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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타 잃은 IT 기술자들-상]경력 9년쯤은 우스운 박사 '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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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 위주 '등급' 불합리…폐지하려 해도 대안 없어

국내 정보화 프로젝트에서 가장 큰 비용과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인력'이다. 어떤 경력과 실력을 갖춘 기술자가 투입됐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정도로 정보화 프로젝트에서 IT 기술 인력이 차지하는 중요도는 높다.

하지만 기술 인력에 대한 '객관적' 평가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관련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됐던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뚜렷한 대안이 없는 것도 현실. 아이뉴스24는 이같은 국내 IT 서비스 업계의 기술 인력 문제에 대해 진단해본다. <편집자주>


◆신참박사도 바로 '고급 기술자' 대접

사례#1. 중견 IT 서비스 업체 A사에 근무하는 정보화(가명)차장. 대학을 졸업하고 A사에서 근무한지 올해로 9년이 넘었다. 정 차장은 그동안 정부의 중요 정보화 프로젝트는 물론 대기업 프로젝트에도 상당수 참여해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끌었기 때문에 사내외에서 신망이 두터운 편이었다.

'고급기술자'로 분류된 정차장은 꽤 높은 인건비를 받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정 차장 팀에 IT 서비스 현장 경험이 전무한 '신참'이 새로 왔다. 이 신참은 '박사님'이었다.

하지만 그는 오자마자 정 차장과 동일한 경력으로 분류됐다. 업계에서 그에게 '고급 기술자' 인건비를 지급하고 프로젝트 내에서도 정 차장과 같은 권한을 인정한 것.

정 차장은 신참 박사님의 존재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프로젝트를 발주하는 기관이나 기업에서는 정 차장의 화려한 경력 못지않게 신참의 '박사 타이틀'도 중요한 요소로 꼽기 때문이다.

◆'기사·기술사' 무조건 취득해야 경력 인정?

사례#2. 정보화 차장의 고민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최근 정부는 학력을 경력의 일부로 인정하는 폐단을 철폐하겠다고 발표했다. 내심 이같은 현실에 불만이 있던 정 차장으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청천벽력 같은 얘기가 이어졌다. 기존 경력자 역시 '소프트웨어 기술 분야' 근무 기간만을 인정한다는 것. 더욱 심각한 것은 기술자에 대한 국가 자격증인 '기사' 자격증이 반드시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정 차장은 경영학과를 졸업하면서 각고의 노력 끝에 공인회계사(CPA)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 '특기'를 살려 그는 A사에서도 주로 전사적자원관리(ERP)나 프로세스 재구축(BPM), 재무 컨설팅 등을 담당해왔다.

그런 그가 이공계 전공자들이 주로 취득하는 '기사' 및 '기술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 기사 자격증도 없고 소프트웨어 기술 분야 경력 역시 인정받지 못하는 그로서는 하루아침에 몸 값이 땅에 떨어지는 신세가 돼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IT 기술 인력 평가에 대한 정부 및 업계 방안

개 정 (안) IT서비스산업협회 (안)
SW산업진흥법 시행령 中 별표1 SW사업대가기준 고시 中 별표20 준용
기술등급기술자격자학력ㆍ경력자기술등급기술자격자학력ㆍ경력자
특급기술자ㆍ기술사-기술사ㆍ기술사-
특급기술자특급 기술자 폐지학력 / 경력에 따른 기술등급 인정 폐지특급기술자ㆍ기사자격을 가진 자로서 10년 이상 해당 기술 분야의 업무를 수행한 자.

ㆍ 산업기사자격을 가진 자로서 13년 이상 해당 기술 분야의 업무를 수행한 자

ㆍ박사학위를 가진 자로서 3년 이상 해당기술 분야의 업무를 수행한 자.

ㆍ 석사학위를 가진 자로서 9년 이상 해당기술 분야의 업무를 수행한 자.

ㆍ 학사학위를 가진 자로서 12년 이상 해당기술 분야의 업무를 수행한 자.

ㆍ 전문대학을 졸업한 자로서 15년 이상 해당기술 분야의 업무를 수행한 자

고급기술자ㆍ기사의 자격을 취득한 자로서 7년 이상 소프트웨어 기술 분야의 업무를 수행한 자.

ㆍ 산업기사의 자격을 취득한 자로서 10년 이상 소프트웨어 기술 분야의 업무를 수행한 자

학력 / 경력에 따른 기술등급 인정 폐지고급기술자ㆍ기사자격을 가진 자로서 7년 이상 해당 기술 분야의 업무를 수행한 자.

ㆍ 산업기사자격을 가진 자로서 10년 이상 해당 기술 분야의 업무를 수행한 자

ㆍ박사학위를 가진 자.

ㆍ 석사학위를 가진 자로서 6년 이상 해당기술 분야의 업무를 수행한 자.

ㆍ 학사학위를 가진 자로서 9년 이상 해당기술 분야의 업무를 수행한 자.

ㆍ 전문대학을 졸업한 자로서 12년 이상 해당기술 분야의 업무를 수행한 자.

