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2시가 넘어가면서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 사이에서 심각한 갈등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경찰이 쌓은 컨테이너 박스에 대항하기 위해 주최 측이 마련한 스티로폼 다발 때문이었다. 주최 측은 이 스티로폼 다발로 컨테이너 박스에서 조금 떨어진 앞쪽에 연단을 만들었다. 이명박 정부가 쌓은 컨테이너 박스를 넘어선다는 취지에서였다.
그러나 상당수 실행을 중시하는 행동파들은 이 연단을 컨테이너 박스에 붙일 것을 요구했다. 이명박 정부의 폭력의 상징인 컨테이너 박스에 올라 굴복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자는 것이었다.
여기저기서 술에 취한 사람들의 강경한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고, 자신과 맞지 않는 주장에 대해서는 욕설을 퍼붓거나 '내려와'를 연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점차 사람들이 흥분하기 시작했고, 주최측은 "흥분하지 말라"고 연신 당부했다. 하지만 주최 측은 점차 통제력을 잃기 시작했다.
연단을 사이에 두고 평화를 강조하는 평화파와 행동파 사이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연단에서 잇따라 끌려나왔다.
이러한 행동파들의 주장은 평화파들의 반감을 샀다. 약 4m 높이의 컨테이너 박스에 올라가는 것은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고, 경찰과의 충돌 우려도 있어 보수 언론의 공격을 받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연단에 오른 행동파들은 "오늘이 아니면 시간이 없다"면서 "이명박 정부에 강한 행동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고, 목소리가 컸던 이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새벽 3시 30분경 결국 연단이 컨테이너 박스에 붙여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연단을 컨테이너 박스에 붙여 쌓으려는 행동파들과 이를 막으려는 평화파들 사이에 또 한 번의 몸싸움이 벌어졌다. 평화파들은 "내려와", "하지 마"를 연신 연호하면서 행동파의 행동을 반대했다.
새벽 4시 결국 스티로폼 연단이 컨테이너 박스에 붙여졌고, 한 명의 시민이 컨테이너 박스에 올라갔다. 이 시민은 연신 태극기를 흔들다가 컨테이너 박스에 태극기를 꽂았다. 흥분한 누군가가 던진 물병이 경찰 측으로 날아가기도 했다.
컨테이너 박스에 오르는 것을 반대했던 평화파들은 "물병이 던져질 것을 예측하지 못했느냐", "안전사고가 나면 어쩔 것이냐"라고 강력히 반발했고, 일부 행동파들은 "넘어가자는 것이 아니라 태극기만 꽂자는 것이다. 그러면 이긴 것이다"라고 맞서면서 시민들 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결국 예비군들이 '투입'됐다. 예비군들은 일부 행동파들과 몸싸움을 벌여 스티로폼 연단을 점거했고, 이 사이에서 일부 사람들은 "예비군, 내려와"를 외치기도 했다.
이같은 시민들의 갈등에 대해 그 자리에 참석한 한 시민은 "이런 갈등과 시위 방법의 결정도 민주주의의 한 방법인 것 같다"고 평했다. 그러나 현장에 있던 또 다른 시민은 "우리가 이렇게 분열하면 결국 좋아하는 것은 이명박 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채송무·민철기자 dedanh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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