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선진화 원년을 선언하면서 힘있게 출범했다.
그는 '작은 정부, 큰 시장'을 말하면서 공공부분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공공부문에도 경쟁을 도입하고, 세금도 낮추겠다고 하자 국민들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 더이상 '철밥통'과 '복지부동' 공무원은 살아 남기 어려워 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보통신부가 해체되면서, 정보기술(IT) 업계는 걱정이 많다.

정통부 기능이 방송통신위원회로 지식경제부로 문화체육관광부로 행정안전부로 뿔뿔이 흩어지면서 효율성은 떨어지고 규제만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신성장동력이 탈(脫)IT가 아닌 융합IT라는 점도 5년 동안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정통부는 없어졌지만 융합IT 산업을 키운다는 과제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IT가 콘텐츠로 스며들고 방송통신이 융합되는 추세이기에 새 정부는 IT를 단순한 기술이 아닌 사회·문화적 함의 속에서 챙겨야 하는 숙제도 있다.
이에따라 전문가들은 앞으로 5년 동안 융합IT를 살리려면 무엇보다 '시스템적인 사고'가 요구된다고 보고 있다.
◆융합IT의 산업적 성패는 R&D 체계 혁신...지식경제부 역할 중요
IT가 그 자체로 성장동력이 됐던 시대에는 IT만을 위한 연구개발(R&D)이 매우 중요했다. 하지만 앞으로 IT가 선박에, 자동차에 들어가면 IT 전문연구소와 외부 연구소와의 네트워킹이 중요해 진다.
그리고 이를 총괄할 산업자원부(지식경제부)의 산업정책적 패러다임도 융합IT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강홍렬 박사는 "IT기술을 집중 개발했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와 부품연구원 같은 곳을 연계하는 쪽으로 R&D 체계를 바꿔야 하며 여기서 융합 연구인력을 양성해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통부의 IT진흥 기능을 흡수하는 지식경제부는 IT본부를 만드는 것 같은 물리적 결합이 아니라 산업정책 전반에서 IT 융합적 체계를 만들어 화학적으로 결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방송통신위 규제, 플랫폼 관점에서 예측가능성 제시해야
정통부와 방송위, 공정위 등으로 나눠져 있었던 IT 산업에 대한 규제는 시장정책적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과거처럼 사업자 중심의 규제가 아니라,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IT 플랫폼의 관점에서 수평적인 규제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는 말이다.
통신업계 한 전문가는 "콘텐츠와 플랫폼, 네트워크와 단말기 등 모든 플레이어들이 상호 경쟁하는 텔코2.0, 웹2.0 시대에는 무엇보다 중요한 게 규제로드맵을 사전에 제시하고 참여자들이 미리 예측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도메인 업계 관계자는 "정통부로 인해 IT 분야에서 비전이 제시되고 과감한 투자가 있었던 장점도 있었지만, 인터넷 댓글 실명제 같은 과도한 기본권 제한도 있었다"며 인터넷주소자원 관리 영역중 상당부분이 민간으로 이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부 저작권 정책, 친시장적으로 만들어져야
이명박 당선인은 이날 취임사에서 "이제는 문화도 산업"이라면서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문화강국의 기반을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문화관광부(문화체육관광부)는 어느 때보다 강도높은 저작권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기술이 콘텐츠 시장을 파괴한 측면이 강하니 이를 철저하게 규제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런 의도는 정부가 책상머리에서 디지털 콘텐츠에 가격을 결정해 버리는 비효율성을 낳을 우려가 있다.
인터넷 업계와 문화부 산하 신탁관리단체 관계자는 "콘텐츠 시장을 키워야 한다는 의지에는 공감하나 음원 사용료 징수료 규정 등에 있어 문화부가 지나치게 개입하면 경쟁을 저해하고 결과적으로 전체 문화 산업의 파이를 줄일 수 있다"고 걱정했다.
◆전자정부의 개념을 바꾼다...개인정보보호 통합법제 필요
행정안전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하게 될 전자정부 프로젝트 역시 새로운 접근법으로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강홍렬 박사는 "IT가 행정혁신, 행정효율에 기여하려면 역설적으로 전자정부라는 개념을 떼내야 한다"면서 "이럴 때 IT는 수단화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정부조직개편으로 정통부가 관장했던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의 소관부처는 방송통신위원회,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 등으로 나눠지게 됐다.
방통위는 네트워크와 관련된 정보보호 정책을 지식경제부는 정보보호산업을 행정안전부는 정보보호정책을 총괄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체계만으로 날로 중요해 지는 개인정보보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IT기술로 정보 공유가 전면화되는 시대에 발 맞추려면 온·오프라인을 망라하는 개인정보보호통합법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정보호호 업계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 문제를 관할하는 행정안전부가 민간·공공 영역을 망라한 정보보호정책을 총괄토록 해서는 안된다"면서 "누가 주무부처가 되느냐는 일단 내버려 두더라도 IT 융합시대에 정보보호통합법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스템적' 사고 절실...청와대 역할 강조
유우익 대통령실장 내정자는 지난 16일 국정운용 워크숍에서 "국정이 매우 복잡해져서 시스템으로 일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손해본다"면서 "새 정부의 시스템은 매우 간명하고 효율적인 게 될 것이고 그 시스템의 정상에 대통령이 서 게시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처로 정부조직을 바꾼 만큼, 새 정부에서는 시스템이 강조될 수 밖에 없고 융합IT분야는 더욱 그렇다.
방송통신위원회, 지식경제부,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가족부(청소년 관련) 등으로 흩어지게 된 만큼, 큰 틀 속에서 조화롭게 나가라면 시스템 기반 운용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국정기획수석실 아래 국책 과제 담당 비서관과 방송통신비서관 등 청와대의 총괄조정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편 개발연대 시대의 IT정책과 달리 이용자 중심주의 철학도 강조되고 있다.
인수위 경제2분과 최경환 의원은 지난 달 "지금까지 통신비는 통신사의 투자여력 보호와 후발사업자 보호, 즉 유효경쟁이 중심이었는데 이를 버리겠다는 게 아니라 앞으로는 소비자 편익도 고려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인수위의 통신요금 인하정책은 '오락가락'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지만, 최 의원 말대로 갈수록 중요해지는 게 바로 이용자 보호와 이용자 편익이다.
/김현아, 이설영 기자 roni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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