ㆍ 고등학교를 졸업한 자로서 15년 이상 해당기술 분야의 업무를 수행한 자

중급기술자ㆍ기사의 자격을 취득한 자로서 4년 이상 소프트웨어 기술 분야의 업무를 수행한 자.

ㆍ 산업기사의 자격을 취득한 자로서 7년 이상 소프트웨어 기술 분야의 업무를 수행한 자

학력 / 경력에 따른 기술등급 인정 폐지중급기술자ㆍ기사자격을 가진 자로서 4년 이상 해당 기술 분야의 업무를 수행한 자.

ㆍ 산업기사자격을 가진 자로서 7년 이상 해당 기술 분야의 업무를 수행한 자

ㆍ석사학위를 가진 자로서 3년 이상 해당기술 분야의 업무를 수행한 자.

ㆍ 학사학위를 가진 자로서 6년 이상 해당기술 분야의 업무를 수행한 자.

ㆍ 전문대학을 졸업한 자로서 9년 이상 해당기술 분야의 업무를 수행한 자.

ㆍ 고등학교를 졸업한 자로서 12년 이상 해당기술 분야의 업무를 수행한 자

초급기술자ㆍ산업기사 이상의 자격을 취득한 자ㆍ전문학사 이상의 학위를 취득한 자.

ㆍ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3년 이상 소프트웨어 기술 분야의 업무를 수행한 자

초급기술자ㆍ기사자격을 가진 자.

ㆍ 산업기사자격을 가진 자

ㆍ석사학위를 가진 자.

ㆍ 학사학위를 가진 자.

ㆍ 전문대학을 졸업한 자.

ㆍ 고등학교를 졸업한 자로서 3년 이상 해당기술 분야의 업무를 수행한 자

◆아직은 '한계'가 있는 정부 정책

앞에서 소개한 정보화 차장의 사례는 현재 IT 서비스 업계에서 근무하는 대부분의 기술자들에게 해당된다.

학력을 경력으로 인정해 주는 업계의 관행은 프로젝트를 발주하는 기관들 사이에 일종의 '머릿수 세기'인 월별 인력당 과금(Head Counting) 방식이 뿌리 깊이 박혀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어떤 프로젝트에 참여했는지, 해당 인력의 경력과 학력을 발주기관이 직접 고르는 형태가 되다보니 고학력자가 높은 점수를 받는 형태가 되는 것이다.

이에 지식경제부는 이달 중 공식 시행되는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학-경력 인정 제도를 폐지하고 객관적으로 IT 기술 인력을 평가하기 위한 새로운 방안을 제시했다.

학력 대신 국가 공인 자격증을 취득하는 IT 인력이면 특급 기술 등급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IT 기술자들이 자신이 참여했던 프로젝트 내용이나 성과, 경력 등을 명기해 국가에 등록하면 중소기업이나 프리랜서로 활동한다 하더라도 충분히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자 신고제도'도 신설했다.

그러나 현 IT 서비스 업체들은 정부의 이같은 개정안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IT 서비스 업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는 "국가 공인 자격증이 실제 IT 서비스 업무의 전문성을 대변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IT 기술자 경력을 일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강한 목소리를 냈다.

그동안 학력을 경력으로 대우해 주는 것이 관행이었던 점을 감안, 고학력자의 유입이 이어져 왔으나 이번 정책 개정을 계기로 고학력자의 이탈이 예상된다고도 덧붙였다.

기술자 신고제도에 대해서도 협회측은 "중소업체나 프리랜서 기술자들의 사업 기회를 보장하고자 시행하는 정부 의도와 달리 오히려 높은 수수료와 복잡한 증명서 발급 절차로 인해, 체계가 없는 중소업체 및 프리랜서 기술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문제 해결 대안, 정부-업계 둘 다 못 내

업계의 이같은 반발에 대해 지식경제부 소프트웨어산업진흥과 김동혁 과장은 "업계가 관행을 뜯어고치는 데는 어느 정도 아픔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뿌리깊은 학-경력 폐단 및 헤드카운팅 관행을 없애야 하는 것은 분명한 현실"이라고 잘라 말했다.

물론 정부의 이같은 생각에는 업계도 공감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IT 서비스업체 고위 임원은 "개발사 입장, 즉 '을'의 위치인 우리 측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모든 것은 '갑'인 발주사에 달려있다"면서 "정부 정책의 의도에 공감하는 이유는 결국 발주사의 머릿수 세기 관행을 없애자는 근본 취지에 동의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6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개정안은 현재의 문제들을 충분히 수용하고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지경부 김동혁 과장은 "기존 기술자들의 경력이 모두 무시되는 것이 아니라 법령에 따라 경력·학력 및 자격 등을 소프트웨어기술자 경력 관리 기관에게 신고해 소프트웨어기술 경력증을 받은 경우에 종전의 기술 등급을 보유한 것으로 인정해 주기 때문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도 정부 정책을 보완할 수 있는 획기적인 대안을 내놓진 못하고 있다.

IT서비스산업협회 측은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우리도 대안으로 내 놓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때문에 '차라리 그냥 두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업계와 정부가 좀 더 머리를 맞대고 해외 사례 등을 참조해 체계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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