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LCD 교차구매 7월내 '첫결실' 기대

디스플레이 업계 경쟁그룹인 삼성과 LG의 액정표시장치(LCD) 교차구매가 오는 7월 이내 처음으로 '결실'을 맺을 것으로 기대된다.

두 진영은 15일 열리는 '디스플레이 산업 발전전략 보고회 및 비전 결의대회'에서 패널 교차구매 성사를 적극 추진키로 결의할 예정이다. 지식경제부는 오는 2017년 수출 1천억달러 달성 등을 목표로 하는 '디스플레이 산업 비전 및 발전전략' 수립 과정에서 삼성과 LG의 LCD 교차공급 공동 추진 건을 이끌어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DM)총괄사업부는 94㎝(37인치) LCD 모듈을 LG디스플레이(LGD)로부터 구매할 예정이다. 또 삼성전자 LCD총괄은 132㎝(52인치) LCD 모듈을 LG전자에 공급하는 일을 긍정적으로 검토키로 하고, 오는 7월까지 두 진영에서 협의해 결실을 맺도록 했다.

1단계로 삼성전자 DM총괄이 LGD로부터 94㎝ 모듈을 구매해 자사 LCD TV에 적용하는 일이 우선 추진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및 LGD는 LCD 시장 수급동향을 봐가서 구체적인 물량과 가격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2007년 삼성·LG전자 LCD 패널 구매처 현황

향후 2단계로 삼성전자 LCD총괄 및 LGD 등 패널업체 간 모듈 또는 셀(Cell)을 상호 구매하는 일도 긍정적으로 검토·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즉 디스플레이-TV 세트 부문 간 상호협력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디스플레이 부문에서 과감한 협력도 진행할 예정인 것.

셀은 초박막 트랜지스터(TFT) 기판과 컬러필터(Color Filter) 기판 사이에 액정을 주입하고 봉지한 패널을 가리킨다. 모듈은 셀에 구동회로 및 백라이트 유닛(BLU) 부품을 조립해 화상을 표시할수 있도록 한 패널이다.

삼성과 LG는 상호보완품목의 교차구매를 시작으로 상시 구매채널을 가동해 수평적 기업협력체계를 구축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모자라는, 또는 자사가 확보하지 못한 LCD 패널을 국내 경쟁사가 아닌 대만기업들로부터 구입해 문제가 됐다.

삼성전자 DM총괄은 지난 2007년 자사 LCD총괄에서 40%, 대만기업들로부터 60%의 TV용 LCD를 조달했다. 94㎝ LCD는 LGD와 대만기업들만 제조함에 따라, 삼성전자는 경쟁관계를 의식해 전량 대만에서 이 제품을 구입했다.

LG전자 역시 LGD에서 66%, 대만에서 34%의 패널을 구매해왔다. 2008년 들어선 LGD가 132㎝ 대형 LCD를 원활히 공급하는 데 한계를 보이면서 해당 제품을 일본 샤프에서 조달키로 계약을 맺기도 했다.

삼성-LG 간 패널 교차구매가 성사되면 수입을 국내로 전환해 무역수지를 개선하고, 국내업체 간 거래수요 확대로 국내 투자가 활성화되는데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LCD 부문에서 한국을 추격하고 있는 대만기업들을 견제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또 두 진영의 협력회사에 대한 수직계열화 관행 타파에도 도움을 줘, 삼성·LG 중 한 쪽에만 납품을 하는 장비·재료업체가 양쪽에 납품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경부 임채민 차관은 "이번 패널 교차구매에 대한 삼성-LG의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며 "이러한 대기업 간 협력의 물꼬는 대-중소기업 간 협력으로 이어져, 디스플레이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과 LG는 1년 전 5월14일 디스플레이산업협회의 출범과 함께 LCD 교차구매를 추진키 위해 논의를 지속해왔지만, 아직까지 성사는 시키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