

그 사이 환율은 1천40원대까지 뛰어올랐고, 키코의 계약사항대로 A사는 25만달러의 2배인 50만달러를 외환시장에서 사서 강제적으로 팔아야만 했다. 손실 규모는 영업이익의 최대 50배까지 늘어났다.

◆손실규모 최대 10조 달한다 소문도

그러나 이는 비단 B씨만의 예는 아니다.

30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최된 환헤지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에 모인 중소기업 33개사 CEO들은 다양한 키코 피해사례를 발표했다.

키코 등 통화옵션가입 손실상황을 접수한 결과, 환헤지 피해규모는 총 205개사 기준으로 1천860억원에 달한다. 평가손도 5천814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것도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한 중소기업 CEO는 "현재 조사된 것은 200개사, 1천860억원이지만 구체적인 피해규모를 은행과 정부가 내놓지 않고 있다"며 "피해 기업이 거의 2천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손실규모가 유가증권기업 경우만 해도 6월말 기준으로 최대 5조원이며, 피해규모가 최대 10조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송영길 민주당 최고위원의 경우는 피해규모를 2조 5천억원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은행과 정부의 수수방관 속에 정확한 키코 피해 현황조차 집계되고 있지 않는 것이 현 시점의 상황이다.

◆은행, 경쟁 눈멀어 '불공정 상품' 판매

중소기업들이 가장 분통을 터뜨리는 부분은 은행들의 영업 행태다.

환헤지 피해사례를 발표했던 한 중소기업 임원은 "요즘은 '은행 문턱 낮다'는 말은 옛말이다. 은행에서 한 업체를 열 번 찾아오고 적극적으로 영업한다"며 "그러나 업체서 실제로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대해서는 절대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키코를 판매하며 부적절한 판매행위도 이루어진다. 이 임원은 "키코와 적금을 끼워팔기(꺾기)도 한다. 키코가 수수료와 담보가 없는 상품이다 보니, 월 500만~1천만원 사이의 적금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정작 환헤지 피해를 이 적금을 깨서 갚으려고하면 적금은 깨지 말고 새로 돈을 내라고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들이 안정성 있는 수출보험공사의 환헤지 상품 대신 키코를 이용한 이유는 '저렴함'이었다.

한 제조업체 CEO는 "수출보험공사를 이용하는 업체는 많지만, 기본 수수료가 400만~500만원 들어간다"며 "키코는 수수료도 없었고, 은행 직원들이 삼성·LG경제연구소 등 공신력 있는 연구소의 환율 예측자료를 보여주며 위험성이 없다고 설득해 안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강 재정장관 해결하고 사임하라"…정부정책 성토

키코를 판매한 은행 뿐 아니라, 고환율 정책을 쓴 정부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한 중소기업 상무는 "성장정책 위해 고환율을 유도한 정부도 책임 통감해야 한다"며 "키코로 인해 도산위기 처해 있는 중소기업을 위해 긴급구제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 임원도 "고환율 정책은 '현 장관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고환율로 수출을 증대시키겠다는 발상은 좋지만, 정책을 진행하려면 제대로 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원달러 환율이 천원 이상으로 오를 것이라고 아무도 예측하지 않았다"며 "도산에 대한 책임을 져 달라"고 말했다.

이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하면서 오히려 중소기업들을 죽이고 있다"며 "강만수 재정장관이 이 기업들에 대한 뒷처리를 완벽히 끝난 다음 물러가 달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키코가 불공정약관이 아니라고 판단한 만큼 이제 기업들이 기댈 곳은 소송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지은기자 leez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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