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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암호보다 어려운 통신요금 인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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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된 일이다. 어디 한 두 번인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통신요금은 도마에 올랐고 야단법석을 떤 뒤 인하안이 발표됐다. 이번에도 거의 비슷하다. 그런데 이런 일이 매번 되풀이 되도 매번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

첫째, 사업자는 통신요금을 내렸다는데 소비자는 그 효과를 느끼기 힘들다는 점이다. 통신요금 체계가 워낙 복잡하기 때문이다. 난해한 암호와 같아서, 이 암호를 풀지 못하는 소비자는, 항상 혜택에서 소외되곤 한다. 그 혜택이란 걸 이해할 수 없는 소비자가 대부분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를 취재하는 전문기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3일 SK텔레콤과 KT가 “획기적”이라는 코멘트까지 섞어 요금 인하안을 발표했지만, 어느 정도나 소비자한테 혜택이 돌아갈지 알 방법이 별로 없다. 통신사가 계산해준 비율을 그대로 읊을 뿐 그게 진실인지를 확인할 시간은 없는 채로 보도된다.

한참 지나서 통신요금에 대해 지식을 갖고 집요하게 사업자를 견제하는 시민단체들이 제대로 따져 줄 때에야 비로소 실상이 드러난다.

물론 그 때에는 요금인하와 관련된 이슈가 수그러든 뒤다.

그런 이유로 이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피부에 와 닿는’ 조치를 내놓겠다고 큰 소리쳤다가 물러서는 바람에 망신살만 뻗쳤다.

둘째, 가계 통신비 지출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 지 한 두 해가 아니고 정권이 바뀌거나 시민단체가 들썩일 때마다 통신요금을 인하하여 왔는데 통신사업자, 특히 이동통신 사업자 매출은 매년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통신사업자의 사업 내용이 아직 그다지 고도화 혹은 다각화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들의 매출은 결국 가계와 기업의 통신비를 근거로 하고 있다고 봐야하는데, 요금은 내려도 매출은 줄지 않는 기현상이 계속된다.

분명히 형식논리학적 모순이고 실제적인 모순인데 매번 그냥 넘긴다.

더구나 이번 당선인의 공약은 통신요금을 내리겠다기보다 정확하게는 ‘가계 통신비’를 줄이겠다는 것이어서 큰 주목을 받았었다. 통신요금을 내릴 경우 결과적으로 더 많은 서비스를 이용해 궁극적으로 ‘가계 통신비’는 줄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그게 통신사업자들의 전략이었다.

부분적으로, 특히 중요하지 않은 부분에서 요금을 인하하되 사용 총량은 높이는 전략을 쓰는 게 사업자들이다. 그런데 당선인의 공약은 ‘가계 통신비’의 총량을 20%가량 줄이겠다고 했으니 관심이 클 수밖에 없었다.

물론 보도된 대로 대통령직 인수위는 이 문제에서 헛물만 켰다.

그래서다. 규제완화가 능사일 수만은 없다.

통신 사업자들은 한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한 대기업이고 고도로 전략화된 집단이다. 범인 시각으로는 할 수 없는 일도 해낸다. 통신 사업자 입장에서 주주와 정권과 소비자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은 사실 없다. 그 중간 지점은 있을 수 있겠으나 그럴 경우 모두가 불만이다.

그런데도 매번 그런 방법이 나오는 듯하다. 사업자들은 복잡한 구도를 통해 모두에게 혜택인 것처럼 보이는 안을 짜낸다. 방법은 간단하다. 난해한 암호 같아서 누구도 제대로 따져볼 엄두를 못내게 하는 것이다.

그 뒤로는 약간의 논란이 남을 뿐이다. 그리고 이슈는 머잖아 잊혀진다.

그래서 소비자는 더 이상 사업자도 정부도 믿지 않는다. 여러 번 속아봤으니까. 이런 일이 더 이상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 요금 상품은 더 간명해져야 하고, 소비자들이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방식이어야 한다.

정부가 그것만 제대로 만들어 놓아도 큰 일을 하는 것이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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