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반도체 업계에서 2008년 들어 낸드플래시메모리를 가장 많이 소비해줄 디지털기기로 멀티미디어 기능을 강화한 휴대폰이 부각되고 있다.
낸드플래시는 대용량 저장장치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가 쓰이기 어려운 소형 디지털기기에 활발히 채용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새로운 디지털기기들의 등장과 함께 낸드플래시를 가장 활용하는 기기들이 계속해서 바뀌고 있어 눈길을 끈다.
D램 분야에선 PC가 80%에 가까운 수요를 유발하면서 밀접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반면, 낸드플래시의 '구세주' 역할은 디지털카메라, MP3플레이어, 휴대폰 등으로 계속 바뀌는 모습이다.
하이닉스반도체 김지범 상무는 지난 1분기 실적발표 후 기업설명회(IR)에서 "2008년 낸드플래시 최대 수요처는 스마트폰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애플의 '아이폰'을 비롯해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기능을 원활히 구현하는 고용량 휴대폰의 수요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들 휴대폰에 쓰이는 낸드플래시 수량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는 것.
5일 시장조사기관 IDC와 SK증권에 따르면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2005년까지 디지털카메라가 가장 많은 낸드플래시 수요를 창출했다. 그만큼 세계시장에서 디지털카메라가 필름카메라를 대체하며 불이 나게 팔렸다.
그러나 지난 2003~2005년 매년 200% 이상 판매가 늘어난 MP3플레이어(PMP 포함)는 2006년 디지털카메라를 잡고 낸드플래시의 최대 수요처가 됐다. MP3플레이어 제조사들은 더 많은 음악 및 동영상 파일을 담고자 하는 소비자 욕구가 높아지면서, 낸드플래시로 MP3플레이어용 소형 HDD를 대체해가며 저장용량을 늘려왔다.
MP3플레이어 1위 기업 애플은 '아이팟나노'의 인기와 함께 낸드플래시 시장의 수요량 중 30%를 혼자서 담당하기도 했다.
MP3플레이어는 지난 2007년에도 전체 636테라바이트(TB)의 낸드플래시를 소비하며 최대 수요처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디지털카메라(524TB), 휴대폰(345TB), USB메모리(208TB)가 뒤를 이었다.
그런데 2008년엔 이러한 구도에 또 다른 변화가 예측된다.
SK증권 등에 따르면 올해 낸드플래시 채용량은 MP3플레이어가 1천354TB로 최대를 차지하나, 휴대폰의 낸드플래시 채용량도 1천122TB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성장 추이로 보면 휴대폰이 곧 낸드플래시 업계의 최대 '우군'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낸드플래시 자체로 구성된 대용량 저장장치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의 부상 시기도 관심을 모은다. SSD는 HDD보다 월등히 뛰어난 성능을 보이며, 저장용량도 한 대당 수십~수백GB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메모리반도체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당초 낸드플래시 가격 급락과 함께 2008년부터 SSD 시장이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예측됐다. 아직까지 HDD와 10배 이상 나는 가격차이로 SSD의 출하가 많지 않은 가운데, 하반기 시장에서 어느 정도 SSD 수요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SK증권의 박정욱 연구원은 "멀티미디어 휴대폰은 오는 2009년부터 MP3플레이어를 압도하며 최대 낸드플래시 수요처가 돼, 향후 5년 동안 같은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SSD는 오는 2012년쯤 전체 낸드플래시 수요량의 10%를 차지하며 시장이 크게 성장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낸드플래시를 필요로 하는 디지털기기 시장은 계속해서 커나가고 있지만, 성장세는 둔화돼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의 고민이 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08년 낸드플래시 수요증가율은 125% 정도로 파악된다. 그러나 낸드플래시 1~2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일본 도시바가 올해 130% 이상의 생산증가율을 기록한다는 계획이어서, 연중 시장의 공급과잉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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