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가 인터넷 포털의 불법정보 관리를 강화한다는 이유로 포털이 해당 글에 대해 임시조치(블라인드, DB에는 남아있지만 외부에서는 볼 수 없도록 하는 것)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방통위 임차식 네트워크정책관은 9일 여의도연구소와 한나라당 정책위 제6정조위원회가 주최한 '건강한 인터넷 문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우리나라는 전기통신기본법에 의거해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의 통신을한 자에 대해 처벌토록 하고 있으며, 포털사는 피해자가 요청할 경우나 피해자의 요청이 없더라도 관련 글을 삭제하거나 임시조치할 수 있지만 포털이 이에 불응해도 처벌조항이 없어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포털이 불법정보의 주요한 유통경로로 활용돼 피해가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음에도 법적근거나 사업자의 자율규제 활동도 미흡하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발언은 인터넷 포털이 소위 불법정보에 대해 임시조치하지 않을 경우 처벌을 강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포털이 논란이 될 수 있는 글을 외부에서 볼 수 없도록 조치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방통위의 이같은 방침은 민간기업인 포털에게 해당글의 불법성 여부를 판단하라는 말과 다르지 않고,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다.
같은날 토론회에서 성동규 중앙대 교수는 "다음의 광고불매운동 게시글들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가 삭제를 결정하면서 포털이 임시조치를 통해 정보유통을 제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성동규 교수는 "현행법에 의하면 명예훼손 등의 이유로 권리침해 주장자의 삭제요청이 있을 경우 불법성이 명백하지 않더라도 일단 30일간 임시조치할 수 있는데, 이는 자신에게 불리한 게시글을 임시조치해 일정기간 차단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보수성향인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 사무총장인 이헌 변호사도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틀리다고 보면서 사이버테러를 가하는 데에는 엄중한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면서도 "방통심의위의 최근 다음의 광고불매운동게시글 삭제 결정에 대해 사법기관이 아닌 행정기관이 위법 게시물로 판단하는 규정은 위헌이라는 반대주장도 있다"고 설명했다.
포털이 임시조치 않을 경우 처벌조항이 필요하다는 방통위 사무국과 달리 포털의 임시조치 자체가 악용될 수 있고, 포털이 아닌 방통심의위의 위법성 판단도 위헌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방송통신위원회가 인터넷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포털에게 논란이 되는 글에 대해 임시조치하지 않으면 처벌하겠다는 것은 민간기업인 포털에게 법원이 되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며 황당해 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다음에 방통위 모 서기관이 전화를 걸어 글 삭제를 요구할 정도로 방통위 실무자들의 인터넷에 대한 이해는 뒤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네이버와 다음은 지난 해 명예훼손을 이유로 이랜드 노동자나 삼성 코레노 노조 등과 관련 댓글이나 게시판을 임시차단해 사회적으로 비판받은 바 있다. 한 쪽에서는 명예훼손이지만, 다른 쪽에서는 진실알리기라고 주장하는데 포털이 자의적으로 임시차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옛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다음이 임시차단한 뒤 심의를 의뢰한 '삼성코레노 민주노조 추진위원회'의 인터넷 카페글에 대해 '명예훼손 해당없음'이라는 의견을 내놓았고, 다음은 이에따라 별도의 사과문을 팝업으로 공지하기도 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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